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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서의 탄생과 진화

Mar 31, 2019 ·3분 ·jkyoon · 2,938

Order on the Edge of Chaos
질서의 탄생과 진화:

제가 코넬대학교의 Lawler 교수님과 2016년에 Cambridge University Press에서 편집출간한 책입니다. 이 책에는 오랫동안 질서를 연구해온 세계 최고의 석학들을 초대해 새로운 질서가 탄생하는 관점을 조명해보도록 했습니다. 모든 석학들의 공통적 관점은 새로운 질서는 항상 혼돈의 끝자락에서 다양한 자기조직화 과정을 이끄는 끌개에 의해서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국가에 의해서 개인에게 탑다운으로 강요된 질서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원시적인 질서의 개념입니다. 새로운 시대의 질서는 내부에 숨어 있는 끌개가 구성원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고 이 불이 자기 조직적으로 들불로 자라날 때만 탄생합니다.

책을 내고도 시기상으로나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이 될 수 있어서 한국의 새로운 질서문제와 연동시키지는 일을 자제해왔습니다.

책에 제시된 여러 관점 중에서도 제가 생각하는 대한민국이 혼돈의 가장자리로 내몰리게 된 상황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관점은 미래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목적의 상실이라는 관점입니다. 세계 어떤 나라보다 대한민국만큼 효율성과 수단이란 이름으로 나라 전체와 온 국민들을 관료제의 철장에 성공적으로 가둔 나라는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법조인들 중심으로 나라의 질서가 구성될 때 격는 대표적 현상을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빨리 심각하게 겪고 있습니다. 수단과 효율성을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는 동안 우리가 상실한 것은 목적입니다. 정치도 목적을 상실했고 대학도 목적을 상실했고 종교도 경제도 언론도 목적을 상실했습니다. 목적을 상실한 나라에서 미래를 위한 혁신이 일어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습니다. 결국 미래도 상실했습니다.

대한민국 혼돈은 바로 목적의 상실이 초래했다고 보여집니다.

우리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 광장에 모여 던진 질문이었던 <이게 나라냐>라는 질문은 나라의 목적과 정체성 상실에 대한 준엄한 질문이었습니다. 무너진 혼돈의 나라의 광화문 광장에서 국민들이 촛불을 들고 찾아 나섰던 것도 목적이 분명한 나라였습니다. 우리 미래에 대한 극심한 불안도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방향을 설정해주는 목적에 대한 상실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을 혼돈의 가장자리에서 살려낼 수 있는 방법은 사회의 각 영역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Bottom Up으로 목적의 불씨를 살려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적은 무질서를 새질서로 조직해주는 끌개(Attractor)입니다. 나라가 유사리더에 의해 장악되어 나라전체를 리더십의 혼동에 빠트리게 만든 것도 결국 목적을 상실한 리더들에게 나라의 질서를 만드는 주도권을 빼앗겼기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대한민국의 새로운 질서는 사회의 각 영영에서 Bottom Up으로 목적을 끌개로 복원해 대한민국 국민들의 정서 에너지에 불을 붙이는 일을 누군가는 당장 시작할 수 있을 때 자연스럽게 떠오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내재적 질서는 더 이상 국가에게 기대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더 이상 정치가들이나 법조인이나 엘리트들이 우리를 위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루 빨리 포기하는 것만이 우리 스스로 질서를 만드는 일에 매진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

사회의 각 영역에서 자신의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목적을 살려내고 목적을 통해 사람들의 마음에 불을 붙이고 이 불들이 서로의 날갯짓으로 공명을 일으키게 만들고 이 공명들이 들불로 번지게 만드는 순간 우리는 우리 스스로가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새질서의 탄생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사회의 각 영역에 불이 붙은 불씨가 작을 때는 이들의 날갯짓이 불을 꺼트리겠지만 날갯짓들이 커져서 불들이 어느 정도 크기로 자라난다면 날개짓은 공명을 일으키고 불을 들불로 만들어가는 자기조직화 과정을 거치게 될 것입니다. 국가의 리더들에게 기대기보다 자신의 서 있는 영역에서 만든 조그만 불씨를 다른 영역에 불씨로 만드는 이어지게 만드는 일만이 대한민국의 역사를 바꿀 수 있는 큰 불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대한민국은 정치가들이나 위정자에게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서서 더 크고 성숙하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들 정치가이나 위정자들이 국민들이 살려낸 목적의 불씨를 제발로 따라오게 만드는 국면이 우리가 현실적으로 우리나라를 살려내는 단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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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