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을 가르칠 때 리더십은 머리와 가슴의 거리인 16인치의 계곡을 어떻게 극복하는 지의 문제라고 가르친다. 중요한 꼭지를 지적한 것은 사실이지만 리더십의 본질을 제대로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리더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머리와 가슴 사이의 16인치를 극복하는 문제를 넘어 머리와 다리 사이의 더 큰 거리에서 생긴 지행격차를 극복해야 하는 문제이다.

머리로 생각한 것과 다리로 실천할 수 있는 것 사이의 갭이 지행격차이다. 리더가 생각하는 것을 스스로가 실천하는 것은 큰 문제가 없겠지만 리더의 전략을 부하들이 나서서 발로 실천하는 것은 쉬운 문제는 아니다. 리더의 생각과 부하의 발 사이의 지행격차를 극복하는 전략으로 평가와 인센티브 등을 가동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리더의 머리와 부하의 발 사이의 거리를 극복하기 위해 리더의 무게 중심이 머리에 있으면 가슴으로 끌어 내려야 하고 무게 중심이 다리에 있다면 가슴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머리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능을 인지지능이라고 하고 가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정서지능이라고 부른다. 리더의 인지지능에 관해 알려진 사실은 리더를 따르는 사람들에 비해 표준편차 1을 넘는 인지지능을 가진 사람들이 리더십을 발휘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사실이다. 사실 천재적 지능을 가진 사람이 문제를 일으킨 케이스는 차고 넘쳐도 성공한 케이스는 없다. 인지적 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리더가 감당해야 할 일반적 상황인 스트레스가 있는 상황에서 문제해결력이 급격하게 떨어진다는 연구도 있다.

어느 정도 머리를 가진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것은 리더십의 필요조건이지만 가슴의 능력을 이용할 수 있는 정서지능은 성공하는 리더의 충분조건이다. 사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들어오는 데이터가 쓰레기라면 산출물도 쓰레기가 된다. 문제는 중요한 데이터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통해 전달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서지능이 높은 사람들은 사람들 마음 속에 숨겨진 질 높은 수준의 데이터를 끄집어 낼 개연성이 높다. 일상에서도 마음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사람들 앞에서는 누구나 미주알 고주알 마음 속에 감춰진 정보를 다 털어 놓게 되어 있다. 정말 스마트한 리더는 말하는 시간을 줄이고 구성원의 마음 속 생각과 느낌을 듣고 채굴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같은 조건이라면 머리만 좋은 리더와 머리도 좋지만 정서지능이 있는 리더가 처리하는 정보 수준과 의사결정의 질적 수준은 천양지차다. 사람들이 인지적 머리만 좋은 리더를 헛똑똑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정서지능이 평균 이하인 사람들이 리더가 되면 조직은 큰 재앙을 맞는다. 정서지능이 낮은 리더들은 자신의 감정상태가 어떤 지와 남들의 감정상태도 어떤 지를 잘 인지하지 못한다. 자신과 남들의 감정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니 차이를 이용해서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지 못해 관계가 점점 나빠진다. 또한 자신의 심기와 맞지 않으면 격노하고 화를 내서 긍정적 감정 잔고가 빠져나가 긍정적 잔고가 파산 상태다. 정서지능이 낮은 리더와 일하는 부하들은 리더의 부정적 감정에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리더의 심기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고 이런 심기에 맞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제공하게 된다. 이런 분위기가 강화되면 이 리더가 이끄는 집단은 집단사고로 몰락한다.

양재동 하나로 마트가 이틀 간 특별 세일로 파 한 단의 값을 대폭 낮춰 875원에 파는 행사를 시행했고 이 시기에 대통령이 이곳을 방문한 것으로 보인다. 드디어 보고 싶은 것을 목격한 대통령이 "대파 한 단에 875원이라면 가격이 합리적이다"라는 판단했고 "다른 곳에서도 마찬가지냐?"고 물으니 리더가 원하는 답을 알고 있던 참모가 조사도 안 해보고 "그런 것같다"고 답한다. 하지만 사실과 다르다. 다른 하나로 마트 지점이나 대형마트에서는 현재 대파 한 단에 2400~4000원에 판매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파 한 단의 도매 시세는 3300원으로, 대형마트 권장 판매가는 4250원이다.

평상시 리더의 격노에 기세가 눌려 살면 부하들은 리더의 기분에 맞춰 비현실적 피드백을 제공할 수 밖에 없고 결국 리더는 현실 감각이 떨어지는 "벌거숭이 임금님"이 된다.

인지지능은 단기간에 개발하기가 어려운 반면 정서지능은 자신에 대한 성찰만 제대로 되어 있다면 단기간에 충분히 개발이 가능한 지능이다. 가장 높은 수준의 정서지능을 결정해주는 긍휼감(compassion)까지 도달하기는 힘들어도 대통령이 최소한 격노라도 멈춘다면 대한민국이 더 힘들어지는 불운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조직 단위던 최고 리더의 부정적 정서는 약한 고리를 타고 사회적 토굴파기(Social Undermining)를 통해 순식간에 전체를 전염시킨다. 가득이나 어려운 시기에 구성원은 이유도 모르게 자신에게 부과된 정서적 고갈을 감내해야 한다.

높은 직위에 있는 사람이 아무 생각 없이 기분에 따라 상습적으로 격노하고 살았다면 이들의 격노만 멈춰도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셈이다. 리더의 격노가 필요한 상황은 누군가가 나서서 약자에게 불공정을 강요할 때다. 강자와 가족과 카르텔을 보호하기 위한 리더의 격노는 역풍의 대상이 된다.

가슴이 따뜻해져야 머리와 다리 사이에서 생기는 지행격차를 극복할 수 있는 징검다리를 얻는다. 가슴이 따뜻해야 주변 사람을 통해 중요한 정보가 걸러지지 않고 전달된다. 가슴이 따뜻한 리더가 리더십의 101원리로 회자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