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
급진 거북이(Tempered Radical)
11월 말에 신승철 대표의 잉걸북스에서 출간될 본인의 저서 <급진 거북이: 진성리더의 변화전략>이 막바지 출판 작업에 돌입했다. 급진 거북이는 진성리더들이 세상, 사회, 조직을 바꾸는데 사용하는 모든 근원적 변화 전략들을 행동경제학에 근거해서 총 정리한 책이다.
행동경제학적으로 근원적 변화를 성공하는지 실패하는지 문제는 게임이 반복된다는 가정을 전제로 개인의 합리성 가정에 근거해서 도달하는 내쉬 균형점(Nash Equilibrium)을 초기값으로 삼아 궁극적으로는 개인의 최적점일 뿐 아니라 집단적으로 최적점인 파레토 솔루션(Pareto Optimal Solution)에 도달하는 문제다. 반복적 게임 상황에서 개인의 이득과 집단의 이득이 융합되는 지점에 도달해 사회적 딜레마와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는 운동장(솔류션)을 만들어내는 과제다.
근원적 변화에 성공하는 급진 거북이가 채용하는 행동경제학 반복게임의 심오한 원리는 농부들이 밭을 가꿀 때 사용하는 전략인 "뛰어난 농부는 밭을 탓하지 않는다"에도 잘 표현되어 있다.
이 말은 고 노무현 대통령이 부산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해 패배한 후 책임을 밭에 해당하는 지역구에 돌리기보다는 산성화된 토양을 비옥한 토양으로 바꾸지 못해 자신이 뿌린 씨앗을 뱉어낸 자신의 문제로 돌리는 발언이었다. 선진적 정치이념을 받아들이지 못한 지역구민의 미성숙에 문제를 돌리기보다는 이들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한 자신에게 있다는 자세다. 선거에 패배한 정치인들이 겸손을 표현하기 위해 많이 쓰는 말이지만 이 말이 가지는 의미는 생각보다 심오하다.
논과 달리 밭은 대체로 높은 곳에 위치해서 잡초가 많고, 돌도 많고,거름도 부족하고, 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모든 밭은 농부에게 다 산성화된 땅이었다. 농부는 꼭두새벽에 일어나 돌을 주워내고, 잡초를 뽑고 퇴비를 만들어 산성화된 땅을 기름기 있는 땅으로 바꾸는 작업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물은 작은 퉁범을 만들어 비가 오면 저장하는 방식으로 조달한다.
밭이 안 좋다고 탓하기보다는 산성화된 밭을 농사가 가능한 땅으로 만드는 것이 농부의 첫 번째 책무다. 최소한의 농사가 가능한 땅으로 만들어 소출(所出)을 만들어낸다. 부지런한 농무는 최소한의 소출을 만들면 매년 같은 방식으로 밭을 조금씩 넓혀간다. 시간이 지나면 잡초만 무성하던 언덕이 모두 비옥한 밭으로 바뀌어 있다.
조직에서 근원적 변화를 실현해야 하는 리더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에게 근원적 변화를 실현하는 목적이라는 밀알을 심어야 하는 밭은 산성화될대로 산성화되어있다. 진성리더는 산성화된 밭을 탓하기 보다는 팀장이면 팀장으로, 파트장이면 파트장으로 자신에게 맡겨진 밭의 경계를 확인하고 농부의 마음으로 밭을 조용 조용하게 비옥한 땅으로 가꾸는 작업에 몰입한다. 회사가 요구하는 목표를 넘어 목적와 연동된 목표의 밀알을 종묘해서 회사가 기대하는 소출보다 더 나은 소출을 거두고 이 소출로 회사와 소통한다. 이들은 목적이라는 이념을 내세워 회사와 십자군 전쟁에 몰입하지 않는다. 목적이 아무리 훌륭하고 목숨처럼 소중해도 이런 십자군 전쟁은 바위에 계란 던지기로 자신을 희생시킨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급진 거북이는 자신의 밀알인 목적에 대한 믿음에서는 급진성을 보이는 반면 목적이 실현된 상태를 상징하는 로마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질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조용한 거북이의 전략을 택한다.
급진적 거북이 팀장이나 파트장이나 리더는 자신이 조직에서 농부로서의 삶을 시작하고 가꿀 수 있는 밭의 조그만 경계를 정한다. 남의 땅을 넘보지 않고 이 밀알이 가꾸어 소출을 만들어내는 차이는 자신의 할 수 있는 것, 자신이 가진 것만 가지고 시작할 수 있는 것, 당장 시작할 수 있는 것의 경계를 정하고 정한 경계 안의 밭을 가꾸는 일을 통해 승부를 본다. 거북이처럼 한 걸음 한 걸음 농부의 마음으로 조용하게 땀을 뿌린다. 산성화된 땅이 수확을 낼 수 있는 땅으로 바뀌면 목표를 넘어 목적의 밀알을 뿌리고 이를 통해 소출을 얻어내고 소출로 소통해서 자신이 가꿀 수 있는 밭의 경계를 조금씩 반복적으로 늘려나간다.
진성리더에게 밀알은 더 나은 더 큰 목표를 의미하지 않은다. 진성리더는 목적에 대한 급진적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다. 진성리더는 믿음을 근거로 목적과 연동된 목표만을 밀알로 생각한다. 아무리 큰 목표라도 목적을 내재화 하고 있지 못한 목표는 빈쭉정이이지 밀알은 아니다.
지금까지 세상, 사회, 조직, 자신의 근원적 변화를 달성한 리더의 공통점은 목적에 대한 믿음에서는 실현될 로마를 상상해가며 급진성을 보이는 반면 실제 작업에서는 거북이처럼 할 수 있는 것에서, 당장할 수 있는 것에서, 가진 것만 가지고 할 수 있는 경계를 정하고 이 경계 안에서 조용 조용 땅을 농사지을 수 있는 땅으로 바꾸어간 사람들이다. 이들은 이런 방식으로 차이를 반복해가며 자신의 약속한 목적이 실현되는 종착지를 향해 땀을 흘렸다.
이 책을 통해 진성리더가 마음씨만 착해 개인적 이득만 추구하는 사람들의 호구라는 오해가 풀렸으면 한다. 진성리더의 급진 거북이 전략은 일반 MBA에서 가르치는 신자유주의 경영 전략보다 더 현명하고 치밀하고 과학적이다.
지금 당장 목적을 실현하기에는 너무 산성화된 토양과 기존 리더의 책임 방기로 엄청난 미끄러운 언덕으로 변한 대한민국, 사회, 회사, 개인의 근원적 변화를 실현하는 진성리더의 실천 전략을 담은 <급진 거북이>의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