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리더십의 핵심은 지도술이다.

세상이 변화하면 이에 맞춰 새로운 지도를 그려내는 작업이 진성리더가 해야 할 책무다. 진성리더는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길을 업데이트해서 정신모형 I이라는 지도를 만들어내고 현재에서 미래로 이르는 길을 업데이트해서 정신모형 II라는 두 개의 지도를 조합해낸다. 정신모형 1에 업데이트 된 길은 오래된 새 길이고 정신모형 II에 업데이트된 길은 미래에서 현재로 가져온 길이다.

어떤 사람은 세상이 변했으면서도 오래전에 그렸던 정신모형 I의 지도와 정신모형 II의 지도를 업데이트 하지 않아서 해상도가 떨어지는 지도로 세상을 항해하고 있다. 쇼펜하우어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지도에 해당하는 표상이 세상의 본질에 해당하는 의지를 반영해 업데이트되지 못해 겪는 모든 어려움을 고통의 원천이라고 보았다. 우리가 고통스러운 삶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모두 변한 세상에 맞는 해상도가 뛰어난 지도를 그려내고 업데이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해상도가 떨어지는 희미한 지도와 현재와 맞지 않는 잘못 그려진 지도를 가지고 항해하다 보니 길도 어굿나고, 가끔은 허공임에도 현실이라고 믿고 걷다가 실족해서 떨어지기도 한다. 구토가 생기고, 현기증이 생기고, 맨붕이 생긴다. 쇼펜하우어는 잘못 그려진 지도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 사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고 살아내야 하는 것을 고통의 원천으로 규정한다.

지도술사로 비교적 해상도가 뛰어난 과거와 미래가 현재로 이어지는 지도를 수시로 그려내는 진성리더들도 매번 새로운 지도를 그려내야 하는 고통을 벗어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지도에 대한 개념이 없이 사는 일반 리더들보다는 고통이 덜 심하다.

특히 초뷰카시대는 세상이 급박하게 돌아가서 과거에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승승장구하는 삶을 살았어도 어느 시점에서는 모두 길을 잃게 마련이다. 초뷰카시대는 길 잃음이 실존적 현실이다. 이런 현실은 기업, 사회, 국가 모두 마찬가지다. 무서운 사실은 길을 잃었음에도 마치 길을 잃지 않은 것처럼 위장하고 살 때 감춰진 싱크홀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일이다. 초뷰카 시대를 사는 리더의 역량은 길을 잃었음을 인정하는 용기와 길을 잃었을 때 다시 새롭게 변한 지형에 맞는 지도를 그려내는 역량이다.

진성리더십에서 많이 거론하는 나침반은 방향을 찾아내는데도 도움이 되지만 더 실질적인 도움은 지도제작도구로서 사용될 때다. 나침반만 있다면 누구든 언제든 길 잃은 지점을 찾아내고 혼자 혹은 구성원과 협업해서 새로운 지도를 그려낼 수 있다. 길 잃었음을 인정하는 용기과 나침반이 있는 진성리더들은 미래를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어떤 상황에서도 진성리더가 근원적 자신감(Unconditional confidence)을 잃지 않는 것은 길 잃음을 인정하는 용기와 나침반을 통해 새롭게 지도를 그려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오랫동안 자신의 지도를 업데이트 하지 못한 사람들도 반드시 선제적으로 지도를 업데이트 해야 할 시점은 실패했을 때보다는 성공했을 때이다. 실패 경험은 억지로라도 지도를 업데이트하게 만들지만 성공은 지도를 업데이트할 필요성을 부인하여 삶을 파국에 이르게 만든다. 성공했다는 것은 성공의 결과가 피드백 되어 성공한 리더의 환경이 변화시키기 시작했고 따라서 지도를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큰 어려움에 도달할 것이라는 시그널이다.

젊었을 때 엄청난 통찰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던 분들이 연세가 들어서는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기시감까지 느껴지는 언사를 통해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성공에 취해 오랫동안 지도를 업데이트하지 못했고 결국 자신의 지도의 감옥에 갇힌 삶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도는 업데이트하지 못하면 자신을 가두는 감옥으로 전환된다.

진성리더십 도반들은 자신의 나침반에 근거해서 자신이 언제 진성리더의 나침반과 횃불을 부여 받았고, 지금 어디에 서 있고, 횃불을 꺼치지 않고 목적지를 향해서 가고 있는지에 대한 지도를 제작하고 업데이트 하는 글쓰기 작업을 한다. 자신의 삶이 끝나는 지점에서 남들이 써주는 자서전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 삶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진북여행의 지도를 그려보는 작업이기 때문에 이 작업을 자저전 작업이라고 부른다. 진성리더들에게 자저전 글쓰기는 자신의 지도를 업데이트하는 작업이다. 자저선을 완성한 진성도반들은 삶의 해상도가 갑자기 높아지는 체험을 고백한다. 자서전이 새롭게 업데이트한 지도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다시 자신의 나침반을 꺼내 놓고 사건을 경험할 때마다 N번에 걸쳐 과거와 미래를 현재와 연결하는 Connecting dots이라는 지도술사 작업을 수행한다. 새롭게 그려진 지도에 근거해 종국에는 자신들이 약속한 진북에 성공적으로 도달할 것이다.

=====================

“측량을 배운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세계를 측량해보려는 욕망이 존재한다. 자신의 몸으로 세계를 재어보려는 욕망 말이다. 그런 탓인지, 어느 틈엔가 나는 모든 상황을 내 몸으로 이해하지 못하면 불안감을 견디지 못하는 종류의 인간이 돼버렸다. 하지만 측량의 세계에 더 깊이 빠지면 빠질수록 ‘노력하는 한, 인간은 잘못을 범한다’라는 괴테의 말을 이해해야만 한다는 걸 깨닫게 된다. 측량의 세계에는 근사치만 있지, 참값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요컨대 측량이란 완전해지지 않으려는 태도를 익히는 일이다. 자신의 몸으로 세계를 재어보면 분명 참값을 경험할 수 있지만, 그것을 도면으로 옮길 때는 참값을 포기해야만 한다.”(김연수, )

=====================

#천의고원 #플랫폼 #진북술사 #진북지도술사 #도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