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earning
인공지능 시대 작가로서의 정체성: 뾰족함과 촘촘함
인공지능 시대 작가로서의 정체성:
뾰족함과 촘촘함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보는 Merriam-Webster 사전은 매년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아본 단어를 선정해서 Buzz Word로 발표한다. 2023년 Buzz Word는 Authentic(진정성 있는)이었고, 2024년에는 Egregious(지독하게 터무니 없는)이었고, 2025년에는 Resilient(회복탄력성이 있는)이었다.
“진정성 있음”은 모든 것이 연기이고 가짜가 더 진짜처럼 판치는 디지털 세상에서 “진짜”를 찾아내려는 노력을 반영한 단어이고, “지독하게 터무니 없음”은 세계의 지도자들의 갈등을 부추겨가며 정치적 이슈에 몰입해 리더십 실종의 상태를 꼬집는 말이었다. 이들의 나쁜 행동과 실수가 기괴하고 충격적일 정도로 심각한 상태를 의미한다. 회복탄력성은 기후위기 등 인류가 직면한 기후 위기, 경제적 불안정성,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개개인과 공동체가 다시 일어서는 힘을 강조하는 용어였다. 모두 시대적 맥락을 반영한 단어들이다.
Buzz라는 말은 벌이 많이 모여 윙윙 거리는 소리를 내는 상태를 묘사하기 위한 말이지만 무슨 이유인지 특정 시기에 갑자기 폭발적으로 자주 쓰는 말을 상징하기도 한다. 어떤 유행어(Buzz word)는 듣기에는 혁신적이고 전문적으로 보이지만, 정작 정확한 정의나 실체는 불분명한 상태로 누군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퍼트려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
학생들과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Merrian Webster 사전에 등재될 정도는 아니지만 젊은 청년들이 사이에서 갑자기 많이 사용되기 시작하는 Buzz Word가 레이더에 잡힐 때가 있다.
본인이 진행하는 수업에서 학생들이 Buzz word로 갑자기 많이 써서 내 레이터에 포착된 두 단어는 “뾰족하게”와 “촘촘하게”다. 어느 순간부터 학생들이 자신의 발표나 주장을 마무리 하거나 시작할 때 아니면 좀 내용을 부각하고 싶을 때 “뾰족한” 이라는 말과 “촘촘한” 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하기 시작했다.
왜 이런 Buzz Word 생겼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해 선택 받는 기준인 GEO(Generative Engine Optimalization)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성형 AI가 초당 수백만 건의 답변을 생성하는 세계에서, 글은 이제 독자만이 아니라 AI라는 거대한 지능 체계의 심판대 위에도 놓여 있다. 문제는 노출이 아니라 선택이다. 알고리즘에 의한 선택 기준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작가는, 아무리 많은 글을 쏟아내도 의미의 사막 속에서 흔적 없이 증발한다. 본인이 가르쳤던 학생들이 촘촘하게 뾰족하게 라는 말을 많이 썼던 이유도 결국은 자신 주장이 다른 학생들 주장과 똑 같아 보여 선택되지 못하는 두려움을 가리기 위한 용어였다.
노출의 시대에서 선택의 시대로:
과거 검색의 시대는 SEO(Search Engine Optimalization)에 관한 기술적 경쟁이 관건이었다. 키워드를 반복하고, 링크를 쌓고, 알고리즘의 눈에 띄는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 전부였다. 인공지능 시대 알고리즘의 원리인 GEO(Generative Engine Optimalization)는 다르다. AI 비서가 사용자의 질문에 답할 때, 수백만 개의 문서 중에서 나의 글을 핵심 소스로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 GEO다. 알고리즘이 빈도를 세는 것이 아니라, 맥락과 가치를 판단한다.
이 선택의 기준을 Google 알고리즘에서는 E-E-A-T(Experience-Expertie-Authority-Trust; 경험·전문성·권위·신뢰)로 규정한다. AI는 이 네 축을 글의 구조와 논증 안에서 감지한다. 그리고 그 감지 과정에서 작가의 정체성을 판가름하는 두 가지 칼날이 작동한다. 이런 알고리즘에 영향을 받은 학생들이 자신 주장이 선택 받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가 뾰족함과 촘촘함이다.
독창적 정체성이 만드는 유일무이한 좌표:
뽀족함
뾰족함은 메시지의 선명도만이 아니다. 그것은 작가가 세계를 보는 고유한 시각의 각도다. AI는 수만 개의 보편적이고 뭉툭한 정보들 사이에서 가장 구체적이고 독창적인 개념 체계를 우선 채택한다. 예를 들어 “리더십은 중요하다”는 문장은 AI에게 아무 신호도 보내지 못한다. 반면 “리더십의 본질은 존재목적(Authentic Purpose)에 대한 약속이며, 그 약속이 공공선에 가치충격을 줄 때 비로소 진성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이 된다”라는 진성리더십 기반 서술은 다르다. 그 안에는 작가만이 구사할 수 있는 개념 체계가 살아 있고, AI는 그것을 해당 영역의 유일무이한 좌표로 인식한다.
