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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연구자의 정체성

Jul 4, 2026 ·5분 ·jkyoon · 1
논문을 써야겠다는 마음이 불끈 생겼다!
인공지능 시대 연구자의 정체성
전통적으로 대학의 사명은 가르치고 연구하고 봉사하는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이 진행되는 동향을 지켜보면 이미 가르치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침의 본질에 대한 전통적 정의가 무너졌다. 아래에 자세히 기술할 이유로 연구도 본질 자체가 무너졌다. 대학에 남은 것은 봉사인데, 봉사도 잘 가르치고 잘 연구한 것을 기반으로 실천 되어야 하는데 가르치고 연구하는 것의 기반이 무너진 마당에 대학의 봉사가 다른 주체가 제공하는 봉사와 차별화 되기는 힘들어졌다. 대학의 본질이 붕괴되기 시작한 것이다.
오늘 언급하고 싶은 주제는 연구다.
최근 인공지능을 통해 학술 논문을 쉽게 쓸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논문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학문의 세계는 이런 기술적 진보를 따라 잡지 못하고 있다. 연구가 생산되는 과정이 바뀌었음에도 유통과정인 리뷰 과정이 바뀌지 않아서 연구자가 직접 쓴 논문이라는 진실성에 대한 특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는다. 논문 숫자가 아닌 논문의 질에 관심이 있는 뛰어난 연구자들 입장에서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논문을 쓰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회의가 들기 시작할 것이다. 논문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학계가 가장 큰 위기에 직면했다는 생각이다.
논문의 진실성은 동료들의 리뷰 과정을 통해서 검증된다. 좋은 학술지일수록 진실성이 검증된 리뷰어에게 리뷰를 맡기고 여기에서 엄격하게 진실성이 검증된 뛰어난 논문 만을 출간한다. 이렇게 출간된 진실성이 엄격하게 검증된 논문의 가치는 동료들의 인용이라는 형태로 측정된다. 연구력이 높은 동료가 논문을 자신의 연구에서 인용하는 것이 연구가 소비되는 방식이다. 아무리 좋은 논문을 썼어도 아무도 인용을 하지 않는다면 공공재의 영역인 지면을 낭비하는 일이다. 글로벌 일류 학술지에 논문 게재를 높이 평가하는 이유도 세계를 대표하는 연구자들에 의해 인용되면 이들의 인용이 다시 인용을 낳아 네트워크 효과를 볼 가능성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인용의 측면에서 최상위를 점하는 논문들은 리뷰 논문이거나 새로운 이론을 제시하는 논문들이다. 최상위 저널에 실린 연구 동향 리뷰 논문 한 편이, 평생에 걸쳐 쌓은 경험적 논문 수십 편의 인용을 가볍게 넘어서는 경우가 있다. 이론 저널에 실린 논문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개념 틀 하나가 한 세대 연구자들의 인용 빈도수를 넘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인용 현실을 보면서 초기 연구자들도 리뷰 논문과 이론 논문에 눈을 돌린다. 하지만 이들의 열망은 달성될 개연성이 희박하다. 리뷰 논문의 경우는 그 연구 주제에서 오랫동안 연구를 축적한 사람들에게 선택적으로 기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론 논문도 그 분야에 어느 정도 일가를 이룬 경험 연구에 대한 공신력이 없다면 쉽게 기회가 부여되는 일은 아니다. 신진 연구자가 리뷰 논문을 쓰거나 이론 논문을 쓸 수 있는 경우는 연구가 확립된 유명 연구자가 공저자로 나설 때다.
학자로서 성공은 리뷰 논문과 이론 논문을 제외한 일반 논문의 인용 빈돗수의 추이를 보아야 제대로 드러난다. 이 빈돗수가 한 연구자가 평생 얼마나 치열하게 현장을 누비며 데이터를 모으고 진실하게 검증하는 작업에 헌신했는지의 실체다. 특히 본인이 속해 있는 사회과학 연구는 연구에 대한 진실한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 발품이 축적한 역사다.
