작성일 : 24-02-12 18:16
[N.Learning] 혈연 패밀리에서 가치 공동체로의 전환 가족의 재발견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109  

혈연 패밀리에서 가치 공동체로의 전환
가족의 재발견
최근 카카오, 앤씨소프트 등 ICT기업들에서 불거지는 문제를 지켜보며 동양 기업문화의 강점인 가족 개념이 사라지고 혈연, 지연, 학연으로 뭉쳐진 카르텔 가족이라는 쭉정이만 남았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가족의 개념을 멋지게 포장해서 로얄 패밀리나 전관예우라고 부르고 있다. 카르텔 조폭 집단을 연상케 하는 로얄 패밀리는 회사 안 혈연, 지연, 학연, 연줄로 엮어진 장막에 가려진 채 찐핵관 그룹을 의미한다.
카르텔 찐핵관은 우리 사회 모든 곳에 편재해서 토굴 세력으로 작동하고 있지만 보편적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사명을 가진 기업에서 카르텔 가족은 CEO 리스크를 증폭시켜 더 큰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우리나라와는 대조적으로 글로벌에서 가족의 개념을 복원하여 현대적 의미에 맞게 공진화시키는데 성공한 대표적 초우량기업으로 Barry-Wehmiller, Whole Food, Nugget Market, Wegmans, Container Store, SAS, Southwest Airlines, Zappos, Patagonia 등이 거론된다. 회사에 진정한 가족을 복원하는 조직개발에 관심이 있다면 꼭 연구해볼 회사들이다.
이런 회사에서 복원한 가족이라는 개념과 우리나라 기업들이 쓰고 있는 패밀리는 어떻게 다를까?
가족의 구성요소 중 가장 중요한 것이 경계다. 초우량기업에서 가족의 경계는 회사가 내걸고 있는 중심가치로 구성된 목적에 의해서 정해진다. 이런 회사에서는 목적을 통해 사명의 울타리를 만들고 이 울타리의 가치에 헌신하는 한 다 중요한 가족이다.
반면 우리나가 기업들이 추구하고 있는 패밀리의 울타리는 혈연, 지연, 학연, 연줄이다. 창업자의 혈연, 지연, 학연이 얽혀 있는 연줄의 울타리에 들어 있지 못하면 말은 가족이지만 평생 머슴의 대우를 벗어나지 못한다. 말만 가족이지 영원이 <기타 등등으로 분류되는 집단>이다.
목적을 기반으로 사명의 울타리를 가족의 울타리로 정하고 있을 때 시대에 따라 이 울타리를 확장하고 새롭게 해석하는 것이 가능하다. 목적과 가치에 헌신하는 한 창업자와 혈연관계가 없어도 가족의 구성원이다. 설사 혈연 관계가 있어도 회사가 정한 가치의 울타리를 지키지 못하면 핵심 구성원은 아니다. 목적과 가치에 헌신할 수 있다면 누구나 소중한 가족이기 때문에 가족의 외연을 무한대로 확장할 수 있다. 혈연, 지연, 학연으로 구성된 패밀리를 가족으로 할 경우는 내 집단의 사람이 바뀌지 않는 한 시대에 맞춰 울타리의 외연을 확장하지 못한다. 변화가 어려운 시기에는 이런 패밀리가 오랫동안 기득권을 행사하지만 지금처럼 변화가 상수가 된 세상에서는 이들은 돌연사의 주범이 된다.
둘째, 글로벌 기업에서 가족의 구성원들은 조직에 설정한 가치와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자신들이 설정한 사명과 가치의 울타리 안에서 혁신과 실험이라는 이름으로 치열하게 치고 박고 싸운다. 가족을 대표해서 출장가는 것도 연장자가 아니라 가장 실력이 있는 구성원이간다. 반면 한국의 패밀리에서 말로는 혁신을 강조하지만 이 혁신은 가치를 위한 혁신은 아니다. 패밀리의 정치적 입지를 위태롭게 만드는 혁신은 절대 금지다. 패밀리의 수장의 의도를 실현시킬 수 있는 혁신만 진정한 혁신이다. 혁신은 다양한 가치를 실현시켜 사회를 풍요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패밀리 수장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이들의 심기를 경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수장이 감옥에 갇히기라도 하면 회사의 직무가 올 정지된다.
