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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포리아에서 디아스포라

Dec 14, 2018 ·3분 ·jkyoon · 2,817

아포리아에서 디아스포라로
영웅의 여행에 대한 서사

아포리아(aporia)는 출구가 없는 상황을 이야기한다. 출구가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선택지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선택지는 있다. 한 가지 선택지는 아포리아를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고 규정하고 여기에 갇힌 현실을 인정하고 다만 죽을 때까지 마음 편하게 서서히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다. 다른 하나의 선택은 더 과감한 선택이다. 없다고 생각하는 출구를 찾아서 이리저리 헤메기보다는 아포리아 자체를 폐기처분해버리는 것이다. 아포리아도 따지고 보면 자신이 상상적으로 구성해서 만든 세계이기 때문이다. 아포리아를 폐기처분한다는 것은 구멍난 배에서 무작정 구명정이 오거나 침몰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그냥 배를 버리고 망망대해에 벌거벗은 상태로 몸을 던지는 것이다.

아포리아를 버리면 사람들은 곧 바로 디아스포라(diaspora) 상태로 진입한다. 디아스포라의 상태는 망망대해에서 정처없이 새로운 땅을 찾아 헤메는 사람들의 상태이다. 이들이 새롭게 거주할 땅을 찾는다면 디아스포라는 축복이고 못찾는다면 이들은 영원히 전대받는 집시가 된다.

역사적으로 디아스포라를 경험한 사람들은 기아와 기근을 피해 세계 각지로 이주한 아이랜드인들, 아프리카에서 노예로 팔려온 흑인들, 유대인들, 중국으로 이주한 조선족, 러시아로 이주한 한인 로스케, 육이오 동란당시 남쪽으로 이주한 실향민 등 다양하다.

디아스포라를 경험한 상태에 있는 사람들의 운명은 두 갈래이다. 한 부류는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버리고 영원히 정체성을 찾아 헤메는 집시로 전락해서 사회의 주류로 영원히 편입되지 못한 사람들이다. 다른 한 부류는 이방인의 경계를 넘어서 주류사회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성공한 사람들이다.

성공적으로 디아스포라를 넘어선 대표적 민족은 유대인들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매년 노벨상의 25% 정도를 독점하고 세계 금융을 장악하고 있다. 한 마디로 세상의 부와 명예 모두를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아포리아의 감옥을 벗어나 디아스포라의 망망대해로 뛰어든 사람들 중 유대인처럼 근원적 변화에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디아스포라의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실향의 감정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이 실향에 대한 슬픔을 슬픔으로 위안하며 산 사람들은 집시의 삶으로 끝날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고향에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강제로 추방당했다는 것에 울분을 토로하며 세월을 보낸다. 반대로 이 실향의 슬픔을 더 높은 목적으로 승화시키고 이 목적을 달성해서 고향에 다시 금의환양할 것이라는 꿈으로 승화시킨 사람들은 귀향의 실현 여부와는 상관없이 성공적 삶을 구축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포리아에 해당하는 현대를 사는 우리는 모두가 이런 역사적 서사와 비슷한 경험을 한다. 아포리아는 현재 자신의 정신세계이다. 이 정신세계를 들어다보면 한 마디로 답과 출구가 없다. 이 정신세계를 벗어나 디아스포라에 과감하게 뛰어드는 여행을 감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지 못한다면 현 정신모형의 감옥에 갇혀 서서히 죽어가는 삶아죽는 개구리 삶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포리아를 버리고 디아스포라에 뛰어든 사람들 중 자신만의 북두칠성을 잃지 않고 이것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지도를 그려낸 사람들이 바로 21세기 성공과 변화의 문법을 가진 사람들이다. 이들은 주체적으로 자신의 아포리아를 포기하고 디스포리아의 망망대해에 과감하게 몸을 던져 자신만의 지도를 만들어 금의환양하는 영웅들이다.

대한민국은 나라전체가 디아스포라에서 성공적으로 탈출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경제적으로 아포리아에 빠져 있던 우리에게 IMF 경험은 디아스포라의 뼈아픈 경험을 선사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금모으기로 상징되는 나라의 정체성을 포기하지 않고 디아스포라를 극복해 선진국 문턱에까지 와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지금은 다시 아포리아에 갇혀있다. 디스포리아의 광장에서 촛불로 간신히 찾아낸 우리의 미래도 다시 아포리아의 어둠 속에 갇혔다.

진정한 영웅들은 IMF 경험처럼 강제로 디아스포라에 던져지기전에 주체적으로 아포리아를 버리고 디아스포라를 거쳐 자신만의 진북(true north)을 발견해 자신의 지도를 만드는 사람들이다. 지금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는 이와 같은 영웅의 여행을 시도하는 사람이다. 안타갑게도 이런 영웅적 서사를 시도하는 리더들이 기업이나 정치에서 심지어는 젊은이들에게서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안타갑게도 대부분의 사람은 아포리아의 감옥이 더 편하다고 아우성이다.

댓글

김완철 유대인들은 성경이라는 북극성이 있기에 가능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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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