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24-10-06 12:49
[N.Learning] 급진적 거북이: 뒤집기 전략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807  
뒤집기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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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나무가 단단한 이유는 거센 바람에 오랫동안 시달렸기 때문이다.
버드나무가 살아남아 있는 이유는 구부려야 할 때 구부렸기 때문이다.
- 조단, 미국 작가
삶의 영광은 실패하지 않음이 아니라
실패했을 때 일어설 수 있음에서 찾아온다.
-만델라, 남아공 대통령
요트가 역풍을 이용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이유는 삼각돛을 이용한 뒤집기 동학의 원리를 터득했기 때문이다. 돛이 없거나 사각형 돛을 사용하던 고대의 배는 역풍이 불면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요트는 역풍이 불면 배를 역풍의 방향을 기준으로 45도 각도로 기수를 돌려 돛의 앞면으로 바람이 빠르게 비껴가도록 한다. 돛의 앞면으로 빠르게 바람이 흘러가면 돛의 앞면 부분은 기압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뒷면과의 기압 차이를 이용해서 앞으로 나가는 힘을 얻는다. 45도 각도로 빗겨서 진행하다 바람이 없어지면 다시 45가 되도록 다시 방향을 바꾸어 역풍에 대항해 지그재그로 전진한다.
뒤집기는 주짓수 씨름 선수들이 주로 사용하는 기술이다. 주짓수 씨름에서는 먼저 공격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공격해 올 때, 공격수의 허점을 찾아내 역으로 제압한다. 상대가 공격해 들어오면 방어선수는 45도 각도로 비켜선다. 비켜서서 앞만 보고 공격해 들어오는 선수의 무방비 상태인 옆면과 뒷면이 눈에 들어온다. 노출된 약점과 상대가 공격해 들어오는 힘을 역으로 이용해서 상대를 제압한다. 게임을 할 때 평소 상대의 약점과 강점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으면 상대가 공격할 때 게임을 가장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상대가 공격해올 때는 주로 강점을 기반으로 우리의 약점을 공격해오지만 이것에 대항하기보다는 공격을 피하면 자연스럽게 상대의 약점이 노출된다. 이길 욕심으로 무리하게 감행한 공격에 대항해 욕심 속에 숨겨진 약점과 균열에 쐐기를 박는다.
예를 들어 변화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분란이 생기면 자기 밥그릇 수호에 혈안이 된 사람들은 변화가 서로 화해하고 잘 먹고, 잘 살기 위함인데 굳이 싸워가면서까지 변화를 추구해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변화를 제안한 사람에게 역풍을 일으켜 공격한다. 변화의 노력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먼저 싸움을 건 것이다. 근원적 변화에 대한 이론이 정립된 급진적 거북이라면 구성원의 내부화합도 중요하지만 변화하는 시기에 내부화합이 목적이 될 수 없음을 설파한다. 내부화합은 조직의 존재이유인 고객과의 화합을 위해 수단으로 활용되어야 함을 설득한다. 그래도 역풍을 포기하지 않으면 변화를 거부하는 이유가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의도에 기반한 것임을 폭로한다. 자신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욕심을 내부화합으로 포장하다 고객과의 화합을 놓치고 고객으로부터 외면을 받게 되면 회사의 존재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설파해가며 뒤집기를 시도할 것이다.
현재 자신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변화에 저항하는 모습이 역풍이라면 자사의 제품이나 서비스로 해결해주어야 할 고객의 커지는 아픔, 100년 기업을 지향하는 회사의 목적과 사명, 이 목적과 사명을 비즈니스에 녹이지 못해 점점 존재감이 없어지는 회사의 모습 등등은 급진적 거북이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큰 순풍이다.
이런 순풍과 역풍의 동학은 한 기업에서만 작동하지 않고 비즈니스 생태계에는 보이지 않는 보편적 바람들이다. 경영자들이 이 바람의 방향을 제대로 포착하고 있지 못한다면 어느 순간 역풍에 속수무책 무너질 수 있다.
IBM은 1960년대에 'Think' 캠페인을 통해 기업의 이미지를 '혁신'과 '창의성'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 IBM은 당시 경쟁사인 컴퓨터랜드와 DEC가 가격 인하 경쟁으로 역풍 전략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Think' 캠페인을 통해 가격이 아니라 가치를 강조하는 순풍 전략을 펼쳤다. 그 당시 컴퓨터랜드와 DEC의 가격전략은 새로운 가치를 제시할 수 없음을 포장한 약점이었다. 컴퓨터랜드와 DEC의 공격에 뒤집기 전략인 가치 캠페인에 성공해 그 당시 IBM은 기업의 이미지를 혁신적인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오랫동안 경쟁우위를 점하는 게임을 지속할 수 있었다.
애플도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할 때 되치기 전략을 사용했다. 당시 전화기 시장은 블랙베리와 노키아 등이 주도하고 있었다. 이들은 자신의 강점인 하드웨어에 집중해가며 가격 중심의 공세를 펼치는 틈을 이용해 애플은 기존의 스마트폰과는 차별화된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을 강조하는 소프트웨어로 시장을 선점했다. 애플은 '아이폰'을 통해 '스마트폰은 단순한 전화기가 아니라, 새로운 생활 양식을 제공하는 기기'라는 인식을 고객에게 심었다. 블랙베리와 노키아는 자신에게 강점이자 밥그릇인 하드웨어로 애플을 공격했지만, 애플은 이들의 공격을 역으로 이용해 이들의 급소이자 애플의 강점인 소프트웨어 시장을 장악했다.
