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복권
잘 생긴 것도 죄가 될 수 있을까?
조국교수의 유전자 복권
어제 정해인 김고은이 주연하는 <유열의 음악앨범>라는 영화를 보면서 조국교수가 왜 이런 광풍의 중심에 서 있는지 단서를 얻었다. 영화는 비행청소년이었던 아주 잘 생긴 정해인이 소년원에서 나와서 김고은이 하는 동네 빵집에 아르바이트 생으로 지원하는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정해인은 빵집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개과천선한 삶을 살아가려고 치열하게 노력하지만 비행청소년이었던 친구들 사건에 자주 말려들어 정상적 삶을 벗어나곤 한다. 이 과정에서 김고은과 헤여짐과 만남을 계속한다.
한 친구가 정해인을 자신들의 일에 끌어들어가며 우리는 과거의 삶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는데 너는 왜 자신들과 다른 정상적인 삶을 사는냐고 투정을 부린다. 투정이지만 본능적인 질투다. 친구는 그게 바로 자신들에 비해 너는 잘 생겼기 때문에 사람들이 죄도 용서해주고 더 관대하게 봐준다고 주장한다. 너도 죄를 저지렀기 때문에 우리와 같은 비운의 삶에서 벗어나지 못해야 세상이 공평하다고 주장한다. 결국 이런 열등감을 극복하지 못하고 자신들의 죄에 지속적으로 끌어들여 정혜인을 타락시키려 시도한다.
잘 생긴 사람들은 항변한다.
잘 생긴 것이 죄냐?
잘 생긴 것자체는 죄가 될 수 없지만 죄의 문턱에 더 가까운 삶을 사는 것만은 사실이다. 왜 그럴까?
잘 생긴 사람으로 태어난 것은 전적으로 운이다. 자신이 어떤 부모 밑에 태어날 것인지를 자신이 선택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국 교수처럼 잘 생기기까지 했는데 머리도 좋아서 최연소로 서울대 법대에 들어가고 최연소로 교수 타이틀까지 걸머쥘 수 있는 사람들은 절대적으로 유전자 복권에 당첨되는 운이 받쳐주지 못하면 불가능하다. 더군다나 조국교수는 억세게 운이 좋아서 머리도 좋게 태어나고 얼굴도 잘 생겼다. 유전자 복권에 두 차례 동시에 당첨된 것이다. 이 유전자 복권은 써도 마르지 않는 복권 당첨금을 건네준다. 이들은 조용하게 살기로 작정만 한다면 복권 당첨금을 평생 타가면서 인생을 편하게 살 수 있는 운이 억세게 좋은 사람들이다. 복권당첨된 것을 숨겨가면서 조용히만 산다면 편안하게 여생을 보낼 수 있지만 복권당첨된 것을 세상에 자랑하고 다니면 문제가 시작된다.
조국 광풍을 짚어보면 가장 먼저 질투하기 시작한 사람들은 한 번정도 유전자 복권을 탄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들도 한 번 탄 적은 있으나 같은 사람에게 두 번씩이나 큰 행운을 물려주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스카이 대학 나와서 언론에 종사하거나 법조계에 종사하다 국회의원이 된 사람들은 적어도 한번 정도 탄 사람들이다. 반격은 복권근처가 가보지도 못한 사람들이 아니라 이들로 부터 시작되었다. 말이야 법무부 장관 후보가 정의와 공정성에 의심이 가는 일을 했다는 등 논리적이지만 이들의 속셈은 배가 아프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배가 아픈 것이 열등감이 아니라는 것을 자신들이 지금까지 밥벌이를 했던 언론이나 법 등 배운 것을 통해 증명하는 일에 집단적으로 나선 것이다.
유전자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 이런 논쟁에 스스로를 몰아가는 측면도 존재한다. 유전자 복권을 탄 사람들이 평범한 사람보다 죄에 가까이 사는 장본인들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전자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이 조용히 살기로 작정을 했다면 문제는 불거지지 않는다. 이들이 공직자로 나서기로 작정을 한 경우 문제가 시작된다.