지금은 인공지능이 그 발품의 상당 부분을 대신할 수 있게 되었다. 문헌을 정리하고, 기존 이론들의 논리 구조를 종합하고, 개념들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작업은 잘 설계된 논문 에이전트 프로그램을 통해 상당한 수준으로 수행시킬 수 있다. 본인도 리뷰를 할 때 이론적 엄밀함에 가장 높은 비중을 두고 평가했었는데 이것을 논문 에이전트가 알아서 해주니 리뷰어로서의 정체성을 상실했다는 느낌이다. 요즈음은 리뷰 요청이 와도 특별한 경우 아니면 거절한다.
연구자의 정체성을 자랑스럽게 여기며 살아왔던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써 연구 논문을 쓰는데 인공지능이 끝내 대체하지 못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가 없다. 과연 있는가?
최근에 든 개인적 생각이지만 누적된 진짜 데이터가 연구자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마지막 승부처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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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은 지난 몇 년간 논문보다 책 쓰기에 더 무게를 두고 연구자의 정체성을 유지해왔는데 인공지능이 바꾸어 놓은 이 지형을 직시하고 나니, 최근에는 다시 논문 쓰는 일로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는 우리가 축적한 데이터 때문이다. 본인은 코넬대학교의 Edward Lawler 교수, USC의 Shane Thye 교수와 연구팀을 만들어 사회 질서가 만들어지고 무너지고 변화하는 메커니즘을 Social Commitment라는 이름으로 30년간 실험실 연구를 진행해왔다. 우리는 지난 30년간 오직 실험실에서 실제 인간 피험자들을 대상으로 축적해온 대규모 진짜 데이터 셋을 보유하고 있다. 이 데이터는 쉽게 오염될 수 있는 설문지가 아니다. 통제된 실험 환경에서, 실제 인간들의 실제 상호작용 하면서 만들어낸 날 것의 데이터다. 인공지능이 쉽게 생성할 수 있는 시뮤레이션 데이터도 아니다. 오직 30년이라는 시간과 수많은 실험자들의 참여, 그리고 반복된 검증을 통해서만 만들어낸 우리 연구팀의 고유 자산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연구자의 정체성은 새롭게 정의되어야 한다. 얼마나 많이 읽었는가, 얼마나 정교하게 종합했는가는 더 이상 차별화의 근거가 되기 어렵다. 대신 이런 질문이 중심에 놓여야 한다. 당신은 어떤 현실의 조각을 직접 가지고 있는가. 이런 축적된 데이터가 가상과 꾸밈에 오염된 세상에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가? 실험실 데이터는 무작위 할당으로 맥락 변수를 제거한 데이터 여서 현대적 의미에 맞게 언제든지 다시 부활시키기에 안성맞춤인 데이터다.
인공지능의 변화에 가장 민감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보면 이런 데이터의 누적이 가지는 의미가 이미 작동하고 있다. 이들 스타트업이 펀딩에 성공하는지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 데이터다. 자신이 관심을 가진 스타트업이 활용하고 있는 데이터가 독점적이고 진실하고 의미 있는 데이터인가가 투자자의 핵심 포인트다. 인공지능 시대 누구든 모델은 쉽게 만들어내고 공유할 수 있다. 알고리즘도 쉽게 복제할 수 있다. 하지만 10년 이상에 걸쳐 특정 맥락에서 스타트업이 모은 진짜 데이터는 누구도 복제할 수 없다. 이런 데이터로 자신의 모델의 진실성을 검증한 스타트업만 스타트업의 정체성을 부여받고 살아남는다.
논문으로 승부하는 아카데미아도 같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다. 모든 것이 복제되는 시대에 복제되지 않은 진실한 경험을 담은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정교하게 이론화하는 것이 상수로 작동하는 인공지능 시대 연구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는 축적된 데이터의 진실성이 될 것이다.
학문은 결국 세계에 대한 증언이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달해도, 세계 안으로 직접 들어가 데이터를 모아온 연구자의 증언을 대신할 수는 없다. 그것이 앞으로 연구자라는 직업이 존재해야 할 이유이고, 그 이유를 붙들고 있는 사람만이 인공지능 시대에도 연구자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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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