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리더십의 시조인 소크라테스는 그 당시 젊은이들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기소되었다. 소크라테스는 이 기소의 근간이 되던 부조리한 실정법에 대항하여 싸우다가 결국은 악법도 법이라고 인정하고 독배를 마셨다. 소크라테스의 논리는 무엇일까? 법의 내용은 부조리하더라도 그 법을 만든 과정이 절차상으로 하자가 없었다면 절차상의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 위해서 내용의 부조리를 참은 것일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내용과 절차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민주주의 골간은 절차상의 공정성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소크라테스는 결국 절차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한 것이다.
절차상의 공정성을 가진 법이 시대가 변해 더 이상 내용상으로 공정하지 않을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 소크라테스는 이 법이 민주적 절차를 통해서 만들어졌다면 절차를 준수하여 다시 새 법의 내용이 개정될 때까지는 이 법이 내용상 악법이라 하더라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다. 악법에 대항하다가 누군가가 희생을 당했다 하더라도 이 사람의 행동은 현행법에 의해서 정당화될 수 없고 이것을 계기로 법이 개정되면 이 새롭게 개정된 법을 통해서 복권되어져야 함을 함축하고 있다.
이 절차상의 공정성 자체가 담보되지 않는 법은 정당성 때문에 정당한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유신헌법과 전두환 시절 만든 많은 법에 대해 저항하는 민주화 운동이 정당하게 받아들였던 이유이다. 법의 내용이 아무리 좋은 법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절차가 무시된다면 힘있는 사람들은 집권할 때마다 국민의 뜻을 묻지 않고 자신의 입맛에 맞추어 그때 그 때 법을 개정할 것이다.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다른 불통과 독재의 시작이다.
문제는 우리의 법 중 얼마나 많은 법들이 이 민주적 철차에 따라서 제정되었을까? 민주적 절차에 의해서 규정되지 못한 법들의 절차상의 공정성 문제 때문에 대한민국이 지금과 같은 혼란을 겪는 것은 아닐까? 또한 우리는절차적 공정성이 담보된 법들에 대해 얼마나 절차적 공정성을 중시하며 반대하고 있는 것일까? 한 마디로 우리는 얼마나 절차적 공정성을 존중하는 성숙한 민주주의에 살고 있을까?
대한민국의 위기는 중요한 법들이 절차적 민주주의의 기반을 상실했거나 절차적 민주주의에 기반 했더라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위기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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