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07-08 23:45
|
글쓴이 :
윤정구
 조회 : 637
|
장자(莊子)의 호접몽(胡蝶夢)이라는 시를 보면 장자는 자신이 꿈에 나비가 되어 날라 다니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깨어나 보니 정말 자신이 자신이 나비의 꿈을 꾼 것인지 나비가 자신의 꿈을 꾼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는 고전적으로 만물의 근원은 하나라는 심오한 철학을 이야기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현대적으로 해석하면 디지털 시대의 위험을 예고해주는 거대한 담론이기도 하다. 디지털 시대의 출현으로 가상현실인 꿈 속의 나와 현실 속의 나를 구별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페북, 구글, 아마존, 애플 등은 이 현실과 가상 세계를 연결해서 현재 자신이 있는 곳과는 전혀 다른 가상 세계를 체험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기기의 발명에 사운을 걸고 있다.
이와 같은 일이 가능한 것은 똑똑한 뇌는 현실의 세계와 가상의 세계를 구별할 능력이 없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결국 이 뇌의 맹점을 이용하여 뇌를 속여서 만들어내는 현실이 가상현실이다.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현실을 눈 앞에 보여주면 뇌는 그것이 현실 세계에서 일어난다고 믿고 그와 관련된 호르몬이나 행동에 필요한 시넵스 등을 작동시키는 것이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는 것은 결국 뇌와의 싸움에서 지는 것인데 가상현실은 이 뇌와의 싸움에서 사람들이 임의로 이기도록 만들어준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인격이 형성되는데 이 싸움에서 모든 사람들이 이기도록 만들어 줌에 의해서 인격 자체의 존재 의미가 사라지는 시대가 도래한다. 무서운 세상이 되는 것이다.
가상현실의 문제는 끊임없이 가짜의 정체성을 만들어 자신의 진짜 정체성까지 속일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 매트릭스에 출연하는 네오가 가상현실 속의 자신을 자신이라고 믿고 오히려 현실 속에 숨어 있는 자신을 자신이라고 받아 들이지 않아가며 많은 방황 속에서 혼돈의 삶의 사는 것과 비슷한 원리이다. 가상세계는 자신을 끊임없이 외계인으로 만들고 이 외계인을 진짜 자신처럼 믿도록 하는 것을 강요할 것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은 다중의 정체성을 가진 삶들이 완벽하게 가능해지는 세계를 만들 것이고 이런 세계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은 끊임없이 편린화되고 실제의 자신으로부터 쇠외될 것이다. 자신의 정체성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은 자신을 잃어버린 불안 때문에 디지털 속에서 또 다른 자신을 만들어내고 여기에 탐닉하면서 진정한 자신을 찾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 될 것이다. 디지털 정체성을 만들어주는 회사들은 돈벌이와 관련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 주는 일에 혈안이 될 뿐이고 자신의 잃어버린 정체성을 찾는 일은 온전히 개인의 잘못으로 돌려서 엄청난 사회적 문제를 야기할 개연성이 높다.
결론적으로 디지털 세계가 심화되면 될 수록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간직하고 보호하는 것이 자신을 온전하게 복제해 낼 수 있는 원천 코드를 잃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 된다.
디지털 세계 속에서 이 원천 코드를 잃어버리는 순간 사람들은 혼돈의 불랙홀에서 절대로 벗어나지 못하고 영원한 미아로 전락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이 원천 소스를 확인하고 이것을 지키는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디지털 시대가 본격적으로 돌입해 올 때 자신을 지켜서 온전한 삶을 유지할 수 있는 개연성을 없다.
더욱 늦기전에 빨간 약을 먹자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