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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게이지먼트 열풍

May 20, 2019 ·4분 ·admin · 2,803

<물가로 말을 데리고 가는데 성공했지만?>
인게이지먼트 열풍

물을 먹이기 위해 말을 물가로 데려가는데는 성공했지만 갈증이 없는 말은 물을 먹을 생각이 없다. 말에게 억지로 물을 마시게 할 수 있을까? <물가로 데려 갔지만 말에게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다>는 속담은 어떤 전략을 써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말의 경우는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리지만 사람들의 경우는 어떨까? 갈증이 없어서 물을 마시고 싶은 생각이 없음에도 상대에게 물을 마시게 할 수 있을까? 집에서 공부를 게을리하는 자녀가 있으면 부모는 <너에게 공부하라는 것이 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것이지 나에게 무슨 영광이 있겠니?>라고 설득해가며 물을 마시게 하지만 공부에 갈증이 없는 아이는 공부할 생각이 없다. 부모가 볼 때는 공부하는 척하다가 다시 자신이 갈증을 느끼는 게임에 빠질 것이다.

아이러니하게 말보다 더 주체적인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경우는 갈증이 없어도 물가로 데려가서 물을 마시게 할 수 있다. 하지만 물을 마시게 하는 수준이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방식은 애교이고 대부분은 노상강도 수준이다. 칼을 들이대고 위협해가며 물을 마시라고 강요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말은 물을 안 마시겠지만 사람의 경우 대단한 용기를 가진 사람을 제외하고는 물을 안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이들의 물마시는 행위는 다 연기이다. 상황이 두려워 물을 마시는 척만할 뿐이지 진짜 물을 마시지는 않는다. 동물과 달리 사람은 연기가 가능하다.

지금까지 회사와 종업원의 관계도 비슷했다. 회사는 월급을 주니 당연히 물을 마시는 행위를 하라고 강요하지만 종업원들은 물을 마시는 연기에 몰두할 뿐이다. 요즈음 직장인들은 회사에 들어올 때 영혼을 회사 문밖에 걸어놓고 회사에서는 영혼이 없이 일하다가 집에 갈 때 영혼을 찾아간다고 묘사한다. 자신의 영혼이 회사의 물로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지금까지 회사의 HR은 영혼없는 연기자들만 길러냈다.

한 때 조직몰입에 대한 프로그램들이 풍미하던 때가 있었다. 조직몰입은 어떤 말이던 물가로 데리고 오면 다 물을 마시게 할 수 있다는 가정에 근거해 만들진 프로그램이다. 물로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기도 하고, 정서적 만족을 제시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종교적 규범도 제공한다. 한 조직에서 오랫동안 살아야 하는 현실이 전제되어 있을 때는 그냥 포기하고 회사에서 제공해주는 물을 마셔가며 살아야 했다. 하지만 이런 몰입원리가 작동되기에는 시대가 너무 변했다는 것을 최근 HR 담당자들이 깨달기 시작했다.

몰입 commitment는 결혼과 비슷한데 지금까지의 몰입중심의 HR은 약혼도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결혼부터 강요한 것이다. 결혼상태를 강요하기보다는 약혼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프로그램이 인게이지먼트 engagement 프로그램이다. 생계 때문에 결혼하던, 부모가 강요해서 결혼하던, 사랑해서 결혼하던 일단 결혼 commitment하면 부부로서 지켜야 할 의무와 헌신이 절대적으로 요구되지만 약혼은 다르다. 약혼 engagement의 상태에서는 서로가 서로에 대한 독립적 의지와 선택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약혼기간은 영혼을 바쳐 상대를 평생 사랑할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기간이다. 영혼을 다해서 상대를 사랑하는 행위를 해봐야 상대에 대한 사랑이 진짜인지를 검증할 수 있다. 인게이지먼트 기간은 상대를 물가로 데리고 갔어도 상대가 싫다면 물을 먹이는 행동을 할 수가 없는 기간이다.

인게이지먼트를 제대로 이해하고 회사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HR 프로그램을 회사에서 만들어서 종업원에게 강요하는 기존의 조직몰입 방식을 사용하면 안된다. 능력있는 사람들이 돈 때문에 회사와 결혼할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기존의 조직몰입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회사에서 벤치마킹을 해서 베껴서 종업원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더 치명적이다. 벤치마킹으로 모든 HR을 해결하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약혼반지를 빌려서 가짜 청혼하는 행동이다. 종업원들이 스스로 갈증을 느끼고 스스로 물을 찾을 때까지 상대의 자율의지와 주체성과 일인칭의 삶을 존중해주어야 한다. 인게이지먼트의 핵심은 회사에서 써준 3인칭 역할 대본을 가지고 연기하는 삶을 살게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라는 무대에서 자신이 일인칭 주인공으로 어떤 역할로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역할대본을 스스로 쓰게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모두가 마음만 먹으면 주체적 일인칭의 삶으로 사는 것이 기술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가능하게 임파워먼트 된 세상을 살고 있다. 이런 사회적 기술적 임파워먼트는 사람들을 3인칭 노예의 삶에서 해방시켰다. 자기가 스스로 조직하는 주체적 삶의 의미를 각성시켰다.

인간에게는 성장체험에 대한 갈증이 가장 순수한 갈증이다. 서로가 서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검증하는 성장체험이 모든 인간들이 느끼는 갈증의 핵심이다. 회사와 종업원이 서로가 서로를 위해 성장체험을 제공할 수없다면 억지로 끌고가서 물을 먹이려고 시도하고 물을 먹는 연기를 하는 삶을 반복해야 한다.

최근에 글로벌 초일류기업에서 불고 있는 <전문가들의 놀이터>와 <문화마당(culture deck)>은 영혼에 상처를 주어왔던 조직정치를 제거하고 대신 종업원들이 자신의 영혼을 가지고 와서 일과 섞어가며 신나게 놀기도 하고 자신의 전문성도 신장시킬 수 있는 성장체험의 운동장을 만들어 인게이지먼트를 되살리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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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