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 Natural Learning > MBTI 제대로 알고 사용하기 온전한 자신을 위한 근력

MBTI는 융이 제시한 4차원의 성격 유형을 Myers와 Briggs가 16가지 성격유형으로 재조합한 것이다. 융은 자신의 성격유형이 이원론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지속적으로 경고했는데, Myers와 Briggs는 융의 경고를 무시하고 한 차원이 발전되면 다른 차원은 발전되지 않은 Zero Sum 모형으로 융을 왜곡했다.

융은 온전한 사람으로 성장한다는 것은 외향성(Extrovert)/내향성(Introvert), 경험(Sense)/직관(Intuition), 사고(Thinking)/감정(Feeling), 판단(Judging)/지각(Perception)이라는 8가지 차원이 모두 확장되었을 때라는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그림에서 하늘색 프로파일).

하지만 Myers와 Briggs가 만든 MBTI 척도는 융의 온전한 인간에 대한 견해와는 달리 각각의 변수를 융이 제시한 4차원의 양극단에 위치시켰다. 결국 융이 지향했던 8가지 차원이 동시에 높은 온전한 인간으로 성숙되는 과정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이런 점에서 MBTI는 반 융적이고 융의 생각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성격 분열의 도구다. 더 나아가 MBTI는 자신이 개발해내지 않은 유형은 개발하기보다는 이미 개발된 사람과 연결해서 소통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쉽게 해결하라고 주문한다.

이런 이분법적 성격에 대한 접근이 가지는 위험성은 일단 분류한 후 자신이 어떤 유형에 속한다고 결론을 내리면 이 개념에 의해서 파악되지 않는 속성은 없는 것으로 치부한다는 점이다. 마치 성격에서 프로크루테스의 침대를 운용하는 것과 같다. 프로크루테스라는 희랍의 신은 돌아다니는 사람을 잡아다가 자신이 쓰는 침대에 눕혀보고 침대에 맞지 않으면 손발을 자르거나 늘렸다. 침대보다 손발이 길면 잘라버렸고, 짧으면 늘려서 침대 사이즈에 맞췄다. MBTI에서 각각의 유형이 49대 51로 분류되었어도 MBTI는 침대에 해당하는 51을 받아들이고 분류되지 않는 49를 버리라고 주문한다. 성격의 손발을 잘라버리라고 주문하는 것이다.

이것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상상적 실험을 해보자.

융에 따르면 인간은 마치 빙산과 같다고 본다. 빙산에는 빙산의 보이는 부분인 윗동과 보이지 않는 부분인 밑둥이 만든다. 빙산의 보이는 부분이 보일 수 있게 떠 있기 위해서는 빙산의 밑둥에 해당하는 보이지 않는 부분이 부력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우리가 살면서 세상의 문제를 온전하게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방식도 결국 빙산의 윗둥과 밑둥의 협업을 통해서다. 일반적으로 자신이 더 개발한 부분은 빙산의 윗둥이고 개발이 덜 된 부분은 빙산의 밑둥을 구성한다.

MBTI의 관점에서 이념형적으로 빙산의 윗둥 즉 보이는 부분만 가진 사람들은 ESTJ에 해당하는 사람들이고 이념형적으로 보이지 않는 밑둥만 가진 사람들은 INFP다. 그림에서 빨강색의 프로파일이 빙산의 윗둥만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고 파랑색의 프로파일이 밑둥만 가진 사람들이다. 전통적으로 변화가 그리 급격하지 않던 시대에는 ESTJ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한계를 잘 알고 INFP유형을 자신의 참모로 둘 경우 이들의 문제해결력이 극대화 되어 리더로 등극하는 것이 추세였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변화가 상수가 되어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초뷰카 시대에는 다르다. 초뷰카 시대 리더 유형은 IN 스타일이 ES 스타일을 참모로 두고 활용할 경우가 더 많다.