유전자 복권에 당첨된 사람들은 노력만으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에 비해 이미 반정도 앞에서 달리기 경주를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죄에 가까워지기 시작하는 지점은 자신은 운이 좋아서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스스로 결과를 일군 것으로 주장할 때 문제가 시작된다. 이들은 심지어 억세게 운이 좋은 것도 자신은 남들과 달리 특별하기 때문에 그런 기회를 얻었다고 믿는다. 이 모든 것을 자신의 특별함 때문이라고 스스로도 믿게 되면 마치 세상을 다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은 권능감을 가진다. 이때부터 마치 신이라도 된듯 세상에 대해 판단하고 재단하고 심판하는 말들을 쏟아낸다. 더불어 커져가는 거만과 탐욕을 스스로도 통제하지 못한다. 거만과 탐욕이 거인처럼 커지게 되면 결국은 추락하게 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이점이 바로 유전자 복권 속에 숨겨진 불운의 그림자이다. 희랍신화에는 이런 신을 닮은 완벽한 인간의 종말이 항상 비극으로 그려져 있다.
외모 유전자 복권보다 머리가 좋은 유전자 복권이 문제의 소지가 될 개연성이 더 높다. 아무리 머리가 좋아도 스스로 공부를 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자신의 노력이 가미되야 한다는 점을 이용한다. 머리가 좋으면 똑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이지만 일단 성과를 내면 이 모든 것을 자신이 일구어 낸 것처럼 주장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주변에서도 공부를 잘하면 칭찬만 받으며 살기 때문에 더 기고만장해질 개연성이 높다. 여기에다 모든 사람들이 선망하는 외모까지 가졌다면 리더로서의 카리스마 기반을 획득한다. 카리스마 리더는 항상 겸손을 얻지 못하도록 악마의 조종을 받는다. 세상에 대해서 신이라도 된 것처럼 재단하고 판단하는 이야기들을 쏟아낸다. 유전자 복권에 당첨된 사람 중 겸손한 사람이 있다면 사람들은 그를 리더라고 부르며 자발적으로 따를 것이다.
야당에서는 유병우 김기춘 이연주 조윤선 같은 사람들이 이 유전자 복권에 당첨되어 승승장구하다 결국은 불운한 운명으로 떨어진 사람들이다. 조국교수는 이들보다 더 큰 유전자 복권을 타고 났다. 유전자 복권으로도 충분히 평범한 사람들보다 더 잘먹고 잘 살아왔는데 이것을 넘어 치사하게 자신의 가족을 더 챙기는 일을 했왔다는 것이 공본을 샀다. 그것도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 그랬다는 것에 배신을 느꼈다. 한 번 복권당첨으로 비교적 잘 사는 언론인들이나 법조출신 국회의원들이 먼저 나서서 유전자 복권과 상관없는 평범한 사람들을 선동하는 형국이다. 이들이 제시하는 논리나 이념은 포장이고 이들을 조종하는 것은 열등감인 것으로 보인다.
유전자 복권을 타고난 사람들이 나서지 않고 조용히 살기로 작정했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회의 리더로 나서기로 작정을 했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탐욕의 부추김을 억제하는 겸손이 통제장치를 잃었다면 비극의 주인공이 될 개연성이 높다. 조국에 대한 판단은 이들 선동가로 나선 언론인들이나 국회의원들에게 물어서는 안된다. 지금까지 땀으로만 자신의 입지를 굳힌 평범한 시민들에게 조국이 법무장관으로 자격이 있는지를 묻어보아야 공정성이 담보될 것이다.
참고로 <유열의 음악앨범> 영화는 탄탄한 소재와 탄탄한 구성이 감동을 주는 아주 좋은 영화였다. 많은 영화를 봐서 영화를 칭찬하지 않는데 오래간만에 좋은 영화를 감상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