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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에 대한 단상

Sep 1, 2016 ·3분 ·jkyoon · 2,917

진화론에 대한 단상:

진화론의 원리는 적자생존이다. 적자생존을 힘세고 강한 놈이 살아남는 원리라고 잘못 이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적자생존이란 환경에 잘 적응한 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원리이다. 뭐가 다를까? 빙하시대에 사라진 세상에서 가장 강하고 힘이 쎘던 공룡을 생각해보면 답이 나온다.

공룡처럼 힘세고 강한 것이 살아 남기 위해서는 조건이 있다. 환경이 변화하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중생대의 환경이 지금까지 변화하지 않았었다면 공룡은 멸종하기보다는 지금도 가장 힘세고 강한 동물로 찬사를 받았을 것이다. 진화론은 변화가 상수가 된 지금과 같은 시대는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동물과, 사람과 기업과 국가만이 살아남는다는 원리다. 유연성이 떨어지는 크고 강함은 지금과 같은 변화의 시대에는 태생적으로 살아남을 개연성과는 점점 멀어진다는 원리이다.

문제는 환경에 변화할 수 있는 적자생존의 능력이 항상 잘 검증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이 대표적이다. 전통적으로 수출주도형 국가인 우리나라가 살아 남기 위해서는 정부는 달러가를 높히고 원화 값을 떨어지게 해서 수출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키웠다. 대신 일반 국민들이 수입해 소비하는 나머지 것들은 값비싸게 사들여오는 희생을 감수해야 했다. 결국 대기업은 적자생존의 경쟁력을 통해 살아난 것이 아니라 정부의 환율정책과 국민들의 희생으로 여태까지 벼텨 온 것이다. 이런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정부는 얼마전 미국에 의해서 환율조작국으로 제소될 뻔한 위기를 가까스로 벗어났다.

정부의 힘을 벗어나서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글로벌 환경에서 비슷한 회사들과 적자생존을 놓고 경쟁을 해서 이겨본 적이 없다. 글로벌 기치를 스스로 내걸고 밖으로 나간 대기업들은 대부분 백전 백패로 돌아온다. 한번도 정부의 도움없이 제대로 적자생존의 글로벌 시장에 스스로 나가 검증해본 적이 없는 대기업들이 스스로의 실력을 진짜 실력으로 과신하고 나갔다가 깨지고 들어 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한 마디로 우리나라 정부라는 온실 속에서 커 온 몸뚱아리만 큰 성인 아이이다.

태생상으로도 우리나라의 대기업들은 변화무쌍한 글로벌 시장에 나가서 이길 수가 없다.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적자생존할 수 있는 실력도 중요하고 변화 속에서도 기업의 길인 정체성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한데 우리 대기업들은 구성원들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지켜야 할 정체성도 결여되어 있다. 변화하는 환경에 처하면 문화적으로 무조건 길을 잃게 되어 있다.

자신의 적자생존 능력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대기업들은 수출을 통해서 벌어들인 돈을 재투자하지 않고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서 쌓아 놓는 방식으로 미래를 대비한다. 돈이 돌지 않으니 경제 양극화는 극대화되고 이 양극화는 일반 직장인들의 근로의욕을 꺾게 되었다. 대기업이 우리나라가 서서히 무너져가는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변화하는 환경에서 국가 경쟁력을 키워 우리나라가 적자생존하게 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전 발표된 IMD의 국가경쟁력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25위에서 29위로 네 계단 떨어졌다. 기업경쟁력 지수는 이보다 훨씬 순위가 떨어진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9번째나 10번째의 수출대국이다.

희망은 중견기업들에 있다. 우리나라의 중견기업들 중 혼자의 힘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해서 1등이되거나 2등이 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가진 회사들을 역으로 추적해보면 이들의 문화는 대기업의 문화들보다 훨씬 선진적이고 환경에 민첩하게 적응하도록 훈련되어 있다. 또한 이들을 진두지휘해온 CEO들은 오래전부터 무소불의의 독제적 카리스마와는 상관없는 진성리더십을 몸소 실천해왔고 이것이 기업의 문화와 정체성에 체질화 되어 있다.

우리나라가 장기적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점차적으로 중국과 대기업의 의존도를 낮추고 스스로 자생해가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들을 토대로 경제의 기반을 재편할 수 있어야 한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을 벤춰 생태계로 만들겠다는 고민도 결국은 같은 맥락의 고민일 것이다. 답은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벤춰생태계가 하루아침에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관리 문화인 삼성에 대한 근원적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어서 실현이 될 수 있는지는 미지수이다. 아마도 성공하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고통이 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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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