셋째, 가치 가족 기업에서는 혁신을 위한 치고 박는 싸움이 끝나고 방향이 정해지면 언제 싸웠느냐는 듯이 가족 모두가 한 방향으로 헌신한다. 싸운 것이 더 나은 가치를 위해 싸운 것이지 상대가 싫어서 싸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싸운 후 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자신들이 약속하고 헌신한 목적을 실현해서 세상에 가치 족적으로 남겨 가치 다양성에 기여하는 일이다. 반면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패밀리는 사회를 위한 가치 다양성에 기여하는 것보다는 자신들의 카르텔에 포함된 사람들에게 성공적으로 가업을 승계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마지막으로 혈연가족과 달리 가치가족에서는 구성원에 대한 진정한 인정(Recognition)이 자연스럽다. 회사가 목숨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가치에 헌신하면 누구나 핵심인재로 인정을 받고 존경받고 대우받는다. 반면 혈연가족에서는 혈연을 제외하고는 누구도 로얄맴버로 인정받을 수 없으므로 모든 인정을 돈과 직책으로 해결해야 한다. 혈연적 가족의 개념이 작동하는 기업에서는 요즈음 이야기 하는 주관적 보상인 종업원이자 주인으로 인정받는 종업원 체험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
한국에서 통용되고 있는 혈연 가족 개념의 더 큰 문제는 지금처럼 변화가 가속도가 붙어 불확실성이 폭증할 때이다.
글로벌 초우량 기업에서는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현업에 있는 다양한 배경에 있는 가족 구성원들이 자신의 울타리에 올라가서 이입되는 중요한 정보를 모아서 불확실성과 변화 속에서 발현되는 미래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여 신속하고 애자일하게 대응한다. 혈연 가족에서는 이런 상황이 닥치면 문을 더 굳게 잠구고 왜곡된 불충분한 정보에 기반해 패밀리의 수장이 의사결정을 내린다. 이들이 믿고 있는 것은 자신들이 가진 우수한 인지적 능력이지만 투입되는 정보가 다양성을 결여한 쓰레기여서 아웃풋으로 나오는 결론도 쓰레기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아무리 두뇌가 우수해도 혈연가족의 집단사고 때문에 자신이 내린 결론은 쓰레기라는 사실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적어도 대한민국 기업의 내부 패밀리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학벌과 연줄이 핵심이다. 머리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의사결정이 효과적일 때는 상황이 안정적이고 모든 정보가 다 한 곳에 모여 있을 때이다. 지금처럼 초뷰카 시대가 뉴노멀이 되어 위기가 상수가되고 상황이 불안정하고 정보가 회사 바깥의 환경 속에 숨겨져 있을 때 학벌, 지연, 연줄로 묶인 혈연 가족은 스트레스를 감내하지 못하고 회사에 치명적인 의사결정을 해서 결국 돌연사하는 운명에 처한다. 이들은 다시 더 강한 카르텔 세력을 결성해 핵관으로 뭉치지만 결국 쓰나미에 쓸려갈 운명을 벗어나지 못한다.
최근 카카오나 재벌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분석해보면 회사를 암묵적으로 소수의 패밀리와 그외 기타로 나눠 경영하는 한국재벌의 병폐였던 로얄 패밀리 경영의 경향은 대한민국 대부분 기업에도 복제되어 마치 답인 것처럼 받아 들여지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우리나라도 1997년 IMF로 신자유주의가 이입되기전까지는 혈연적 가족과 가치가족이 혼재되어 있는 구조였다. 재벌의 총수나 대표는 낮에 일할 때는 구성원에게 신상필벌을 휘두르는 혹독하고 엄격한 아버지 역할을 했지만 저녁이 되면 구성원들에게 따뜻한 아버지 어머니로 돌아왔다. 재벌총수가 재벌일 일으킨 리더십은 가부장적 리더십(Paternalistic Leadership)이었다.
실제 이들은 어려운 일이 생긴 직원의 가족을 자신의 가족처럼 일일이 챙겼다. 평생고용이라는 생각 때문에 회사의 모든 구성원은 실제 총수나 대표가 평생 자신의 가족처럼 돌봐야 할 가족이었다. 이들을 실제로 직원에게 사회적 부모의 역할을 수행해 대한민국에 굴지의 기업을 일궜다.
