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earning

가족의 재발견

Dec 18, 2020 ·3분 ·admin · 2,704
회사가 가슴으로 낳은 가족
가족의 재발견
매스컴에서 일하기 좋은 기업으로 항상 조명되는 대표적 기업들로Southwest Airlines, SAS, Wegmans Food Markets를 꼽는다. 이 회사들의 공통점은 가족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존경 받은 100년 기업들의 대열에 합류한 대부분 기업들이 가장 중요시하는 가치도 가족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회사들이 생각하는 가족과 우리나라 기업들의 설립자가 생각하는 가족은 다르다.
이런 회사들에게 가족이란 구성원이 회사가 설정한 중요한 사명이나 가치를 존중하고 따르는 지에 의해서 규정된다. 이런 회사에서는 아무리 설립자의 혈연적 가족이라고 해도 회사의 사명이나 가치를 충실히 따르지 않는다면 가족이라고 보지 않는다. 반대로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어도 회사가 설정한 사명이나 가치를 따르고 실현 시키려고 노력한다면 가족의 일원이다. 가족의 구성원을 정의하는 기준이 회사의 사명, 철학, 가치이다. 이런 보편적 가치기준과 정체성으로 정의된 가족개념은 혈연이 섞이지 않은 구성원에게도 가족에서 느낄 수 있는 심리적 안정감을 체험하게 만든다.
얼마 전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회사를 “두 번 상속하면 회사가 사라진다”고 상속세에 반대하는 발언을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서정진 회장에게 가족이란 혈연적 가족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서정진 회장은 우리나라 대부분 재벌들이 생각하는 가족의 개념을 대변한다는 점이다.
기업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협업을 통해 비범함을 만들어 내는 곳이다. 이런 비범함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분명한 목적과 철학이 요구된다. 또한 이런 회사들은 고객의 다양성에 맞춰 다양한 구성원들이 모여 회사가 정한 목적과 고객을 위해 마음 편하게 협업할 수 있는 분위기가 필수적이다. 혈연에 기반한 가족의 개념은 이런 다양성과 협업의 개념이 지향하는 바와 반대인 정치적 거래와 연줄을 지향한다.
서정진 회장처럼 가족을 혈연적 가족으로만 국한 시키는 것은 지금과 같은 초연결 초지능 디지털 시대에는 시대착오적 생각이다. 회사가 평범한 사람으로 비범함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이런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중요한 가족의 일환으로 존중 받아 가며 자신들의 전문성을 동원하여 조직의 목적을 위해 협업하게 할 수 있는 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기업들 중 CEO 리스크 때문에 큰 곤경에 빠진 경험이 있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이 회사의 설립자가 봉건시대의 가족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한 혈연적 가족을 운용하고 있는 회사들이다.
혈연적 가족이 아닌 사람들에게 승계해가며 존경 받는 100년 기업의 지위를 성취한 회사들은 자신의 구성원을 <가슴으로 난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회사가 구성원을 가슴으로 낳았다는 것은 회사의 철학과 사명으로 구성원을 길러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회사는 구성원들이 회사의 철학과 사명에 대해 한결같은 긍휼감을 가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회사도 구성원들이 회사의 사명과 목적에 긍휼감을 가지고 있는 한 이들을 중요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생각한다. 회사의 모든 구성원들은 존경 받는 가족의 일원으로 회사의 경계 안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누려가며 자신의 전문성을 통해 회사의 사명을 실현하는 책무에 남다른 열정을 보인다.
기업의 주요 지분을 특정한 혈연이 독식하고 있더라도 기업은 고객이 물건을 사주어야 존재할 수 있다. 고객을 회사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생각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100% 개인 회사라 하더라도 사회성에 대한 책무를 가진다. 하물며 적은 지분을 가지고 회사를 지배하는 오너가 기업을 반드시 자신의 혈연에게 물려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면 이것은 배임에 가깝다. 이들이 승계에서 보여주는 태도는 중세 봉건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칼럼 목록으로
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