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의식 왜 실종되었나?
삼인칭 경영이론에서 벗어나야
주인의식이 왜 실종되나?
대리인 기반 경영은 (Agency Based Management) 고전경제학이론에 따라 경영의 방법론을 만들어낸 것이다. 한 마디로 대리인 이론에 따라 조직의 지배구조를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대리인 이론에서 경영자들은 주주들의 경영권을 위임받은 사람들이고 이들이 주주들 대리해서 종업원을 고용했다고 본다. 주주와 경영자들간의 대리인 관계도 중요하지만 경영을 위임받은 경영자와 종업원 관계도 핵심주제이다. 대리인 이론의 목적함수는 주주의 행복이다. 종업원의 입장에서보면 주주라는 삼인칭이 요구하고 기대하는대로 월급쟁이 대리인으로서의 삼인칭 삶을 살 것을 강요하는 경영기법이고 이 기법이 신자유주의를 풍미하는 대표적 경영이론으로 견고하게 자리메김했다.
이 대리인 이론에 기반한 경영이 최근 변화한 L자 경기국면이나 초연결 디지털 사회의 국면에서 경영폐해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왜 그럴까?
주주의 행복을 극대화 시키는 목적을 실현시키기 위해 수단 변수들을 선정하고 이 변수들을 최적화해야 한다. 주주의 행복을 극대화하기 대리인이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용해 주주 몰래 주주의 행복이 아니라 자신의 행복을 증진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행동을 사전에 방지하고 감시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감시망이 느즌한 틈을 타서 종업원들이 주주의 행복을 희생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을 대리인 비용이라고 명명하고 이 대리인 비용을 효율적으로 감소시키는 과제에 총력을 기울여 왔다. 신고전경제학의 원리에 따라 이론이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Economic Theory (E 이론)이라고도 명명된다.
대리인 이론에서 제안하는 인사관리는 전략적 인사관리이다. 전략적 인사관리는 회사의 전략과 일치하도록 인사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경영진이 정한 전략을 제대로 수행해서 성과를 낸 사람들에게 승진도 시켜주고 고과도 잘 주고 인센티브도 제공해야하는다는 내용이다. 이들은 이런 HR 시스템을 직원들이 열심히 일하게 하는 드라이버로 사용한다. 드라이버로 사용한다는 것은 종업원들을 그레이하운드 경주 개처럼 생각하는 것이다. 개를 열심히 뛰게 만들기 위해서는 개 앞에 HR이라는 고기덩어리를 앞에서 걸어 놓고 달리게 만든는 것이다. HR을 철저하게 외재적 보상으로 가동한다.
대리인 경영 의 가장 큰 문제는 대리인들인 종업원들이 실무에서 일어나는 일을 경영진이 잘 모른다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이해해 경영진 이익에 반하는 이익을 편취할 때 생긴다. 이런 모랄 해저드 문제를 해결하고 충성심을 되돌리기 위해 성과와 상관없은 돈을 써야한다. 대리인 비용에 따라 경영을 하다보면 임금이 회사의 성과와 상관없이 오르게 되는 현상을 경험한다. 경기가 나름 잘 돌아갈 때는 이런 곳에 돈을 써도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지만 경기가 어려울 때 이런 대리인 비용은 과도한 운용비용이 된다. 마라톤 경주를 하는데 큰 베낭하나 씩을 메고 달리는 형국이다. 경기가 어려워다면 이런 회사들은 버틸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경기가 어려워지만 더 큰 문제는 경영진들이 종업원을 이용해서 사익을 편취하는 행위인 CEO 리스크이다. 대리인 이론을 철저하게 신봉하는 회사일수록 CEO 리스크는 더 커진다.
기업에서 임금체계로 버리지 못하고 있는 영공급도 따지고 보면 대리인 이론에 따라 설계된 임금체계다. 위 직급이 아래 직급을 관리하는 비용을 책정하고 관리비용에 돈을 지급하는 형태다. 회사가 얼마나 돈을 벌었는지와는 전혀 상관없는 문제다. 전제 자체가 돈은 무궁무진하게 벌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이론이다. 지금과 같은 시기의 현실과는 괴리가 많다.
글로벌에서는 이미 대리인 기반의 경영을 포기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대표적 대안의 이론으로 떠오른 것이 목적기반의 경영이다. 목적기반의 경영에서는 조직의 존재이유가 조직이 정한 자신들을 존재의 수준에서 차별화하는 목적의 실현이라고 규정한다. 이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모든 구성원들은 대리인이자 청지기 이다. 이들 목적의 청지기들는 자신의 역할을 일인칭으로 스스로 써가며 이 임무를 수행한다. 경영자의 청지기 역할은 구성원들이 마음껏 뛰어놀려 자신들의 역할 전문성을 신장시킬 수 있는 전문가들의 운동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종업원의 청지기 역할은 전문성을 높혀 고객의 고통을 덜어줌으로 목적을 실제로 달성하는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경영진은 이렇게 해서 달성된 성과를 구성원에게 공정하게 배분해주는 목적의 대리인 역할도 수행한다. 이 공정성을 통해 배분되는 HR 자원들은 모두 목적의 Driver가 아니라 목적을 지속적으로 달성하게 뒤에서 격려하고 밀어주는 Reinforcer로 규정된다. 목적의 Driver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할당된 미션과제를 통해 설정된다. 대리인 경영이론과 핵심적 차이는 조직이 정한 목적과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이 사명과 목적의 맥락을 염두에도 자신의 역할 스크립을 스스로 쓰게 만든다는 점이다. 대리인이론이 염려하고 있는 모랄해저드가 목적경영이론에서는 없다. 사람을 위해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받아들이고 있는 사명과 목적을 위해 스스로 역할을 정하고 여기에 충성하기 때문이다.
목적경영이론은 주주도 사람이고 경영진도 사람이고 종업원도 사람이라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주주가 경영진을 통제하고 경영진이 종업원을 통제한다는 생각을 포기하지 못한다면 조직은 반드시 관료제화되고 지금과 같은 시대에 위계적 관료화는 치명적 질병이 된다는 점을 지적한다.
지금은 초연결 디지털 혁명의 스나미가 몰려오는 시대이다. 한 마디로 답이 없는 시대이다. 이 답이 없는 시대에 구성원들이 목적의 나침반에 따라 스스로의 답을 스스로 찾아가게 만들지 못한다면 어떤 세련된 경영기법을 동원해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 대리인 기반의 경영방식을 탈피해보려는 노력을 보이는 회사들이 나타나고 있다. SK가 대표적이다. SK는 실질적 직급체계를 없애고 상대평가에 기반한 고과도 없앴다. SK의 실험이 가시적 성과를 내서 세상이 목적경제의 세상으로 전환되었음을 증거할 수 있기를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