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earning
삼성반도체 DS 성과급 논란 공정성 문제가 아니다!
삼성반도체 DS 성과급 논란
공정성 문제가 아니다!
일전에 한 일간지 기자로부터 삼성 반도체에서 벌어지는 성과급 논란과 오월 파업 예고에 대해 본인의 입장을 묻는 질문을 받았다. 본인의 대답은 이것은 성과평가의 공정성 문제가 아니라 선대 회장이 약속했던 월급장이 천국에 대한 심리적 계약에 대한 논쟁이거나 아니면 갑자기 운 좋게 찾아온 복권 당첨금에 대한 지분 논란으로 보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삼성 임직원에게 ‘월급쟁이 천국’을 약속했다. 삼성의 인재 제일주의와 파격적인 성과주의가 결합된 상징적 약속이었다. 유능한 인재가 회사 안에서 꿈을 이루고 경제적 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이 비전은 오랫동안 삼성맨들의 강력한 동기부여 기제로 작동해 왔다. 실제로 지금까지 삼성에 오랫동안 다니면 중산층 사다리에 성공적으로 올랐다는 점에서 고 이건희 회장의 월급장이 천국에 대한 약속은 어느 정도 지켜진 모습니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 DS 부분에서 벌어지는 사태를 보면 월급쟁이 천국은 이건희 회장의 생각과는 달리 더 이상은 돈으로 실현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오히려 갑자기 복권 당첨금처럼 들어온 많은 돈이 월급쟁이 천국을 파괴하는 부메랑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DS 부문에서 불거진 사상 초유의 파업 예고와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은 이건희 회장이 설계했던 월급쟁이 천국이라는 심리적 계약이 삼성에서 갱신되어야 하는 시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한다.
최근 반도체의 활황으로 영업이익이 치솟자 노조는 지금까지의 인센티브의 상한선인 연봉의 50%를 넘지 못한다는 기준을 폐지하고 하이닉스처럼 간단하게 영업이익의 15%인 40조를 배당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금액은 지난 해 R&D 비용 약 35조와 주주배당금 약 11 조보다 크다. 노조는 삼성 반도체의 성과급 산정 기준이 하이닉스에 비에 불투명함을 지적하며 이건희 회장이 월급장이 천국 약속이 파기되었다고 주장하는 반면, 사측은 이를 투명한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는 고도화 과정이라 강변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 충돌의 중심에는 성과평가와 보상의 공정성이라는 화두가 놓여 있으나, 공정성과 성과평가는 그냥 논쟁을 위해 동원된 형식이지 이슈의 본질은 아니다. 실제로 삼성반도체 DS 부문 구성원들이 비교와 경쟁의 준거로 삼고 있는 대상은 SK하이닉스다. 노조는 삼성반도체 DS 부분이 성과평가를 공정하게 진행하지 못해 삼성 반도체 DS가 경쟁사인 하이닉스로 이직하기 위한 회전문으로 전락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성과 평가의 불공정성 때문이라는 노조의 주장은 과도한 주장이다.
작동하는 시스템이 다른데 영업 이익이라는 보이는 결과만을 놓고 하이닉스와의 보상 격차를 근거로 불공정성을 논하는 것이 성과평가의 본질과 부합하지 않는다.
본래 성과평가란 구성원이 약속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기울인 노력과 그로 인해 개선된 실적을 바탕으로 보상을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핵심은 구성원의 노력을 통해서 성과가 개선되었다는 전제가 가동할 때 성과평가와 공정성에 대한 논의가 제기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반도체 산업이 누린 기록적인 수익은 구성원의 개별적 노력보다는 글로벌 시장의 활황이라는 외생적 변수에 기인한 바가 크다.
결국 지금의 반도체 초호황은 구성원들이 열심히 일해서 얻은 결과물인 측면이라기보다 업황이라는 거대한 복권에 당첨된 것에 가깝다. 이런 상황에서 성과급을 더 많이 지급한다고 해서 비약적인 성과 개선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현재 노조가 전면에 내세우는 공정성 담론은 정당한 기여분에 대한 요구라기보다 복권 당첨금의 배분 비율을 늘려 달라는 주장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비슷한 복권에 당첨된 하이닉스 만큼 자신들의 당첨금도 늘려 달라는 주장일 뿐이지 성과평가의 공정성을 실현해 달라는 주장은 근거 없는 주장이다. 성과와 보상의 상관관계가 노력이라는 변수를 상실한 채 오직 운과 규모에만 의존하게 된다면, 그것을 진정한 의미의 성과평가라 부르기는 어렵다.
