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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된 헌신 대 자발적 헌신

Aug 22, 2018 ·3분 ·jkyoon · 3,605

강요된 헌신이 자발적 헌신으로 
안희정 공판을 지켜보며

10여년 전 연구동료들과 실험실 상황에서 인의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전혀 다른 구조적 조건에서 시작한 관계가 어떻게 다르게 발전되는지를 연구한 적이 있다. 연구를 위해 네트워크 속에 인의적으로 서로에 대한 선택권이 있는 자발적 헌신 (enabled commitment)이 가능한 짝과 서로를 자발적으로 선택할 의지가 없지만 상황에 의해서 선택하도록 강요된 헌신 (induced commitment)의 짝을 만들었다.

연구결과 자발적 헌신의 짝에서는 우리가 이미 잘 알고 있는 것과 다르지 않은 예측가능한 결과를 보여주었지만 선택지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강요된 헌신짝의 경우는 흥미 있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들은 자신들에게 선택지가 없이 관계가 강요되었다는 구조적 문제를 구조적 문제로 돌리기보다는 이에 대한 비난의 화살을 상대에게 개인적으로 돌리며 상대에 대한 증오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들은 강요된 관계를 오래 유지하다보면 이들의 증오는 어느 순간 강한 애증으로 발전되었다. 의식적으로는 상대를 증오하지만 무의식적으로는 상대에 대한 연민의 강점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상대도 상황상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다고 이해하는 것이다. 또한 강요된 헌신관계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있는 짝들은 나중에 상황이 바뀌어 관계를 벗어날 수 있어도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 연구결과는 왜 선택의 자유가 없는 북한주민들이 김정은과 같은 독제자에 대해 열광하는지, 매맞는 아내가 남편으로부터 탈출할 기회가 주어져도 탈출을 못하는지, 일상적 부부관계에서 고운정보다 미운정이 더 강하게 작용하는지, 감옥에서 왜 간수와 죄수가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지, 인질로 잡힌 사람들이 나중에 인질에서 풀려나도 인질을 옹호하는 스톡홀름 현상이 나타나는지 등등 다양한 <강요된 헌신의 사례>를 설명하는 원리로 인용되기도 했다.

사람들은 선택지가 없는 구조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있으면 그 불리한 구조를 자신이 어쩔 수 없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 강요된 조건 하에서 자기들 나름대로 인간으로서 살 최소한의 궁리를 찾아서 자신들의 관계를 합리화 하기 시작한다. 이 심리적 합리화가 결국은 상대에 대한 증오를 상대에 대한 애증으로 바꾼다. 인간관계에서 애증은 구조의 문제를 합리화하는 심리적 방어 메카니즘에서 발전된 것이다. 애증은 어떤 구조하에서도 나름대로 질서를 만드는 방식인 것이다. 또한 애증의 강도가 강해지면 구조가 바뀌어도 이 구조의 변화를 이용해 관계에서 탈출하지 못한다. 강요된 헌신은 구조의 폭압을 당연한 것으로 정당화시킴으로써 문제의 큰 그림을 놓치게 만들기도 한다.

안희정 지사의 측근들이 나와서 안지사와 김지은씨가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는 증언을 쏟아놓고 있다는 뉴스를 접하고 10년 전 이 연구가 생각났다. Me Too로 기소된 장본인들이 한 목소리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 둘 사이에는 애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이 애정에 대한 단편적 증거를 제시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다. 김지은씨는 자신이 구조의 폭압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자포자기한 것이다. 안희정 측근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김지은씨는 폭압적 구조적 상황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애정을 연기한 것이다. 이것을 애정행각으로 프레이밍하는 변호인들은 화성에서 온 사람들인가?

나는 법원이 사건을 큰 맥락의 흐름에서 충분히 잘 이해하고 현명하게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

#안희정
#강요된헌신
#자발적헌신
#ME_T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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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