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3-09-21 16:46
[N.Learning] 상자 속에 갇힌 삶에서 벗어나려면?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2,970  
상자 속에 갇혀 자기기만하는 삶을 벗어나려면?

모든 사람들은 세상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잘 살아가는 것인지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이런 노하우가 없다면 변화무상한 세상을 만나도 세상이 어떻게 해야할지를 가늠할 수 없고 세상에 대해 가늠이 불가능하면 세상에 효과적으로 대응해서 적절하게 행동할 수 있는 방도가 없다. 부적절하게 행동하면 이 행동은 다 실수와 실패의 연속이다. 즉 어떤 상황에서도 적절하게 행동을 못한다면 존재감이 없는 죽은 목숨이나 한 가지이다. 

이런 비극적 상황 때문에 사람들은 세상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나름의 노하우를 담고 있는 네비게이션을 가지고 있다. 이 네비는 인간이라면 나름대로 세상을 이해하고 이 이해에 근거해 나름대로 잘 헤쳐나가기 위한 나름의 방안을 암묵지화해 가르쳐준다. 이 네비게이션은 아직 학교를 들어가지 않은 어린애도 있고 남은 여행을 정리하고 있는 노인들에게도 있고 사람이라면 다 있다.

회사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 하면 돈을 잘 벌 수 있는지에 대한 체화된 지도를 비즈니스 모형이라고 하는데 이 비즈니스모형이 회사의 노하우를 담고 있는 네비게이션이다. 자신의 삶의 노하우를 인도해주는 네비게이션 없이는 하루도 삶을 이끌어 갈 수 없는 것처럼, 비즈니스모형 없이 장사하는 회사는 있을 수 없다. 명문화된 비즈니스 모형은 없어도 암묵적으로 체화된 비즈니스모형은 다 있다. 

문제는 이 네비게이션이 얼마나 제 기능을 잘 수행하는가이다. 한 때는 열심히 세상을 공부해서 최신형의 네비를 만들어 세상 어디든지 찾아갈 수 있었다 하더라도 세상은 변화하기 마련이어서 변화에 따라 자신의 네비를 업데이트하는 것을 게을리 했다면 이 사람의 쌈박했던 네비도 점점 유용성이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간직하고 있는 네비는 업데이트를 게을리하면 유용성이 현격하게 떨어지게 되어 있다. 세상은 변화가 상수가 된 세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네비를 업데이트 하는 일을 게을리해서 오랫동안 옛날에 만들어 놓은 네비를 가지고 서울거리를 찾아나선다고 가정해보자. 네비가 안 맞아 떨어지고 사고 위험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금방 깨닫을 것이다. 이때 사람들은 자신의 네비가 업데이트가 안 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기보다는 세상은 위험한 곳이니 이제부터는 아는 길로만 다녀야 한다는 생각을 굳힌다. 하지만 세상은 시시각각으로 변화해서 아는 길도 점점 사라진다. 자신이 다닐 수 있는 길이 점점 사라지면 결국 자신은 네비의 감옥에 갇혀 지내는 신세가 된다. 

네비의 감옥에 갇혀 사는 상태의 삶을 아빈저 연구소에서는 "상자 속에 갇힌 삶"이라고 은유화 해서 전세계적으로 천만부수를 자랑하는 책의 출간에 성공했다. 생각보다 네비의 감옥에 갇혀 살았지만 자신의 상태를 몰랐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이다. 

자신의 네비에 갇혀 살게 되면 아무리 똑똑한 사람조차도 이 상자 속의 감옥을 빠져 나오지 못한다. 심지어는 네비의 감옥이 더 안전하다는 자기기만적 논리까지 개발해서 스스로가 감옥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감독하는 간수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자신이 자신이 만든 네비라는 감옥의 죄수가 되기도 하고 간수역할도 수행하는 자기기만을 수행자로 변모한다. 

네비의 감옥에 갇혀사는 사람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자기기만 기제가 작동하기 시작한다.

첫째, 자신의 삶의 스토리가 끊어진 공테이프와 같다는 것을 체험하게 된다.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항상 과거 이야기를 벗어나지 못한다. 초등학교 때 공부를 잘 했다니 군대 이야기, 군대에서 축구했던 이야기를 끊임없이 지루하게 반복한다. 10년전에 습득했던 18번을 항상 벗어나지 못한다. 이 현상은 술에 만취 필름이 끊어졌을 때 나타나는 현상과 똑 같다. 현실감이 없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또 하고 또 한다. 꼭 치매걸린 사람과 같은 비슷한 현상이 나타난다.

둘째, 다른 사람들 사는 삶이 다 부러워지기 시작하고 사촌이 땅을 사도 부러워진다. 남들의 성공에 대해서 폄하하기 시작한다. 이전에는 친구가 잘 되면 만나서 밥도 같이 먹고 서로 격려하곤 했는데 어느 순간 친구가 잘 되는 것이 배가 아파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과거가 충분히 먹혀들지 않으면 친척, 가족, 아는 사람 중 잘 된 사람과 자신이 친분이 두텁다는 것을 과시하기 시작한다. 부러워서 지는 현상이 실제로 우리에도 찾아온다.

셋째, 주변사람들로 부터 생생한 피드백이 점점 끊어지기 시작한다. 얼마전 까지는 내가 이야기 하면 주변 사람들이 눈동자가 반짝거리며 시시각각으로 내 이야기에 피드백을 해주었는데 어느 순간 사람들이 나를 만나도 감흥이 없고 피드백도 없어진다. 내가 이미 어느 정도 사회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면 나를 중심으로 뒷담화가 무성해지기 시작하지만 나에게는 피드백되어 전달이 되지 않는다.

넷째, 변명과 구실이 많아진다. 자신의 네비가 제대로 작동을 안 해서 결국 실수를 하게 되도 이 실수가 남들 때문이라고 뒤집어 쒸우거나 변명한다. 자신은 전혀 문제가 없는데 다른 사람들이 다 문제라고 정당화 시키는 자기기만에 빠져 다른 사람과 충돌하게 된다.

이 모든 현상이 자신이 네비가 낡아서 현실을 제대로 예측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자신이 네비의 감옥에 갇혀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데에서 생긴 것이다. 자신의 문제를 인정하기보다는 자기는 문제가 없다는 자기기만에 빠져 자신의 문제가 많은 네비를 본능적으로 지키내려는 방호기제가 발동해서 생기는 일들이다.

이와 같은 상태가 지속되면 결국 어느 순간 우리는 목숨은 붙어 있어도 심리적으로는 식물인간이 되어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변화무상한 세상에서 심리적으로 죽음을 경험하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편재되어 있는 보편적 문제이다. 이 문제는 머리고 좋고 나쁨으로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머리가 명석한 사람이 더욱 빠지기 쉬운 함정이다. 좋은 머리를 더 튼튼한 방호기제와 자기기만을 만들어 내는데 사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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