빨강색 프로파일은 외향성. 판단, 사고, 경험의 측면이 극도로 발달된 반면 내향성, 지각, 느낌, 직관이 제로인 사람이다. 반면 파랑색 프로파일은 반대다. 삶에서 극단적으로 빨강색 프로파일을 가지고 살고 있다면 엑세레이더는 있는데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를 운전하는 삶과 비슷하다. 파랑색 프로파일은 엑세레이더가 없는데 브레이크만 있는 자동차와 비슷하다. 두 자동차가 삶에서 적절하게 작동하지 못하는 것은 어린이들도 아는 진리다. 이런 극단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마찬가지다. MBTI 16가지 유형에 분류된 사람들 모두가 각 차원에서 적어도 90% 대 10% 정도 포함된 쪽과 배제된 쪽이 평가되었다면 할당된 유형에 상관없이 이들 모두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한다.

융이 지금 다시 살아나서 MBTI가 사용되는 방식에 대해서 코멘트를 한다면 MBTI 진단은 지금 상태에 대한 초기값으로 사용하고 궁극적으로는 온전한 거미집 형태를 완성하기 위해서 노력해줄 것을 제안할 것이다. 세상의 문제는 한쪽 스타일로만 풀릴 수 없다. 모든 스타일이 협업으로 동원될 때만 문제를 생산적이고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지금 당장 일을 처리하기 위해서 외향형 사람인 경우 내향형의 도움을 받아야 하지만 상황이 도움을 줄 내향형 사람이 주변에 없다고 가정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또한 자신에게 편한 스타일인 외향형이 문제를 온전하게 풀기 위해 항상 내향형 사람이 필요할 경우도 문제다. 의존성이 심화되면 어떤 상황이 닥쳐도 지속 가능하게 문제를 잘 풀어낼 수 있는 방법도 없다. 상대의 스타일을 이해해서 관계를 개선하는 것을 넘어서 자신이 없는 스타일을 꾸준히 개발해서 내재화 하지 못한다면 문제해결에서 종속을 벗어나 주인답게 삶을 살 방법이 없다.

네 가지 차원의 양극단을 모두 개발해 융이 생각하는 온전한 인간으로 조형하기 위해 따라야 할 원리에는 어떤 것들일까?

첫쨰, 외향과 내향에 관해서는 "밖으로 멀리 뛰기와 안으로 깊이 뛰기"를 제안한다. 외향형이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에 열정을 느껴도 자신이 만나는 네트워크의 다양성을 신장하는 쪽으로 밖으로 멀리 뛰기를 해야하고 아무리 밖으로 돌아다니는 일에 바빠도 자신의 남들에게 방해 받지 않는 시간의 일정 부분을 자신의 내면으로 들어와서 성찰하는데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 실제 훌륭한 CEO로 등극한 사람들은 자신이 아무리 바빠도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데 시간을 쏟았다고 고백한다. 물론 내향적인 사람들은 네트워크 다양성을 구축하는데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이다.

둘째, 경헝과 데이터를 중시하는 S형과 보이지 않는 직관을 중시하는 N형에 따라야 할 원리는 "과거와 미래를 현재로 가져와서 현재를 통해 연결하라"는 원리를 제안한다. 경험과 데이터로 나타난 것은 과거로 발현된 것이고 미래는 가설로 존재한다. 과거에 성공으로 판명된 경험과 데이터만 중시할 경우 예측불가능하게 나타나는 미래의 기회를 놓친다. 미래의 가설만 중시하는 경우 현실의 제약을 이해하지 못하고 꿈만 추구하다 어떤 미래도 만들지 못한다.

