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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에 대한 위험한 생각 르네 마그리트
경계에 대한 위험한 생각
르네 마그리트
지난 국방장관 임명 청문회에서 국회의원들이 장관 후보자에게 북한을 주적으로 생각하는지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남한과 북한과의 경계에 대한 생각을 물고 늘어진 것이다. 주적으로 규정되는지 형제로 생각하는 지에 따라 행동과 전락이 바뀐다. 주적이 될 경우 북한은 위기관리의 대상이 되고 형제로 규정되면 동반협력의 기회를 제공하는 파트너가 된다. 경계에 대한 생각이 행동과 전략을 결정한다.
마그리트 그림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경계에 대해 어떻게 철학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세상이 변화해감에도 고정된 경계에 규정되어 사는 삶이 어떤 파국이 이를 수 있는지를 가르친다.
경계는 동전의 양면이다. 제대로 잘 경계지워지면 이 경계를 기반으로 새로운 것을 도전해보는 기회의 플랫폼으로 작용한다. 반면 잘못 경계지워지면 자신을 경계 내에 가둬가며 세상을 위험천만한 곳으로 편향지워 인식하게 만든다.
문은 경계의 통로이다. 문제는 이 문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문은 안에서 잠겨져 있을수도 밖에서 잠궈져 있을 수도 있다. 안에서 잠궜을 경우 밖에서 어떤 수단을 동원해도 안으로 들어갈 방법이 없다. 마찬가지고 밖에서 잠궜을 경우 안에서 밖으로 나가고 싶어도 나갈 방법이 없다. 문은 안과 밖의 자물쇠를 모두 풀어야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해진다. 문 안에 있는 사람이 이야기가 밖으로 소통이 가능하고 이 소통이 울림을 만들어내낼 때 밖에 있는 에너지가 안으로 이입이 가능해진다. 에너지를 주고 받는 일이 가능할 때 문 안에 있는 존재가 살아 있음을 입증할 수 있다.
삶을 경영하는 개인이던 조직을 경영하는 경영자이던 경영의 핵심은 경계관리의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나 조직이 몰락하는 이유는 세상이 변화했음에도 문을 안에서 잠궈놓고 경계관리를 포기한 경우다. 한 때 성공을 경험했던 사람들도 이 성공을 지키기 위해 성의 문을 안에서 잠구는 우를 범한다. 이런 기업들은 몰락의 첫걸음을 시작한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의 대기업들이 아무리 현금을 많이 쌓아놓고 있어도 문을 안에서 잠구는 잘못된 경계관리에 시간을 보낸다면 몰락하는 것은 한순간이다.
보이는 경계도 있지만 우리 삶의 번성을 결정하는 경계는 보이지 않아서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사용하는 경계다. 가장 추상적인 수준에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경계는 그 주체가 가진 정신모형에 의해서 규정된다.
정신모형은 우리가 세상을 보는 지도이다. 이 지도 안에는 철학과 삶을 효과적으로 사는 나만의 검증된 방법, 나만의 비즈니스 모형, 나만의 삶에 대한 노하우가 담겨져 있다. 정신모형의 경계를 구성해주는 것은 우리가 세상과 자신을 이해할 때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가치와 철학이다. 이 가치와 철학에 대한 정체성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나와 같은 가족의 구성원으로 생각하고 비즈니스와 삶은 주로 이처럼 암묵적으로 가족으로 분류된 사람들과의 교류이다. 유유상종이라는 고사성어는 혈연적 가족을 넘어 사회생활에서 나와 같은 가족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의 범주이다.
