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나무는 한자로 진목(眞木) 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나무는 수만 가지가 있을 것인데 왜 굳이 참나무만 진짜 나무 즉 진목(眞木)으로 불려지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해 영국의 시인 알프레드 테니슨 (Alfred Lord Tennyson)은 참나무라는 자신의 시에서 참나무는 "그대의 고유한 삶"을 "나목의 힘"으로 키우기 위해 오랜 세월 차이와 반복이라는 세월의 검증을 통과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참나무(The Oak)

그대의 삶을 살라,

젊거나 늙거나

한결같이,

저 참나무를 보라

봄엔 찬연한 금빛(living gold)으로.

여름엔 풍성한 금(rich gold)으로

그리고 그 다음엔

처연한 (Sober-hued)

가을의 금빛으로

다시 돌아왔다.

모든 잎들이 옷을 벗은

겨울이 와도

보라, 그는 우뚝 섰있다

줄기와 가지뿐인

나목의 힘(Naked strength)으로.

The Oak

Live thy Life,

Young and old,

Like yon oak,

Bright in spring,

Living gold;

Summer-rich

Then; and then

Autumn-changed

Soberer-hued

Gold again.

All his leaves

Fall’n at length,

Look, he stands,

Trunk and bough

Naked strength.

영국의 참나무는 숲의 제왕이라고 할 정도로 울창한 숲을 만들어 산소를 펑펑 품어낸다. 참나무 숲은 일류가 가진 최고의 허파다. 특히 영국의 참나무는 우리의 참나무와는 달리 거대하다.

참나무가 열매를 맺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한 70년이다. 70년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반복되는 시간의 검증을 거친 참나무만이 열매를 맺는 차이가 허락된다. 70년 이상을 견뎌낸 참나무가 산출하는 도토리는 지독한 흉년이 들었을 때 사람들을 살려낸 구황 작물이었다. 도토리는 기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유일무이한 작물이다.

200년 정도 길러진 참나무는 배를 만들기 위한 원목으로 사용된다. 제대로 자라난 참나무는 숲의 제왕이기도 하며 다시 바다를 지배하는 바다의 제왕으로 거듭난다. 살아 있는 동안에는 무궁무진한 산소와 식량을, 죽어서는 질 좋은 탄소로 숯을 만들어 온기를 제공한다. 참나무는 성경에서도 가장 많은 비유의 대상이다.

테니슨은 시에서 작은 상수리 하나가 거대한 참나무를 이루고 겨울의 강한 나목으로 서있는 모습을 참 인생으로 비유했다. 시는 모든 후광이 사라진 후에도 나목으로 당당하게 서 있는 참나무의 참모습을 노래한다. 자신의 본질을 상징하는 상수리를 통해 참나의 모습을 지키고 실현시키는 한 참나무는 찬란한 봄에도 무성한 여름에도 인생의 깊이가 물든 가을에도 나목으로 남은 겨울에도 모두 금 빛이다.

인생을 4막 5장으로 비유한다면 봄은 청년, 여름은 중년, 가을은 장년, 겨울은 노년이다. 참나무가 노년의 강건함과 당당함이라는 금빛을 유지하려면 상수리 씨앗의 진실을 키워가며 삶의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반복되는 동안 다시 태어나서, 자라고, 성장하고, 꽃피고, 열매 맺고, 죽은 5장을 다시 반복해야 한다. 자신을 잃어버릴 수 밖에 없는 무한 반복 속에서 자신을 자신으로 지키고 키우며 자신으로 살아야 나목의 겨울에도 금빛을 유지하는 차이 나는 참나무가 될 수 있음을 가르치고 있다.

반복되는 계절 속에서도 참나무에게 가장 중요한 계절은 가을이다. 참나무에게 가을은 정신을 차린 찬연한 (Sober-hued) 금빛이다. 인생에서도 가을이라는 장년기는 자신이 부모로 부터 물려받은 유전자 복권(머리, 외모, 재산, 철학)의 후광효과에서 오는 몽롱한 술취함에서 벗어나 (Sober-hued) 자신의 제대로 된 참모습을 직시하고 찾아내는 시기이다. 부모가 물려준 유전자 복권의 당첨금이 다 떨어져감에도 참 나를 만들어지 못한 삶을 산다면 겨울을 맞이해 나목은 금빛의 강건한 나목이 아니라 추례한 나목으로 전락한다. 참나무에게 자신의 존재의 본질을 실현시켜가는 한 봄, 여름, 가을, 겨울 색깔은 한결같이 모두 금빛이다.

성공적인 삶을 살았는지는 겨울에 판명난다. 겨울은 부모의 유전자 후광의 잎새가 다 떨어져 나간 나목임에도 찬연한 금빛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검증해준다. 겨울에도 찬연한 나목임을 보여준 참나무만 자신이 품었던 진실(상수리)에 대한 약속을 지켜 후세에게 강건한 나목에 되어서 기억의 유산으로 남는다. 겨울에도 찬연했던 금빛 참나무는 죽은 후에도 배가 되어 대양을 누비거나 프로메데우스가 선물한 불을 살려내는 숯이 되어 문명을 키울 것이다.

참나무의 삶은 엄청난 유전자 복권을 받고 천재라는 이름으로 칭송되며 초반에 꽃 피우다 어느 시점에 캄캄한 밤하늘에 불꽃놀이 어둠으로 사라지는 타고난 천재의 삶이 아니라 시간의 검증 과정인 반복을 통해 조금씩 자신만의 고유한 차이를 만들어내고 마지막에 대작을 드러내는 늦깎이 천재들의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을 노래하고 있다.

우리 대부분은 유전자 복권에 의해 결정되는 타고난 천재의 행운을 타고 나지 못했어도 시간의 검증(반복을 통해 자신만의 차이를 만들 수 있는 지에 대한 검증)을 통해 늦깎이 천재의 삶을 선택하고 증명할 수 있다. 특히 초뷰카 시대를 맞이해 생성형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이 타고난 천재와 전문가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가 살 길은 늦깎이 천재의 삶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