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10-29 16:24
[N.Learning] 매춘 청춘
 글쓴이 : Admini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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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매춘
이창준
최근 몇몇 회사에 출강하면서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들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취업전문가들은 직업선택에 있어 안전성과 정년보장이 최대의 화두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공무원은 단연 최고의 직업인 셈입니다. 내가 교육장에서 만난 7급 신입공직자들은 공무원은 최고의 안전한 직장이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라는 점을 서슴없이 말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속에선 그저 평안한 삶이 목적이었지 공직자로서의 사명감같은 것은 쉽게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교육 내내 참으로 우울했습니다. 

취업준비생들에게서 최고의 희망회사...자그만치 740대 1의 경쟁을 뚫고 입사한 OO공사의 신입사원들은 그러나 자신들이 이룬 성취 뒤에 더 이상의 새로운 도전적 목표를 상실한 것처럼 시종 무기력했으며, 어떤 다른 의욕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들의 도전 뒤에 이미 서서히 죽어가는 이 땅의 젊음을 보았습니다. 

10대기업 중 최고의 연봉을 지급한다는 OO사의 신입사원들은 교육하는 동안 이미 자신들이 고참사원인 것처럼 행동했습니다. 나는 신입사원이 보여야 하는 규율감과 패기를 보고 싶었지만 그들은 달관한 듯한 태도로 어설픈 성공을 흉내내고 있었습니다. 타인에 대한 예우도 배려도 몰랐습니다. 참으로 초라해 보이는 것은 그들의 어마어마한 학벌이었습니다. 

한국최고의 기업이며, 세계적 기업의 반열에 올라선 OO사의 젊은 대리들 역시 자신이 처한 현실을 탓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상대적 박탈감 속에 회사가 자신들을 부적절하게 대우한다며 빈약한 복지제도를 비난했습니다. 그들의 최대 고민은 직장을 그만두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그들은 여전히 그 안전한 직장에 머물려 회사가 달라지길 바라는 헛튼 꿈을 꾸고 있었습니다. 회사역시 이같은 현실을 토로하며 한탄하고 있었지만 회사는 어떤 이념이나 가치로 이들을 설득할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듯했습니다. 그저 교육은 재미 혹은 과시가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모든 젊은이, 모든 회사의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교육장에서 만나는 이땅의 젊은 청춘들이 정작 삶에 대한 어떤 열정도 없이 이미 늙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다는 씁쓸한 인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그것도 최고의 기업, 최고의 직장 속에서 말입니다. 

일부 대학은 취업난을 걱정하며 각종 취업준비 프로그램을 준비합니다. '면접 잘 보는 법', '이력서 잘 쓰는 법', '매너와 에티켓' 등등. 그러나 이런 테크닉이 자신들의 미래와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것일까요? 정작 이런 것들이 취업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디서 비롯된 훼궤한 망령일까요? 이것이 유능한 인재를 뽑는 얼마만큼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것일까요? 

누구의 탓인지 이야기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사회의 젊음은 IMF를 지나며 이념적 논쟁과 가치가 부질없는 것이라는 것을 목격한 것인지 모릅니다. 그래서 안전하고 돈많이 주는 직장은 그들의 꿈과 비전을 대체한 것인지 모릅니다. 취업 지상주의는 그들의 열정을 갉아먹었고 무력한 일상을 만든 것인지 모릅니다. 사회적 지위와 타인의 시선은 올바른 규범, 패기, 규율감, 선명한 가치들을 보잘 것 없는 것으로 둔갑시켰습니다. 청춘이 가진 이상과 도전은 돈과 명예, 위신, 신분과 같은 도구적 가치로 실종되었습니다. 

젊음이 아름다운 것은 비전과 꿈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비전과 꿈은 현실적 기준과 잣대에 의해 조형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자신의 삶을 성취하려는 개인적 야심의 산물입니다. 그것은 세상을 구원하려는 가치와 신념의 산물입니다. 그러므로 젊음은 비전을 구현하기 위한 직업적 기회를 만들고 도전하는 것이지 취업자체가 결코 목적이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젊음과 청춘의 몰락은 사회의 어두운 그림자를 만들어 내는 것일 것입니다. 우리사회는 도전하고 실패하고 그로부터 새롭게 배워가는 진정한 청년이 필요합니다.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이 선망의 대상이 되는 허구같은 삶이 아니라 자신이 지닌 신념으로 인생 모두를 거는 그 패기와 도전의 정신을 복원해야 합니다. 청년은 자신의 안전지대에 머물며 비겁하게 젊음을 파는 매춘에서 과감이 벗어나 자신의 꿈과 야망을 실험하고, 그로써 성취하는 참다운 삶을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