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earning

AI 알고리즘에 열광하지 않기로 작정했다: 경계를 넘어 달리는 AI에 대한 피로도

Jul 4, 2026 ·5분 ·jkyoon · 2
AI 알고리즘에 열광하지 않기로 작정했다:
경계를 넘어 달리는 AI에 대한 피로도
인공지능(AI)이 신의 영역을 넘보듯 매일같이 현란한 기술을 쏟아내는 시대다. 인간이 해결하지 못했던 난치병을 정복하고 초합리적인 솔루션을 제시한다는 뉴스가 미디어를 도배한다. 하지만 최근 시장의 기류는 묘하게 흘러간다. 인공지능에 뜨겁게 열광하던 사람들이 어느 순간부터 슬그머니 시선을 돌리거나, 더 이상 새로운 버전에 관심을 두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하다. AI 기술의 진보 속도는 축복의 임계점을 지나 인류에게 기묘한 피로감을 안기기 시작했다. 처음 등장했을 때 모든 것이 새롭게 신기해 보이던 임계점을 넘어서자 차츰 진부해 보이기 시작햇다.
질주하는 AI 앞에서 현대인들이 느끼는 이 거대한 무력감과 피로도의 실체는 무엇일까.
그 본질을 이해하려면 경영학의 가장 고전적인 방정식인 ‘가치(Value) – 가격(Price) > 가격(Price) – 비용(Cost)’을 이해해야 한다.
부등호의 오른쪽(가격 – 비용)은 공급자가 기술과 효율성으로 이윤을 남기는 영역이고, 왼쪽(가치 – 가격)은 구매자가 지불한 돈 이상으로 삶의 효용과 의미를 얻는 영역이다. 좌측은 인간만이 창출할 수 있는 체험적 가치의 영역이고 오른쪽은 기술이 담당하는 효율과 비용이 좌우하는 가성비의 영역이다. 인간이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가성비를 넘어서 체험할 수 있는 가치다. 기술로만 승부하려는 기업들이 무너지는 이유다.
냉정하게 말해, 현재의 AI 알고리즘은 오직 우측 방정식의 ‘비용’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과거에 서로 연결되지 못해 삐걱거리던 비효율을 매끄럽게 이어 붙이고, 중간 단계를 제거해 시스템을 고도로 효율화하는 것이 AI의 주특기다. 문제는 우리 삶에 필요한 물리적·디지털적 연결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시스템은 겉보기에 더 말끔해지고 정교해졌지만, 정작 부등호 왼쪽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에는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새로운 가치 창출은 기계라는 도구가 스스로 해낼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 오직 인간의 영혼과 실존적 개입이 있어야만 발현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외형은 복잡하고 화려해지는데 내부적인 가치 창출 없이 스스로를 소진하는 현상을 ‘내권화(內捲化, Involution)’라 부른다. 밖으로 뻗어 나갈 가치에 대한 돌파구가 막힌 상황에서, 에너지가 내부로만 촘촘하게 소용돌이치며 쪼그라드는 반(反)진화적 현상이다. 마치 주먹을 단단하게 쥐기 위해 엄지손가락으로 다른 손가락들을 안으로 꽉 감아쥐는 형상과 같다.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지키려 주먹을 움켜쥐어가며 안으로는 촘촘해지고 세련되어가지만, 그 손아귀 안에서 새롭게 생겨나는 자원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의 AI 생태계가 바로 이 내권화의 감옥에 갇히고 있다. 세상에 대응하는 기술의 솔루션은 갈수록 현란해지는데, 정작 인간이 체감하는 삶의 풍요와 의미는 제자리걸음이다. 새로운 것이라고 광고하지만 정작 새로운 것이 없다. 내권화에 빠져 시스템이 정교해지고 무거워졌을 때 세상의 변화가 찾아오면 더 큰 문제가 생긴다. 이 시스템은 시스템의 정교함이라는 중력 때문에 관성이 생기고 역설적으로 변화에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특정한 시점에서의 완벽은 변화가 상수인 세상에 치명적인 부메랑이 된다.