노조의 주장대로 삼성전자에서 하이닉스로 이동한 직원들이 많다면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 이들은 결국 삼성전자의 비전에 몰입해서 일할 생각이 없었던 사람들이 개별적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들은 오직 돈 때문에 일할 사람들이고 다른 회사가 하이닉스보다 더 돈을 더 준다면 다시 이직할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기반으로 회사를 일류회사로 키운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다른 문제는 HR 시스템과 회사의 미래가치에 관한 문제다. 단순히 돈 때문에 반도체 직원이 그렇게 많이 이직했다면 반도체 부분이 회사의 미래가치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한 상태로 오랫동안 HR을 운영해왔다는 심각한 문제를 노출한 것이다. 회사가 구성원에게 문화나 장기적 보상 체계에 대한 믿음을 주지 못한 상황이 지금 같은 대이직 물꼬를 만든 것이다. 삼성 반도체가 지금처럼 직원들에게 미래 가치에 대해 확신을 주지 못한다면 반도체 활황이 지속될수록 이직률은 더 높아질 수 밖에 없다. 설상가상 반도체 활황의 거품이 꺼진다면 더 비극적인 일이 발생해도 해결할 준비가 안된 회사인 것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논쟁이 한국이라는 기업 생태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다. 운에 의해서 달성한 성과 논란이 산업 생태계 전반의 콩 심은 데 콩 나게 하고 팥 심은 곳에 팥 나게 하는 성과 평가의 공정성의 기반을 무너트릴 수 있다. 반도체라는 특수한 활황을 겪고 있는 기업을 제외한 나머지 99%의 기업 종사자들에게 이번 사태는 남의 산에 난 불 구경일 뿐이다. 복권 당첨금을 가지고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자체가 상대적 박탈감에 불을 붙이는 도화선이 될 것이다.
대다수 일반 직장인에게 수억 원의 성과급 차이를 두고 벌이는 파업 예고는 그들만의 천국에서 벌어지는 사치스러운 전쟁이다. 삼성 내에서도 ‘월급쟁이 천국’이 반도체 DS 부문이라는 소수의 당첨자만이 누리는 폐쇄적 리그로 전락한다면, 이는 천국의 고도화가 아니라 삼성이라는 기업 공동체의 붕괴를 가속하는 기폭제가 될 뿐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운에 의해 발생한 이익을 독점하려는 투쟁이 아니라, 성과의 본질을 성찰하고 기업 생태계 성과 평가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하는 성숙함이 요구된다.
삼성 DS 부분 앞에서 60대로 보이는 한 노인이 “때로는 만족할 줄도 알라”는 경고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이 방송에도 포착되었다. 이것이 대다수의 국민들이 삼성 반도체 DS 부분을 보는 시각일 것이다.
부럽기는 하지만 반도체가 활황이어서 많은 성과급을 받게 되는 것에 대해 반대할 국민은 없다. 그렇지만 이런 복권 당첨금을 조금 더 받겠다고 공개적으로 투쟁에 나서는 모습은 우리가 우리나라 중산층의 모범인 삼성인에게 기대하는 모습은 아니다. 장기적 L자 수축경기 속에서 맨땅에 헤딩하며 버티고 있는 복권에 당첨되지 못한 다른 99%의 직장인들도 생각해가며 미래 가치를 염두에 두고 조용히 복권 당첨금에 대해 논의하고 수령하는 성숙한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
이런 금전에 대한 논란으로 내재적 질서가 무너졌다는 것은 회사가 금전의 가치를 넘어설 수 있는 문화가치를 제시하는데 실패한 것이다. 시절운을 타고나 영업이익이 천문학적 숫자로 넘쳐나도 삼성반도체는 인류회사와는 거리가 먼 회사인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