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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빚을 갚는 두 가지 방식 빚과 선물의 모호한 경계

Jul 4, 2026 ·3분 ·jkyoon · 1
살면서 빚을 갚는 두 가지 방식
빚과 선물의 모호한 경계
2019년 5월 19일, 미국 조지아주 마틴 루터 킹 목사를 배출한 학교인 모어하우스 대학의 졸업식장은 평범한 축하의 장을 넘어 인류애의 감동과 기적이 실현된 현장이었다. 연단에 오른 흑인 억만장자 로버트 스미스(Robert F. Smith)는 축사 도중 잠시 말을 멈추더니,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선물을 던졌다.
“우리 가족은 이 졸업생 396명 전원의 학자금 대출을 전액 상환하기로 했습니다.”
순간 정적이 흐른 뒤, 학생들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서로를 바라보다 이내 환호와 눈물로 뒤섞인 함성을 터뜨렸다. 약 457억 원에 달하는 부채가 눈 녹듯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스미스는 단순히 돈을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가지 엄중한 조건을 덧붙였다.
“여러분이 빚을 탕감받는 만큼, 여러분이 다음 세대의 빚을 갚아주어야 합니다.”
사회학의 교환이론(Exchange Theory) 관점에서 볼 때, 스미스가 제안한 빚을 탕감하는 방식은 매우 독특하다. 일반적인 경제적 교환이 요구하는 ‘빌린 만큼 빌린 사람에게 돌려주는’ 1대 1의 호혜성(Reciprocity) 원칙에서 벗어난 거래를 시도했기 때문이다. 사회학자들은 빌린 사람에게 빌린 것에 이자를 더해 갚는 방식을 호혜적 교환 (Reciprocal Exchange)라고 명명한다. 드물기는 하지만 스미스의 방식의 교환을 일반체인교환(Chain Generalized Exchange)’이라 부른다.
일반체인교환은 A가 B에게 혜택을 주면, B는 A에게 직접 갚는 대신 제3자인 C에게 혜택을 돌려주고, 다시 C는 D에게 전달하는 연쇄적인 구조를 의미한다. B, C, D, E, F 등이 자신보다 처지가 나쁜 불특정 다수라는 점에서 이런 방식의 빚을 청산하는 행위는 사회의 약자에게 빚을 갚는 행위에 비유해볼 수 있다.
사실 이런 일반체인교환은 표면적으로는 받는 이에게는 대가 없는 ‘선물’처럼 다가온다. 당장 갚아야 할 심리적 부채감이 미래의 선행으로 치환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방식의 빚갚는 행위는 공동체 내에 강력한 신뢰와 유대감을 형성한다.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았다면, 나 또한 미래의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무언의 약속이 사회 전체를 하나의 유기체로 묶어주기 때문이다.
사회와 조직이 돌아가는 원리를 추적해보면 빙산의 윗동처럼 보이는 거래가 있고 잘 보이지 않는 빙산의 밑동에 해당하는 거래가 있다. 호혜적 거래는 빙산의 윗동에 해당되는 거래인 반면 일반체인교환은 빙산의 밑동에 해당하는 거래다. 빙산이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빙산의 윗동이 누르는 하중과 중력을 빙산의 밑동이 충분한 부력으로 떠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가 지금까지 지속가능할 수 있었던 이유도 보이지 않는 빙산의 밑동인 일반체인교환과 같은 선물 교환이 밑에서 충분히 부력으로 작용해왔기 때문이다. 빙산의 보이는 윗동과 보이지 않는 밑동은 한몸임에도 사람들은 보이는 부분만을 빙산으로 오해하고 여기에 맞춰 조직과 사회와 공동체를 운영하다 하중만 늘리고 결국은 빙산을 침몰시킨다.
스미스 씨의 선물교환에 대한 요구는 우리 사회의 성공한 이들에게 날카로운 각성을 촉구한다. 우리는 흔히 자신의 성공이 오로지 스스로의 노력과 능력 때문이라고 믿는 ‘능력주의’의 함정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냉정하게 돌아보면, 우리가 누리는 지능, 건강, 성격, 심지어 성실함조차도 ‘유전자 복권’과 이를 개발하는데 부모, 스승, 친구, 동료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가능한 일이 아니었다.
좋은 환경에서 태어나 재능을 꽃피울 기회를 얻은 사람들일수록, 사실은 사회와 우주로부터 거대한 빚을 지고 태어난 ‘행운의 빚진 자’들이다. 그럼에도 자신이 빚진 것을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것이 “자신이 잘나서 성공했다”고 믿는 오만함이 사회적 연대를 파괴하는 원인이다. 자신이 시대와 공동체로부터 빚을 졌다는 사실을 깨닫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우리의 빚은 다음 세대를 향한 책임감으로 승화된다.
(사)한국조직경영개발학회(학회장 이창준) 산하 진성리더십 아카데미도 빚진자임을 각성한 도반들이 빚갚는 행위를 실천하는 실험장이다. 한국에서 최고의 리더십 프로그램임을 자부하는 11주 과정은 최고 전문성을 가진 분들의 자원봉사와 장학금으로 운영되지만 과정을 수료할 때 졸업도반들께 무료였던 이유와 갚아야할 빚에 대해 설명드린다. 도반님들은 최소한 장학금만큼 빚진 것이고 졸업후 자신 급에 해당하는 진성리더를 최소한 세 명이상 길러냄을 통해 빚을 탕감받으신다고 고지한다.
우리 모두는 빙산 밑동에서 활동했던 누군가의 희생과 헌신으로 만들어진 사회적 인프라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 빚진 자들이다. 리더로의 진실한 성장은 자신의 빚을 인지하는 순간 시작되며, 리더십은 그 빚을 다음 세대의 희망으로 치환할 때 완성된다.
지금까지 받아온 선물이자 빚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갚아나 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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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