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스토텔레스는 행복을 앞에서 이끌어주는 끌개(Attractor)와 뒤에서 밀어주는 밀개(Reinfocer)의 협업이라는 측면에서 가장 심도 있게 분석한 철학자이다.

그는 행복의 본질을 유데모니아(eudaimonic Wellbeing) 상태로 칭했다. 유데모니아는 자신을 존재의 수준에서 차별화 시키는 삶의 목적을 각성하고 이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해 목적을 현재 자신의 삶과 일로 가져와서 목적의 주인이 되어 실현시키는 과정을 의미한다. 유데모니아는 현재 자신의 삶에서 목적이 조금씩 실현되어 자신이 성장하고 성숙해지고 결과적으로 <번성>하는 체험을 의미한다. 행복이란 삶을 점점 통제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가는 주인되어감을 의미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리가 추구하는 수월성(arete 아르떼; 영어의 excellence)도 최고 수준을 달성한 상태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수월성이란 어제에 비해 오늘의 나는 목적에 좀 더 가까워져 있고 내일의 나는 오늘의 나보다 더 목적에 더 가까워져 있는지의 문제다. 인격적으로 조금씩 더 성숙해지는 상태 즉 되어감(Becoming)의 상태다. 자신의 삶이 매일 조금씩 쪼그라들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유데모니아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런 본질적 행복과 대비되는 행복은 순간적 쾌락인 헤도니아(hedonic Wellbeing)다. 한국 사람들이 소확행이라고 부르는 것도 헤도니아 행복이다. 쾌락적 행복은 충분히 휴식해가며 맛있는 것 많이 먹고 포만감의 극치를 경험할 때 경험한다. 사람들은 쾌락적 행복의 극치를 경험할 때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대로 딱 죽었으면 좋겠다고 고백한다. 쾌락적 행복은 최근에 Warner Willson, Ed Diener 등 심리학자들에 의해 주관적 웰빙(Subjective Wellbeing)이라는 개념으로 정착되었다.

주관적 웰빙이란 모든 욕망이 충족된 상태에서 마치 자신이 세상을 다 가진 것같은 통제감을 느낄 때 경험한다. 주관적 웰빙은 파랑새의 은유가 그 본질을 잘 설명한다. 사람들은 주관적 웰빙이라는 파랑새를 쫓아가나 파랑새(통제감)는 쫓아간다고 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잡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세상은 다시 변화하여 통제 범위를 벗어난다. 잡았다고 확신했던 통제감이 신기루처럼 사라진다. 파랑새도 사라진다.

주관적 행복을 가져다주는 통제감은 유데모니아 행복을 끌개로 삼아서 자신의 삶의 목적의 주인이 되어 목적을 실현시키는 번성(Arte)을 구가할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밀개(Reinforcer)다.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s Network)가 <세계행복보고서 2023 (World Happiness Report)>를 통해 보고하는 것은 주관적 웰빙의 국제 순위다. 2023년 한국은 스스로 삶의 행복지수(Subjective Well-being)을 평가한 지수에서 10점 만점에 5.95점을 기록하여 OECD 38개국 중 35위를 기록했다. OECD 국가 중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그리스, 콜롬비아, 튀르키예 순이다. 전체 조사대상국 137개국 중 한국의 순위는 57위다.

대한민국이 먹고 살만한 나라가 되어서 주관적 웰빙 지수인 행복지수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지만 현실은 그 반대이다. 대한민국의 행복지수가 떨어지는 이유는 유데모니아 웰빙을 이끌어내는 목적의 상실 때문이다. 행복의 끌개가 사라지고 밀개만 존재하는 상태가 행복이라는 발전소를 지속적으로 돌릴 수 없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매일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편하게 쉬어가며 맛있는 진주성찬을 즐겨가며 산다고 상상해보자. 어느 순간 삶이 지루해지고 지옥같다는 느낌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청년들이 대한민국을 헬조선이라고 느끼는 이유는 행복의 끌개인 목적도 상실하고 목적을 상실하니 삶에 의미의 스파크도 사라지고 이런 날들이 지속되니 미래도 사라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국 남은 것은 지금 당장이라도 챙길 수 있는 소확행 뿐이다. 모든 젊은이들이 나서서 소확생만 추구하니 유데모니아라는 행복의 발전소가 붕괴되었다.

호주에서 호스피스 간호사로 일했던 브로니 웨어(Ware)가 호스피스 환자들과 지내며 출간한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The Top Five Regrets of the Dying)>에도 호스피스 환자들은 병에 걸리기 전에 더 유데모니아 행복을 추구하며 살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음을 가장 큰 후회로 생각한다. 삶의 목적을 스스로 선택해 주인의 삶을 살지 못했음에 대한 후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 한다. 행복의 끌개를 놓치고 밀개만 파랑새처럼 따라다니며 힘들게 자신을 소진시키고 살다가 병에 걸렸다는 후회다.

“삶은 선택이다. 당신이 주인이 되어 주체적으로 선택한 것만이 당신을 만든다. 의식적이고 현명하며 솔직하게 인생을 선택하십시오. 진짜 행복(유데모니아)을 선택하십시오(Life is a choice. It is YOUR life. Choose consciously, choose wisely, choose honestly. Choose happiness)”라고 썼다.

우리도 죽는 순간에 피하지 못하는 후회를 되짚어 보면 살면서 뭐가 중한디?라는 질문이 부각된다. 이 질문에 대해 죽음을 앞둔 호스피스 병동 사람들은 "스스로가 선택한 목적을 실현하는 주인된 삶"이라고 조언할 것이다. 주인됨의 시작은 자신이 세상에 온 이유인 "존재 목적"에 대한 깨달음이다. 가장 진실된 삶은 이 존재목적을 끌개로 삼아 삶 속에서서 조금씩 충실히 실현하는 삶이다. 파랑새인 주관적 안녕감(통제감)이 따라오는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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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뇌 호르몬 관점에서도 행복의 단기적 끌개만 추구하는 사람들은 엔돌핀 중독자가 된다. 행복의 단기적 밀개만 추구하는 사람들은 도파민 중독자로 전락한다. 행복의 끌개와 밀개가 모두 제대로 작동하는 사람들만 상황을 통제할 때 느끼는 세로토닌과 다른 사람들에 유대감을 느끼는 옥시토닌을 경험한다. 물론 자신이 원하는 수준의 엔돌핀과 통제 가능한 도파민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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