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네비게이션을 장착하고 있어서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가장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것이 잘못된 방향으로 이동한 것이라면 빨리 갔다는 사실은 무의미 해진다. 잘못된 방향으로 더 멀리 우리를 인도한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종종 길을 잃는 것은 네비게이션에만 의존해서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효율적으로 바쁘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나침반을 보며 길을 잃지는 않았는지를 확인하는 삶은 더 중요하다. 잘못 간 먼 길을 다시 되돌아와야만 할 때의 황망함은 경험해본 사람은 다 안다. 이 황망함 때문에 삶을 포기하는 사람도 많다. 많은 것을 빨리 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소중한 것을 먼저하는 삶은 더 중요하다. 소중한 것은 나침반만이 가르켜준다.

나침반과 네비가 서로 각자의 방식으로 돌아가기보다는 나의 삶의 최종 목적지를 향해 서로 동행하게 하는 삶이 가장 행복하고 영향력이 있는 삶일 것이다.

우리에게 나침반이 있고 이 나침반이 극성을 잃지 않고 우리가 가야할 북쪽을 가르키고 있는한 우리의 마음 속 영혼은 나침반의 강한 떨림으로 항상 깨어 있다.

지남철

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나침반)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바늘 끝을 떨고 있다. 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그 지남철은 자기에게 지워진 사명을 완수하려는 의사를 잊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며 바늘 끝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다. 만일 그 바늘 끝이 불안스러워 보이는 전율을 멈추고 어느 한쪽에 고정될 때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한다. 이미 지남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박남규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