여기에 피로감을 더하는 결정적인 원인은 인간은 자신이 설정한 경계 안에서만 합리성을 추구한다는 March & Simon의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 때문이다. 경계를 벗어나 살 수 없는 인간은 일상생활에서 기술적 초합리성을 추구하지 않는다. 자신이 가정으로 받아들이는 경계 안에서 비합리적인 것을 제거하는 제한된 합리성에는 관심이 있지만 자신과 동떨어진 경계를 벗어난 세상에 대해서는 호기심과 지식의 차원에서는 관심이 있더라도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정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인간의 합리성이란 본래 무한하지 않다. 인간은 자신이 안전하다고 느끼는 삶의 울타리, 즉 스스로 설정한 ‘경계 안’에서 제한된 합리성을 추구하며 일상의 평온을 영위하는 존재다.
AI 테크 기업들이 주장하는 초합리성과 현실적 인간이 추구하는 제안된 합리성 사이의 거대한 괴리가 느껴지고 경계를 벗어나 초합리성을 앞세워 업그레이드를 강요하는 이들 빅테크 기업의 전략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인공지능이 자랑하는 신과 같은 경계 없는 초합리성은 인류의 거대한 난제를 풀 때는 유용할지 몰라도, 매일의 일상을 살아가는 평범한 개인들에게는 삶의 경계를 뒤흔드는 과잉 기술에 불과하다.
빅테크 기업들은 자신들이 투자한 막대한 인프라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끊임없이 인간의 제한된 합리성 범위를 넘어서는 오버스펙의 서비스를 들이밀며 업그레이드를 요구한다. 굳이 필요치 않은 초합리성을 강요하며 더 비싼 청구서를 내미는 꼴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경계선을 무례하게 넘어선 기술에 선뜻 지갑을 열 이유가 없다. 결국 대다수의 대중에게 이러한 기술적 과시는 고가의 비용을 뜯어내기 위한 피로한 호객 행위로 다가올 뿐이다.
지금 상황을 굳이 비유하면 굳이 고가의 고성능 레이싱카를 사서 동네 마트 장보기에 나서는 격이다. 마트 골목길을 도는데 시속 300km의 엔진과 복잡한 레이싱 제어 시스템은 아무런 가치를 주지 못하며, 오히려 유지비와 수리비 폭탄으로 운전자를 지치게 만들 뿐이다. 일상의 경계 속에서 소박한 가치를 구하는 인간에게 경계를 넘어 질주하는 AI는 축복이 아니라 거대한 소음이자 비용의 덫이다. 현란한 알고리즘에 더 이상 열광하지 않기로 작정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이유, 그것은 내권화의 쳇바퀴에서 벗어나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합리성의 경계와 인간 고유의 가치를 지켜내려는 본능적인 방어기제다. 자신이 설정한 경계 안에서 스스로를 주체적으로 관리하고 자기 결정권을 찾아오려는 자유에 대한 시도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경계를 넘어서는 초합리적인 기술이 아니라 우리가 설정한 경계 안에서 더 의미 있게 살고 추구할 수 있는 더 깊고 높은 가치다. 오늘도 SNS에는 레이스카를 가지고 동네를 달리는 사람들의 소음에 평안을 유지하기 힘들다. 남들이 한다고 따라하다 자신도 모르게 벌겨 벗겨지는 벌거숭이 임금님 놀이를 멈추기 바란다. 제발 밖으로 시끄럽게 나도는 것을 자제하고 이웃의 평안을 위해 자신의 경계를 제대로 관리해 현명하게 사는데 더 시간을 쏟았으면 한다.
========================
PS. 본인이 주장하는 것은 AI 기술에서 멀어지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비용이 문제인 제조에 관련된 영역에 종사하거나 새로운 지식을 추구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훌륭한 도구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다른 문제다. 현실적으로 비용을 어느 정도 절감했다면 더 세련되게 비용을 줄이는 내권화에 빠지지 말고 자신을 자신답게 만드는 자신이 설정한 가치의 울타리를 돌보자는 주장이다. AI를 통해 할 수 있는 것, 할 필요가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별하는 지혜가 요구된다는 주장이다. 물론 필요한 정보를 탐색하고 취합할 때 본인도 AI의 도움을 많이 받지만 거기까지다.
← 칼럼 목록으로
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