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병원이 군대화 될까?
왜 병원에 군대식 문화가 만연해졌나?
제주대학교 의대교수의 사례
제주대학교 의대에서 어떤 의사분이 자신의 동료와 간호사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갑질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 사람은 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신성한 병원에서 갑질이라는 고질적 방식으로 통제를 행사하려 했을까? 왜 학교는 문제가 불거질 때까지 알고도 그냥 보고만 있었을까? 이 문제는 학교가 맘대로 할 수 없는 병원의 문화와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조직을 연구하는 학자로서 본인이 진단하는 바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심각한 이유는 조직의 심리적 안정지대를 구축해주는 사명의 울타리가 무너진 경우다. 조직에 사명의 울타리가 무너지는 순간 통제의 기제가 자율적 통제에서 군대식 통제로 바뀐다.
이 사명이 울타리가 튼튼한 울타리로 작용하고 있는 한 이 울타리가 만들어낸 심리적 안정지대를 공유하는 모든 구성원은 한 가족이자 동료이자 파트너이다. 울타리 안의 모든 사람들은 운명의 파트너가 되어 서로의 학습과 성장을 격려한다. 사명의 울타리를 구축한 조직에서 혁신은 저절로 따라온다. 사명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학습을 하고 학습이 축적되어 혁신으로 이어지고 혁신이 지속되어 성장을 체험한다. 조직은 자연스럽게 활성화된다.
사명의 울타리 안에서 벌어진 실수는 사명을 염두에 두고 있는한 모두 학습으로 축적된다. 실수는 그자체로 원석이고 사명은 이 보석들을 꿰어 보석 목걸이로 만들어주는 줄인 셈이다. 사명이 없다면 실수는 보석이 아니라 그냥 쓸모없는 연속된 실패일 뿐이다. 사명의 울타리를 공유한 조직에서 혁신이 자연스러운 이유이다.
환자의 생명에 대한 사명이 무너진 병원에서 의사들이 조직을 통제하는 방식이 군대식이다. 의료사고를 줄이기 위해 경험이 많은 의사를 중심으로 일사분란하게 군대식으로 통제된다. 군대식 통제에서 생각을 하도록 허락된 사람들은 고참뿐이다. 하급자는 이 사람의 생각대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다 사고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이유를 댄다. 하급자가 일사분란하게 손발이 되어주지 못하면 곧바로 응징에 들어간다. 갑질이 시작이다. 사명의 울타리가 없는 조직에서 실수나 사고에 대한 책임에만 신경을 쓰기 때문에 혁신이 금기시된다.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사고를 줄이기 위해 경험이 부족한 직원들을 철저히 군대식으로 가혹하게 통제해야 한다. 이런 조직에서는 혁신하다가 사고치기보다는 중간수준에서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무난히 어울려사는 무사안일주의를 표준으로 받아들인다.
다 사명의 울타리가 없는 조직에서 겪는 비극이다. 생명과 직결되는 인명사고가 없어야되는 병원에서도 사명의 울타리가 있다면 생명을 더 잘 살리기 위한 지속적 혁신은 상수가 된다. 생명을 살리고 의료사고를 줄이기 위해 의사와 간호사간 아니 모든 직원간 피드백과 소통이 활성화된다. 모든 학습의 결과가 공개된다. 소통과 피드백과 학습이 전염되어 조직자체가 활성화되어 있다. 환사의 생명을 소중하게 취급하는 사명을 구현하기 위한 사명을 향해 병원의 모든 자원들이 최적화되고 학습이 공유된다. 환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할 수 없으므로 모든 혁신적 시뮬레이션 기법을 동원하여 사고 제로를 향해 혁신적으로 훈련한다. 훈련은 생활의 달인 수준이다. 이 모든 혁신활동이 가능한 것은 병원에 사명의 울타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사명의 울타리가 무너지는 순간 병원은 의료사고를 줄이기 위해 경험이 많은 의사중심으로 돌아가는 군대가 된다. 의사간 간호사간 실수의 전조가 될 수 있는 시그널들이 있으면 피드백되거나 공유되지 못하고 숨겨지다가 사고로 터지고 누군가는 책임을 지고 옷을 벗고 이런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군대식 통제는 더 강화된다. 사명을 잃자 병원의 존재목적이 의료사고를 내지 않는 것으로 치환되었다. 이런 병원들은 생명을 더 잘 살리기 위한 자발적 학습이 일어나지 않아서 의료의 질은 떨어지고 결국 퇴출의 수순을 밟는다. 이런 병원에서는 환자체험이라는 것을 찾아보기 힘들다.
사명을 잃는 순간 군대식 통제의 문화는 병원의 공통적 특성이 된다. 이들이 사명의 울타리를 상실ㄷ한 댓가로 치뤄야하는 갑질과 통제의 비용은 상상을 불허할 정도다. 사명의 울타리는 차지하고라도 환자를 자신의 가족이라는 생각만 할 수 있어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는 없다. 간호사나 직원을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라는 생각만 있어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없다. 다 의사가 환자를 고장난 기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의사의 환자체험과 사명의 울타리 복원이 가장 시급한 곳이 대한민국의 대형 병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