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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혁명과 불교철학

Nov 26, 2017 ·3분 ·jkyoon · 2,766

태고의 사찰 청량사에 들르다.
디지털혁명과 불교철학

20년전에 학생들과 리더십 워크샵을 진행하기 위해 안동서원과 청량사에 들렀었는데 다시 와봤다. 청량사에 들르니 예나 지금이나 마음이 청량해지는 체험을 한다. 전통다원 안심당에서 솔차도 마시다.

디지털혁명이 가속화되면 청량사같은 수행과 참선을 중시하는 전통적 불교가 설자리가 있을까? 일반사람들의 생각과 달리 내가 예측하는 바에 따르면 불교철학의 중흥기를 맞게 될 것으로 생각된다.

디지털혁명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이 담당해온 영역을 더 값싸고 더 말끔하게 처리해줄 수 있으니 넘겨달라고 끊임없이 요구해올 것이고 결국 인간은 이런 인공지능과 로봇의 끊질긴 구애에 굴복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공지능과 로봇에게 삶의 대부분인 머리와 몸을 빼앗긴다면 인간은 존재이유가 있는 것일까? 로봇과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해도 침범할 수 없는 인간의 고유영역은 있는 것일까? 이런 고유영역이 있다면 인공지능과의 승부가 종결되는 지점인 특이점에 도달하기 전에 이것들을 발굴해서 인간의 근육을 키워야 하는 것 아닐까? 기독교보다는 불교가 디지털혁명이 제기할 이와 같은 근원적 질문들에 대해 제대로 답변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구체적으로 불교는 내 안에 부처가 있음에 대한 깨달음의 종교다. 불교는 나를 떠나 시시각각으로 가출하는 문제아인 인간의식에 대한 답을 제시할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과 로봇에 몸과 마음을 빼앗긴 인간이 자기 의식의 주체적 주인이라는 사실을 깨달기 위해서는 불교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인공지능과는 달리 온전한 인간은 자기가 마음을 두고 있는 대상에 마음을 줄 수 있고 또한 주었던 마음을 다시 회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어떤 것에 중독되었다는 것은 마음을 준 대상에 갇혀서 마음을 회수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것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편리함과 자극적인 것을 내세워 끊임없이 우리의 마음을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대상에 중독되도록 시도할 것이다.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근육을 가진 사람은 누가 이런 시도를 해와도 자유를 갈망하고 인간을 이런 대상으로부터 해방시킨다. 무엇보다 불교의 마음챙김과 명상이 이런 근육을 길러 줄 것으로 보인다. 대상에 중독되고 고착되어가는 마음의 흐름을 끊고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돌보는 힘의 원천에 대해서 불교는 탁월한 사유의 시선을 제시할 것이다.

불교가 제시하는 둘째 무기는 살아있는 모든 것들에 내재한 고통까지도 사랑할 수 있는 자비심이다. 자비심은 자애로움이 가장 높은 수준에서 발현된 것이다. 자비심은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바와 같이 공감능력과는 천지차이로 다른 영역이다. 공감은 상대의 정서를 인지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이다. 상업적 인공지능이 장사를 위해 타겥으로 삼는 영역이 공감능력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인공지능에게 화난 목소리로 노래를 틀어줘라고 명령하면 인공지능은 이 사람은 목소리 톤을 분석하여 화를 풀어주는 노래를 틀어줄 것이다. 이런 인공지능도 갖출 수 있는 공감능력과는 달리 인간은 상대의 고통을 자기고통으로 내재화하여 이 고통을 의도를 가지고 같이 풀어나가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보이는 사랑이나 부처님이 생명을 지닌 모든 것들이 가진 고통믈 이해하고 품어내려는 시도가 자애이다. 인공지능에게는 상상하기 어려운 두 번째 병기이다.

셋째의 영역은 데이타에 의해서 탐구가 가능한 답이 정해진 본질의 영역을 벗어나 근원이나 원천을 탐구할 수 있는 통찰력의 영역이다. 이 통찰력을 기반으로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의지해왔던 믿음에 갇히지 않고 세상이 진화해야 하는 방향을 찾아서 새로운 개념을 만들고 이 개념을 플랫폼으로 성공적으로 진화시켜왔다. 이 근원적 진화는 인공지능이 밥으로 먹고 사는 데이터가 존재하지 않는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불교는 보다 심층적이고 순환적인 인과응보의 철학으로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더 복잡하게 만든 선선적 사고 밑에 숨은 패턴들을 발굴해내 세상을 볼 수 있는 통찰력을 제시할 것이다.

결국 불교의 본질은 의식의 자유로움에 대한 지칠줄 모르는 허허로움이다. 아무리 편한 의자에 앉아있다 하더라도 같은 자세로 수분만 앉아 있다면 본능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고 몸을 움직이는 것이 인간 의식의 모습이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인간에게 편한 의자를 제공하며 유혹하겠지만 인간은 어디에 갇히게 되면 본능적으로 자유로움을 찾아 길을 떠나고 이러는 과정에서 새로운 개념을 만들어내 새로운 서식지를 구축한다.

인간이 이런 자유로움의 본능적 야성을 잃지 않는 한 인간이 로봇이나 인공지능에 종속되어 사는 삶의 세상은 오지 않을 것이다. 디지털 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돌파구를 제시할 수 있는 철학은 불교나 노장사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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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