급진적 거북이는 순풍이 불어올 때는 순풍을 최대한 이용하고, 역풍이 불어올 때는 뒤집기 전략을 사용하고, 태양이 오랫동안 비추면 양산을 마련하고, 비바람이 몰아치면 우산을 제공하는 아웃스마터(Outsmarter)들이다. 이들 아웃스마터가 변화에 몰입하는 구성원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다양하고 유연한 전략을 만들 수 있는 이유는 이런 근원적 변화를 완수했을 때 도달한 목적지에 대한 굳건한 급진적 믿음 때문이다. 많은 역사적 싸움에서 다윗과 다윗을 열망하는 사람들이 다양한 골리앗을 제압하는 아웃스마터로 세워질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급진적 거북이는 사명과 목적을 밀알로 삼아 키우지 못한 사과나무는 언젠가 큰바람이 불면 뿌리가 뽑히는 것을 안다. 이들은 사명과 목적을 밀알로 삼아 제대로 키운 사과나무에 달리 썩은 사과들은 억지로 따내지 않아도 작은 바람이 불면 저절로 떨어져 나간다는 바람의 원리도 안다.
김 팀장의 한판 뒤집기 승부수
직장 생활에서 공격 방어가 순풍 역풍처럼 자유롭게 교환되는 장면은 회의 때다. 회의 때 자신의 개인적 욕심을 숨기고 경쟁 상대를 공격하거나 경쟁상태가 막강할 경우 막강한 상대와 연대하고 있는 약자를 공격할 수도 있다.
김 팀장은 첨단기술 회사의 기술영업팀을 이끄는 회사에 몇 안 되는 여성 팀장이다. 팀원 대부분은 남성이다. 공식 석상에서는 팀장이지만 팀원들은 전에 있던 남성 팀장처럼 팀장으로 대우해주지 않고 있다. 최근에 김새롬 씨가 새롭게 영입되어 팀 구성에 변화가 있었다. 김새롬 씨는 자사 기술의 미래 역할에 대해 누구보다 뛰어난 통찰력, 열정, 능력 모두를 겸비한 유망주다. 그런데도 지방대학 출신이라는 이유로 회사에 입사한 지 일 년이 다되어감에도 팀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에는 팀원들에게 왕따 비슷한 일을 경험하고 있었다. 특히 회의에서 이런 갈등이 공공연하게 표출되고 있다. 팀원들은 김새롬 씨가 좋은 의견을 제시하면 못 들은 척하거나 말이 되지 않는 이유로 깎아내렸다. 심지어 팀원들은 김새롬 씨에게 필요한 영업 정보를 공유하지도 않고 있다.
김 팀장의 느낌으로 이런 방식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다가는 김새롬 씨가 조만간 경쟁사로 이직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능한 인재를 놓치면 탄탄하지 못한 자신의 입지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다. 김 팀장은 문제가 생길 때마다 맞서 싸우기보다는 팀원들이 왜 그러는지 팀원 각자의 맥락과 의도를 분석해 전체적 지도를 그렸다. 지도가 그려지자 김 팀장은 연말에 예정된 중요한 전략회의를 결전의 날로 잡았다.
그날도 김새롬 씨가 회사의 가장 큰 고객인 A 회사에 대한 영업전략을 그 회사의 맥락에 맞게 수정하는 것이 어떠냐는 의견을 제기했다. 아니나 다를까 다른 팀원들이 갖은 이유를 들어서 말이 안 된다고 김새롬 씨의 제안을 깎아내렸다. 공통점이 지금 했던 영업방식을 유지하자는 이야기고 속내를 들춰보면 변화에 대한 거부다. 경영환경이 바뀌고 따라서 전략도 바뀌어야 함을 이해하고 있어도 김새롬 씨의 제안이 받아들여지면 자신들이 밥그릇으로 생각했던 어카운트(Account)를 뺏길 수도 있다는 불안이 컸다. 회의가 공전해가며 돌고 돌아 끝날 시쯤이 되었을 때 팀 선임 격인 안선임 씨가 앞에서 있었던 이야기의 전체적 맥락을 잊어버리고 김새롬 씨의 주장과 비슷한 제안을 제기했다. 전체 팀이 돌아가는 동학과 팀원 각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던 김 팀장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뒤집기 전략을 구사했다. 김 팀장은 안 선임 씨의 주장에 대해서 생각해보니 정말 중요한 아이디어라고 칭찬을 해주고 아까 김새롬 씨도 비슷한 우려 때문에 비슷한 제안을 했음을 상기시키고 팀원들에게 제안했다. “내가 보기에는 아까 김새롬 씨도 비슷한 생각과 제안을 했다고 생각하는데 안선임씨가 과제를 생성해서 경험이 많은 김새롬 씨와 같이 프로젝트를 진행해보는 것이 어떨까요?” 흥미로운데 아까 하셨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김 팀장은 뒤집기를 통해 중요한 팀원이었던 김새롬 씨가 없는 존재 취급받는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다른 팀원들도 어느 상황에서도 팀의 사명을 위한 일이라면 어떤 의견을 내도 김새롬 씨처럼 중요한 팀원으로 대접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고무되어 팀의 분위기가 점점 살아났다. 팀 회의 시 남의 이야기를 자르거나 건너뛰는 일도 점점 사라졌다. 김 팀장의 적절한 뒤집기 전략으로 팀이 정치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었고 팀의 동학이 살아나서 팀 전체가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물론 팀원들도 김 팀장을 팀장으로 생각하지 여성 팀장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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