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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학 거두 이병도박사 아들 5명 모두 과학자의 길 

[조선일보 2007-01-01 09:40]  


[1] 선비 집안에서 과학자 집안으로 - 이병도·장지영·이선근 서울대 이장무총장은 이병도박사 손자 국어학자 장지영선생 두 아들이 과학교수 문교장관 지낸 이선근박사도 대이어 배출 


우리나라에 근대 과학이 도입된 것은 채 100년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사이 우리나라는 연구개발 투자 세계 10대 강국과 국제논문인용색인(SCI) 저널 논문 수 14위로 발돋움했다. 대를 이어 과학자를 배출한 과학 명가(名家)를 통해 한국 과학이 나아갈 길을 짚어보자. 


◆실증사학에서 실증과학으로 


이웅무(李雄茂·62) 아주대 에너지시스템학부 교수는 원자력발전을 통해 생산된 열로 물에서 미래 에너지원인 수소를 발생시키는 연구를 하고 있다. 이 연구는 한국과학재단이 선정한 ‘한국의 대표 우수연구성과 50선’에 선정됐다. 


이 교수의 할아버지는 한국 사학계의 거두였던 고(故) 이병도(李丙燾·1896~1989) 박사. “어느 날 할아버지가 절처럼 생긴 어떤 유적 사진을 가져와서 ‘30m 떨어진 거리에서 찍은 사진이야. 그렇다면 실제로 건물의 폭이 어느 정도 되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살아있는 문제를 준 것이죠.” 


자신만의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증명하는 과학적 사고를 강조한 덕분에 이병도 박사의 아들 5명이 과학자로 자라났다. 첫째 아들인 고 이기녕(李基寧) 박사는 프랑스 파리2대학에서 생화학박사 학위를 받고 서울대 의대 교수를 지냈다. 그 뒤로 농학자인 2남 이춘녕(李春寧·89) 서울대 명예교수, 화학자인 3남 이태녕(李泰寧·82) 서울대 명예교수, 포항방사광가속기 건설 주역인 4남 이동녕(李東寧·79) 포항공대 명예교수, 사우스캐롤라이나주립대 물리학과 교수를 지낸 5남 이본녕(李本寧·70) 박사가 있다. 


과학 2세대는 이기녕 박사 아래로 서울대 화학과를 나와 미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지낸 이영무(李英茂) 박사와 이웅무 교수가 있다. 장녀 이인혜(李寅惠) 박사와 지태화(池泰和) 박사 부부는 서울대 생물학과를 나와 함께 미국 켄터키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춘녕 박사의 장남인 서울대 기계공학과 이장무(李長茂·61) 교수는 현재 서울대 총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태녕 박사의 장녀 이미경(李美卿) 박사는 숙부인 이춘녕 박사의 제자로 인삼연구소 연구원을 지냈다. 이본녕 박사의 차남 이도무(李道茂) 박사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에서 분자생물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병도 박사의 장녀 순경(舜卿)의 장남 장정순 교수는 인하대 의대에서 해양생물에서 신물질을 개발하는 연구를 하고 있으며, 차녀 운경(雲卿)의 장남 민경집 박사(화학공학)는 LG 화학에서 연구개발의 산업화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이웅무 교수는 “형제나 사촌간의 경쟁이 없진 않았지만 그것은 서로에게 존경을 받기 위해 노력한다는 마음이었다”며 “지금도 이장무 총장과 하이브리드차에 대한 토론을 하며 서로 자극을 받는다”고 말했다. 


과학자 집안을 잇고 있는 3세대 과학자들은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병도 박사의 손녀 이인혜 박사의 아들 지할리 교수는 미 스탠퍼드대에서 전자공학과 뇌과학의 융합을 연구하고 있다. 또 이병도 박사의 외손자인 장정순 교수의 장남 장유성 박사는 미 뉴욕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를 받고 소프트웨어회사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한글운동가 집안의 형제 과학자들 


국어학자였던 고 장지영(張志英·1887~1976) 선생의 집안도 전통적인 학자 집안에서 과학 명가로 발전했다. 장지영 선생은 일제 치하에서 상해 임시정부와 연계해 독립운동에 헌신했다. 조선어학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기도 했으며 조선일보 문화부장도 역임했다. 


장지영 선생의 두 아들은 서울대 화학과 교수를 함께 지낸 장세헌(張世憲·83), 고 장세희(張世熹) 박사. 장세헌 박사의 장남은 서울대 수학과를 나와 서강대 컴퓨터학부에 있는 장직현(張直鉉·56) 교수이며 차남은 포항공대 화학과 장태현(張台鉉·53) 교수다. 대를 이어 형제가 모두 과학을 공부해 교수가 된 것. 장세희 박사의 장남인 장택현(張宅鉉·49)씨는 서울대에서 화학을 전공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가 건축사를 하고 있다. 


장직현 교수는 “부친과 숙부가 학생들을 가르치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그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태현 교수는 “어린 시절 서울 동숭동 아버지의 연구실로 찾아가면 대학원생들이 귀여워하며 이것저것 설명해주던 기억도 과학을 가깝게 했다”고 덧붙였다. 


3대에서는 장태현 교수의 아들이 연세대 화학과에 재학 중이다. 어느 과를 갈지 고민할 때 장 교수가 과학의 여러 분야에 걸쳐 있는 화학을 권유했다고 한다. 3대째 화학자가 나올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책 읽는 모습이 가르쳐준 과학의 길 


최근 ‘젊은 공학자상’을 수상한 고려대 이인규(李寅圭·39·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도 “늘 서재에서 책을 읽으시던 할아버지를 보고 나도 공부하는 사람이 돼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교수의 할아버지는 일제 치하에서 조선일보 편집국장을 지냈고 해방 이후 문교부 장관과 성균관대·영남대·동국대 총장을 역임한 고(故) 이선근(李瑄根·1905~1983) 박사이고 아버지는 이병휘(李炳暉·76) 전 KAIST 원자력공학과 교수.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냥 공부하는 모습만으로 할아버지는 손자를 학문으로, 아버지는 그 길을 과학으로 이끈 것이다. 


이병휘 박사는 한국 원자력계의 산증인이다. 원자력학회장으로 학계를 이끌었을 뿐 아니라 과학기술처 원자력국장으로 초창기 원자력정책을 수립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 상임이사를 역임했다. 이 박사의 장녀인 이선호(李善好·46)씨는 서강대 수학과를 나와 세종대 이과대 학장을 지내고 있으며, 둘째 사위 김명식(金明湜·44) 박사는 영국 퀸즈대학 물리학과 교수다. 김 교수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논문들이 다른 과학자들의 논문에 인용된 횟수가 2000회를 넘어설 정도로 학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 김 교수의 부친인 김선홍(金善弘·74) 전 기아자동차 회장은 이병휘 박사의 서울대 기계공학과 후배이기도 하다. 


[이영완기자 yw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