IMF가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한 개인의 선택과 경쟁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재벌을 만들어냈던 공동체 가족과 가부장 리더십 개념도 철저히 해체되었다. 직원에게 생긴 가족의 문제는 그냥 직원의 가족이 해결해야 할 문제로 외주화되었다. 총수의 사회적 부모의 역할은 사라졌다. 모든 것을 경제적 문제로 환산해서 효율적으로 경영할 것을 요구하는 신자유주의 압력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기업들이 해야할 일은 혈연적 가족의 개념을 넘어서 가치를 공유한 공동체 가족을 복원하는 일이다. 이미 고령화와 인구절벽에 도달한 대한민국이 모든 국민을 가치 가족으로 포용해 더 큰 가족으로 엮어내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기업이 지속가능한 회사가 되기 위해서는 빙산의 원리를 이해야한다. 빙산의 보이는 부분인 위는 비즈니스 모형이고 보이진 않지만 엄연하게 실재해 영향력을 미치는 빙산 아래 동은 진화한 가족으로 작동하는 가치 공동체다. 비즈니스 모형이 지속가능하게 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빙산의 아래 동을 구성하고 있는 운명과 가치 공동체라는 가족이 떠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가치와 목적에 대한 헌신을 통해 환대 받는 가족이다. 가치 공동체를 구성하는 가족이 사라지면 회사의 비즈니스 모형이 작동할 방법이 없다.
우리 회사를 다음과 같이 가치 가족 공동체 모델로 운영한다면 어떨까? 다음과 같은 상상적 실험을 해봤다.
할아버님, 할머님, 당신의 친한 친구들이 평생을 일해서 번 돈과, 퇴직금, 노후 자금을 몽땅 우리 회사에 장기 투자했다. 나와 우리 회사의 장래 투자 가치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회사는 이 분들의 노후인 전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장기적인 가치 증진에 기여하는 사업의 포토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우리 회사는 장기적 가치를 희생해가며 단기적 성과에 올인하는 일을 금기시한다.
직장 상사는 친형과 친동생이다. 능력 있는 형이 있으면 동생들이 나서서 힘이 되어준다. 동생이 잘 나가도 마찬가지다. 능력이 있는 동생이 먼저 팀장이 되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형이 자신을 장자임을 주장하지 않고 희생적으로 동생을 밀어준다. 이 점이 모든 것을 보스에게 올인해야 하는 조폭 카르텔 회사에서 형 동생 관계와의 차이다. 위계를 목숨처럼 지켜야 하는 조폭 카르텔 회사와 달리 모든 것이 수평적이고 유기적이고 벽이 없다. 한 마디로 소통, 환대, 인정의 천국이다.
부하들은 사촌 동생들이다. 사촌 동생들이 잘 성장하도록 무슨 일이든지 해주려고 노력한다. 사촌들을 성과를 잘 내기 위한 수단이나 인적 자원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촌들을 회사에서 주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일을 믿고 맡긴다. 사촌 동생들도 우리 회사의 목적과 가치에 대한 진정성을 알고 하는 모든 일에 책임과 성심을 다해가며 주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객은 내 아이들과 조카들이다. 우리 회사는 아이들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내 아이들에게 먹이고 입히는 것과 똑 같이 고객에게도 제공한다. 아이들이 잘 성장하기를 똑 같은 마음으로 고객이 잘 되기를 바란다.
사실 이 회사의 사장님은 자수성가한 우리 아버지이다. 아버지는 젊었을 때 시키는 일만 하기보다는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패밀리 카르텔 대기업을 때려 치우고 직접 회사를 창업했다. 대기업이 영혼도 없이 돈벌이에만 올인하고 월급 준다는 이유로 자신을 물건처럼 부리는 것을 극히 싫어 하셨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당신 손주들의 미래에 대한 약속인 사명을 가장 중시한다. 사명의 실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가치를 목숨보다 소중하게 생각한다. 돈 때문만이라면 아무리 자식이라도 이 회사에 다닐 이유가 없다고 항상 말씀하신다. 회사의 신조를 버릴거면 자신과 의절하자고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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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사진은 Nugget Market의 채용공고와 제대로 된 사업가들은 후세에게 미래를 남기기 위해서 사업한다라는 개념을 담고 있는 아리 왈락이 쓴 롱패스 Longpath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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