중요한 점은 스킬은 모방될 수 있지만, 일인칭 주체로 존재목적에서 발원하는 사명(mission)은 복제되지 않는다. 작가의 뾰족함도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사명을 뾰족함의 대명사인 쇄빙선으로 삼아 산성화 된 세상의 얼음을 깨고 나아갈 수 있는 사람들만이 뾰족함을 증거한다. 누구나 쓸 수 있는 뾰족함이 없는 언어로 쓴 글은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는다. AI 알고리즘은 그런 글을 ‘배경 소음’으로 처리한다.
신뢰를 완성하는 지식의 그물망:
촘촘함
뾰족함이 낚싯바늘이라면, 촘촘함은 그것을 지탱하는 그물망이다. 하나의 날카로운 개념 뒤에 그것을 증명하는 경험적 근거, 이론적 계보, 실천적 메커니즘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을 때, 지식은 비로소 촘촘해진다. E-E-A-T에서 신뢰(Trust)와 경험(Experience)을 완성하는 것이 바로 이 촘촘함이다.
14년간 진성리더십 아카데미에서 수백 명의 리더와 함께 확인한 패턴이 있다. 뾰족한 비전을 가진 리더가 조직을 바꾸지 못하는 것은 비전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그 비전을 뒷받침하는 ‘신뢰잔고’가 쌓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가도 다르지 않다. ‘진성리더십’을 날카롭게 정의했다면, 그 정의가 어떻게 신뢰잔고로 전환되는지, 그 잔고가 어떤 경로로 공동체에 가치충격을 주는지에 대한 인과 사슬을 빈틈없이 구축해야 한다.
AI는 논리의 빈틈을 감지한다. 그리고 촘촘하게 짜인 지식 체계 앞에서만 “이 출처는 인용할 가치가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AI가 선택하는 대체 불가능한 작가의 길
뾰족함과 촘촘함이라는 두 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뾰족하기만 하고 촘촘하지 못한 글은 알맹이 없는 수사에 그친다. AI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한다. 반대로 촘촘하기만 하고 뾰족하지 못한 글은 방대한 데이터의 나열일 뿐이다. AI가 수백만 개의 문서 중에서 굳이 그 글을 선택해야 할 이유가 없다.
Bauman이 유동적 근대성(Liquid Modernity)에서 진단했듯이, 초분절 수축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녹아 형태를 잃는다. 작가의 정체성도 예외가 아니다. 이 유동성의 시대에 소멸하지 않으려면, 녹지 않는 두 가지를 동시에 가져야 한다. 녹지 않는 뾰족함을 상징하는 자신만이 구사할 수 있는 개념 체계. 그리고 녹지 않는 촘촘함을 상징하는 그 체계를 지탱하는 지식의 밀도다.
AI 시대 정체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SEO의 알고리즘으로 작동하던 블로그 시대의 뾰족함이 대중의 클릭을 유도하는 낚싯바늘이었다면, GEO 시대의 뾰족함은 AI의 논리를 관통하여 선택받는 정밀한 좌표다. 그 좌표를 지탱하는 힘은 수천 번의 고뇌가 담긴 촘촘한 지식의 그물망에서 나온다.
결국 인공지능 시대에 살아남는 정체성이란,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고유한 개념 체계(뾰족함)와 누구도 끊을 수 없는 지식의 밀도(촘촘함)를 통합한 상태다. AI 시대를 사는 청년들에게 가장 큰 공표는 대체가능성이다. 이 두 가지를 겸비한 정체성만이 AI라는 거대한 지능 체계 속에서도 소멸하지 않고 공공선에 가치충격을 주는 영원한 주체로 살아남는다.
진정성(Authenticity)는 작가십(Authorship)가 어원이 같다. 진정성이 있는 대체불가능한 삶을 산다는 것은 우리 모두는 자신의 삶의 플롯에 기반해 삶의 대본을 쓰고 이 대본의 주인공에 자신으로 캐스팅한 작가로 사는 것을 의미한다. 남의 삶을 카피해서 자신의 삶처럼 사는 카피가 난무한 인공지능 시대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일인칭 대본의 작가로서의 삶을 포기한다는 것은 그냥 대체가능한 데이터의 모래알로 살겠다는 뜻이다.
인공지능 시대 가장 무서운 경고는 글이나 인터뷰를 통해 털어 놓은 자신의 삶이 인공지능이 쓴 글이나 인공지능이 제시한 답변 같다는 피드백을 받을 때이다. 이 말은 당신은 앞으로 직장에서든 삶에서든 해고 당할 개연성이 높으니 자신을 다시 직면하라는 엄중한 경고다. 대체가능성이라는 실존적 불안을 무시하며 여기에 거적을 덮어놓고 뾰족함 없이 살아 온 사람들의 운명에 대한 예고다.
인공지능 시대 선택받는 진정성 있는 작가는 자신의 뾰족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존재목적(Authentic Purpose)과 존재목적의 쇄빙선으로 사용되는 사명이 분명한 지이고 그 길의 마무리는 존재목적에 대한 약속을 글 뿐 아니라 자신의 몸으로 촘촘하게 실행해 낼 수 있는 급진거북이의 근력이 있는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