10년전 만든 정신모형을 오랫동안 업데이트하지 못했을 경우 우리는 10년전에 만든 내비게이션을 가지고 세상을 운전하고 다니는 것과 같은 경험을 한다. 세상이 변화한 길을 반영하지 못하는 네비게이션이 잘못된 길로 인도하고 같은 장소를 돌고돌다가 운전자에게 사고를 강요한다. 이런 식으로 사고를 경험한 운전자는 보이지 않고 인식하지 못하는 자신의 네비게이션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보다는 세상은 위험한 곳이니 자신이 아는 길로만 조심스럽게 다니거나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변화한 시대에 맞게 업데이트하지 못한 네비게이션은 우리를 정신모형이라는 감옥 속에 가두고 이 감옥이 제일 안전한 곳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이 감옥속에서 본 밖의 세상은 모두 리스크로 가득찬 세상이다. 실제하는 리스크보다 리스크가 많다고 생각하는 경향은 정신모형의 감옥속에 갇혀서 세상을 보기 떄문이다. 정신모형에 갇혀 세상과 고립되면 결국 밖으로부터 에너지가 유입되지 못하고 서서히 고사당한다. 에너지가 유입되는 세상의 기회를 보는 눈을 잃는다.
어떤 경영자나 리더가 가진 그릇의 크기는 제대로 만들어진 정신모형의 크기이다. 경영자와 리더는 자신의 그릇크기 만큼의 세상을 만들어낸다. 이들과 같이 일하는 구성원도 이 그릇크기만큼만 성장한다.
초우량기업의 총수들의 비밀은 자신의 철학과 세상을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업데이트된 정신모형으로 세상에 맞춰 자신과 회사의 경계를 적절하게 확장하고 조정하는 능력에 숨겨져 있다. 경영자는 변화한 세상에 맞춰 회사의 경계를 제대로 확장하고 조정하고 관리하는 사람이다. 이 경영자가 가진 정신모형에 따라 회사는 감옥에 갇혀 사는데 자신들만 모르고 고사당할 수도 있고 회사를 성장시킬 수도 있다. 이 경영자의 정신모형이 낡은 감옥으로 작용할 경우 세상은 온통 기회가 아니라 위기로 가득찬 위험한 세상으로 규정되어 결국 회사를 쇠퇴하게 만든다. 경영자가 제대로 된 정신모형으로 세상과 회사의 경계를 세울 때 구성원들은 세상에 혼재하는 위기와 기회를 동시에 보고 제대로 대응한다.
요즈음 한국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ESG도 마찬가지다. 신자유주의 경영에서는 환경을 원료를 획득하기 위해 정복하고 착취해야 할 대상으로, 사회의 구성원을 우리 회사의 물건을 사게 유도할 고객이거나 이들의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거래하는 대상으로, 회사의 거버넌스 문제에서 종업원을 주주와 경영자가 이익을 극대화하는 의사결정을 내리면 이것을 일사분란하게 집행하는 대상으로 규정했다. 신자유주의 경영에서는 주주와 경영자의 범주를 제외한 모든 사람들이 경계밖에 존재하는 것으로 경계를 규정한다. 경계 밖에 존재하는 대상들은 모두 위기관리의 대상이다.
ESG의 본질은 환경, 사회, 구성원들과의 경계와 관계를 재정의해내는 운동이다. 환경은 착취가 아닌 공존의 관계로, 경쟁자나 고객은 적과 봉이 아닌 공생의 관계로, 종업원과의 관계는 공영의 관계로 재규정하여 이들로부터 오는 기회와 위기를 제대로 관리하자는 의도이다. 회사를 둘러 쌓고 있는 자연과 사회와 같이 구성한 생태계를 공진화 시키는 관점으로 정신모형을 업데이트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에서 해석하고 있는 ESG는 이런 시대적 경계관리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ESG의 기준을 못맞추면 CEO가 해고당할 수 있다는 CEO와 주주중심의 경계를 해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잘못된 해석에 따라 ESG하면 위기와 기회를 제대로 보는 운동이 아니라 CEO 해고라는 CEO리스크만로 규정한다.
삶이 성공적인 삶인지 회사가 제대로 경영하는 것은 모두 얼마나 제대로 만들어진 정신모형을 공유하고 있는지에 의해 결정된다. 이 정신모형이 제시하는 경계가 제대로 된 경계인지에 따라 위기만 보거나 기회만 보는 우에서 벗어나 번성을 구가한다.
르네 마그리트의 그림들은 이런 경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시대가 변화하면 다시 해체되고 다시 제대로 구획되어 공진화되어야 함을 가르쳐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