문제를 제대로 풀기 위해서는 과거가 지금 현재에 맞게 해석되어 새롭게 전개되는 지평을 찾아내야 한다. 현재를 통한 과거의 부활이 요구된다. 또한 새롭게 해석된 지평에 맞춰 미래의 씨앗을 가져와서 과일 나무로 키워야 한다. 미래를 현재로 연결시켜 가져오는 작업이다. 과거의 데이터도 현재의 새로운 지평에 맞춰 새롭게 해석되어야 하고 미래의 씨앗을 가져와 길러내는 작업도 현재를 통해서 이뤄진다. 과거와 미래가 현재를 통해서 열결되지 못한다면 과거의 경험과 데이터 감옥에 갇혔거나 미래의 희망을 따라가다 파랑새가 되어 소진되는 사람으로 삶을 종결할 것이다.

셋째 감정을 중시하는지 사고를 중시하는 지의 문제는 몸과 머리를 온전하게 통합해서 자신 삶의 주인으로 거듭나는지 문제다. "삶의 주인이 되라"는 원리가 요구된다. 인간은 머리, 가슴, 다리를 통해 자신의 의도를 표현하고 세상과 교류한다. 머리는 끌개이고 다리는 밀개이고 가슴은 이 둘을 다시 연결시킨다.

어떤 일을 할 때 머리로 계산해서 이득이 발생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을 때 일이 시작된다. 머리는 일의 시작을 이끄는 끌개다. 튼튼한 근력을 형성한 다리는 밀개의 역할을 한다. 다리 근력이 밀개인 이유는 지금까지 자신에게 만족을 주었던 특정한 방식이 반복되어 습관으로 굳어졌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가슴이다. 머리로 생각한 것이 가슴을 뛰게 만들지 못한다면 머리는 혼자는 다리를 일으켜 세우지 못한다. 가슴이 뛰는 일이란 자신이 존재감이 부각되는 주인임을 깨닫는 사건을 통해 생성된다. 주인이 되어서 살아보겠다는 가슴 뛰는 심장이 작동하지 않는다면 아무리 이득이 되는 생각이 들고 습관으로 쉽게 할 수 있어도 실제로 자발적으로 자신을 움직이게 할 방법이 없다.

넷째, 지각(P)과 판단(J)의 영역은 세상의 질서를 조직하고 이해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다. 정해진 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J의 스타일이고 정해진 답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P의 스타일이다. P와 J를 이어주는 방식에서 제안하는 원리는 "급진적 거북이" 방식이다. 급진적 거북이는 자신의 목적지에 도달해야 하는 인생의 답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답에 대해서는 급진적 믿음을 가지고 있는 반면 이 목적지에 이르는 실제 답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의 경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실험실을 만들고 거북이처럼 조금씩 반복을 반복해가며 만들어가는 방식을 사용한다. 자신을 통해서 답이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은 누구보다 급진적이고 강력한 J 스타일이지만 실제 답을 만드는 방식은 자신만의 실험실에서 답의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타당성 검증을 수도 없이 반복해서 답을 조형해가는 P의 스타일이다.

융이 다시 살아나면 MBTI에 열광하는 사람들에게 다음과 같이 충고할 것이다. MBTI 진단값은 현재 자신 문제해결 스타일에 대한 초기값으로 생각하고 이 진단에서 파악된 찌그러진 거미집을 펴서 온전한 바퀴로 만든 작업을 완성해라. 현 MBTI 진단으로는 융이 제안하는 온전한 인간에 가장 가까운 사람들은 모든 차원이 중간값으로 나와서 MBTI 진단이 무의미한 경우다.

융의 입장에서 세상의 문제를 온전하게 창의적으로 해결하는 사람들은 확장된 온전한 거미집을 가진 인간형이다. 이들은 1) 밖으로 멀리 뛰기와 안으로 깊이 뛰기를 할 수 있는 공간 근력 2) 과거와 미래를 현재를 통해서 연결할 수 있는 시간 근력 3) 머리와 다리를 가슴의 주임됨을 통해 몸을 온전하게 일으켜 세울 수 있는 주임됨 근력 4) 답에 대한 믿음과 어려운 상황에서도 답을 찾는 실험을 지속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 근력에 의해 결정된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