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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모범생으로 키우지 마라

Dec 18, 2020 ·3분 ·admin · 2,439

아이들을 모범생으로 키우지 마라.
만만하지 않은 사회
사회학에서 사회적 동물로 과도하게 길들여진 순응형 인간을 과도 사회화된 인간(oversocialized man)이라고 한다.
사회가 통제비용을 줄이기 위해 바람직한 사회인의 모형을 규범이나 역할로 설정해 놓고 여기에 순응하게 한다. 인간을 과도하게 사회화 시키는 것은 사회질서를 위한 음모이다.
사회의 변화가 완만할 때 이들이 사는 방식도 틀린 방식은 아니다. 기득권이 암묵적으로 알아낸 성공의 방정식이 어느 정도는 작동하기도 한다. 또한 이들의 암묵지는 문화자본이란 이름으로 전수된다. 하지만 지금처럼 사회의 변화가 상수인 시대에 이런 삶은 문제적 삶의 본질을 구성한다.
한 마디로 변화가 상수인 시대에 과도사회화된 인간은 사회 기득권 세력이 만들어낸 음모에 낚인 사람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욕망을 죽이고 사회가 써준 대본대로 연기해가며 사는 사람을 만든다. 대본을 쓰는 사람들은 기득권 세력이기 때문에 과도 사회화된 인간이 되면 사람들은 기득권 세력의 꼭두각시로 전락한다.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은 사회가 급변해서 자신의 대본이 작동이 안 되어도 살아남을 수 있는 운신의 폭이 있다. 이들이 살아 남는 방식은 자신의 수하로 부렸던 과도사회화 된 인간을 인정사정 없이 구조조정함을 통해서이다.
실제 과도사회화 된 인간은 회사에서도 가장 먼저 명예퇴직의 대상으로 전락한다. 시키는 대로 묵묵히 따라한 댓가로는 가혹할 정도이다. 더 큰 문제는 아무도 이들의 희생을 사회 혹은 기득권의 음모로 생각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과도사회화된 인간의 기제는 가족 내에서 자녀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바로 모범생 프레임이다. 자녀들이 모범생으로 자랄수록 가정 내에서 자녀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를 통제할 수 있고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는데 정서적 경제적 비용이 안 든다고 믿기 때문에 부모들이 절대적으로 선호한다. 사회가 공고한 기득권 세력에 의해서 장악되어 있을수록 자녀들을 길러서 이들의 수하로 전락시키는데 부모가 앞장선 격이다. 부모들도 스스로 대본을 써서 넘겨주는 것은 아니다. 이들이 넘겨주는 대본은 모범생들의 대마왕 엄친아들이 써놓은 대본을 무작위적으로 표절한 것이다.
모범생의 문제는 부모가 써준 대본대로 살았지 스스로가 한 번도 자신의 대본을 써본 적이 없는 사람을 만든다는 것이다. 사회가 변화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사회가 급속하게 변화하기 시작하면 이들은 제일 먼저 길을 잃는 사람이 된다. 성인이란 어떤 새로운 상황에 처했을 때 이 상황을 스스로 해석하고 이 해석에 기반하여 자신만의 대본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문제해결력을 가진 사람이다. 모범생은 평생 부모나 선생이 써준 대본 대로 살았지 자신의 대본을 스스로 써 본 적이 없는 어린이다. 몸은 성장하고 어른이 되지만 문제해결력을 획득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도 결국 성인아이다. 전형적인 마마보이 대디보이이다.
대학에서 가르쳐가며 모범생으로 길들어진 학생들의 행로를 추적해보면 기득권이 좋아하는 대본을 알기 때문에 회사에 들어가는 것까지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회사에 들어가 실질적으로 일하기 시작하는 대리쯤되면 모범생이 아닌 다른 평범한 학생들보다 문제해결력이 떨어져 뒤지기 시작하고 결국 제일 뒤처지는 집단으로 전락한다. 회사의 하루하루는 변화의 최전선에서 싸우는 전쟁터이다. 이 급변하는 전쟁터에서 부모가 가르쳐준 대본이 작동될리가 없다. 부모가 사랑하는 자식들을 조기에 명예퇴직시키는 일에 공모한 꼴이 된다.
변화가 상수가 된 지금같은 시기에는 아이가 자신의 욕망을 반영하여 상황을 해석하고 이해한 것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대본으로 솔루션을 마련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 솔루션이 작동되는지를 스스로 검증하고 실패를 체험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대본을 수정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모가 가장 현명한 부모이다. 아이가 스스로의 대본을 써서 성인이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부모가 21세기의 제대로 된 부모이다.
세상은 절대로 30년 전에 배운 부모의 답안이 그대로 적용될 정도로 만만하지 않다. 아이를 모범생으로 키우는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이를 평생 성인아이로 기형화 시키는 엄청난 일을 공모하고 있는 것이다. 어설프게 성공했던 부모가 사회를 만만하게 보는 것이다.

손가연, 이창준, 외 22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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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