톨스토이는 "모든 사람들은 세상을 변화 시킬 것을 주장하지만 정작 자신의 변화를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는 주장으로 근원적 변화(deep change)의 원리에 대한 큰 깨우침을 주었다.

톨스토이의 모든 소설은 자신과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근원적 변화(Deep change)에 대한 장엄한 역사적 서사다.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 <고백> <신의 왕국은 당신 안에 있다>에서도 일관되게 자신의 변화에서 시작되는 근원적 변화의 원리를 설파하고 있다.

주인공들은 대부분 처음에는 변화에 실패한다. 자신 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괄호치기 해놓고 남들을 비난하고 이들의 변화만를 강요했기 때문이다. 주인공들은 어느 순간 이런 방식으로는 자신들이 바라는 세상을 만들 수 없다는 각성 체험에 돌입한다. 각성체험을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지 못한 것에 대한 자기 반성에 진입하고 자신을 실제로 변화시키기 위한 사랑, 연민, 긍휼, 용서, 감사, 고양과 같은 도덕적 정서의 힘을 깨닫는다. 이런 도덕적 정서로 자신의 이고(ego)를 녹여내는 자기초월을 경험한다. 한 마디로 톨스토이는 모든 성공한 선한 세상을 위한 변화는 리더가 먼저 자신이 먼저 근원적 변화를 체험할 때 가능함을 설파하고 있다.

평생 자신을 변화시키는데 실패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운용하는 사람들이다. 프로크루스테스는 희랍 신화에 나오는 신으로 세상은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어서 자신을 빼고 모든 사람들을 자신의 모습에 맞게 변화시켜야 된다고 믿는 편견과 아집과 오만의 신이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지나가는 사람들을 잡아다 자신의 침대에 눕혀 놓고 침대보다 손이 길면 손을 자르고 발이 짧으면 발을 늘려서 상대를 변화시켰다.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부모로부터 받은 머리, 재능, 재력 등 유전자 복권 때문에 지금까지 성공적 삶을 살아 왔지만 이 성공의 덫 때문에 자신의 아집과 편견을 절대 벗어나지 못하는 엘리트에게 더욱 심각한 문제다.

자신의 변화를 전제하지 않고 남들의 변화를 주장하는 사람은 모두 자신만의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운용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의 독선과 오만과 편견의 침대에서 간신히 벗어나 생명을 구한 사람들은 자신들만의 침대를 만들어 프로크루스테스에 보복하고 이들의 아류로 거듭난다. 이들은 남들을 잡아다 자신의 침대에 눕혀 놓고 변화를 강요하는 십자군 전사들이다.

십자군 전쟁은 1095년부터 1291년까지 약 200년 동안 9차례에 걸쳐서 지속된 종교 전쟁이다. 유럽 기독교 국가들은 레반트 지역(현재의 시리아, 레바논, 이스라엘, 팔레스타인)을 지배하고 있는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예루살렘을 포함한 성지를 탈환하기 위한 전쟁을 치뤘지만 결국은 자신들이 먼저 무너졌다. 지금도 기독교와 이스람 국가는 자신 종교로 만든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를 운용해가며 상대를 변화시키기 위해 십자군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선거에 이긴 쪽은 이긴 것을 빌미로 상대의 변화를 요구하고 진 쪽은 지금은 입을 다물고 있지만 자신들이 진 이유는 상대를 변화시키는데 실패해서라고 믿고 있다. 이들 모두는 상대의 강력한 변화 요구에 형식적으로 대응하는 척하지만 스스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생각은 추호에도 없다.

근원적 변화란 힘이 있고 이긴 쪽이 먼저 스스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일 때 성공한다. 지금 선거 결과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는 것을 보면 진 쪽이나 이긴 쪽 어느 쪽도 자신들이 먼저 변화하겠다는 자성과 성숙함이 없다. 이런 식이라면 선거를 100번 치뤄도 대한민국은 이긴 쪽이 진 쪽을 몰아치다 서로 지쳐서 쓰러지는 십자군 전쟁을 지속할 것이다. 십자군 전쟁이 지속되는 한 대한민국의 근원적 변화는 물 건너간 것이다.

세상의 대부분 문제가 자신이 알 속에 갇혀서 색안경을 끼고 세상을 편파적으로 재단하고 판단한 것에서 생겼음을 각성해야 한다. 자신의 알을 깨고 나오는 자기 변화를 통해서 자신 밖에서 본 세상의 날 현실을 보려는 용기가 근원적 변화의 원천이다.

근원적 변화(Deep Change)는 십자군 전쟁을 중지하고 리더 스스로가 먼저 변화해야 함을 각성하고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한 용기를 보일 때만 가능하다. 민주당과 연합한 거대양당은 변화할 의지가 없는 상대를 쥐 잡듯이 일방적으로 몰아세우며 십자군 전쟁을 하기보단 자신들이 먼저 환골탈퇴 해가며 변화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니 상대도 변화해 달라고 현명하게 주문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선거에 이겼다고 변화해야 할 당위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선거에도 나타났듯이 국민의 절반은 야당을 지지하지 않는다(실제로 여당과 야당의 표차는 5.4%이지만 야당이 얻은 의석수는 1.8배다). 이런 뺄셈 정치의 현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면 대한민국의 정치의 근원적 변화는 선거에서 이긴 민주당과 야당연합이 먼저 시작하는 것이 맞다. 이들의 맏형 민주당이 지금까지 정치의 냄새나는 구태를 벗어버리고 먼저 환골탈태하는 근원적 변화의 모습을 보여야 대한민국도 변화한다.

이런 뺄셈정치로 국가가 두 쪽으로 분열된 현실을 무시하고 상대에게만 일방적 변화를 요구한다면 어느 순간 열광했던 민심도 싸늘하게 식기 시작할 것이다. 민심이란 근원적 변화에 성공해 대한민국이 점점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되는 것을 국민들이 주체적으로 체험하기 시작할 때 국민들이 마음을 합해 공급해주는 국가의 내재적 에너지 잔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