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틀러, 대통령의 집사를 보고
버틀러, 대통령의 집사를 드디어 관람하다.
시험채점 중간에 머리도 식힐 겸 짬을 내서 버틀러를 관람했다. 오래 전부터 보고 싶었던 영화다. 한국에서는 흥행에 실패해서 극장에서 내려지는 분위기지만 나에게는 역시 진한 감동을 가져다 주었다. 중간 중간 눈물을 훔쳐가며 관람했다.
이 이야기는 사실에 기반한 이야기로 주인공이자 대통령의 집사인 세실이 어렸을 때 아버지가 어머니를 강간하는 백인에 대항해 한 마디를 건넸다가 백인의 손에 사살되는 장면을 눈 앞에서 목격한다. 이 트라우마적 사건 후 백인이 주류인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백인 앞에서 굴종해야만 살아 남을 수 있는 흑인을 연기하며 살게 된다. 이런 삶의 과정을 통해 다시 자신의 진북인 흑인으로써의 정체성을 다시 찾는데 꼬박 40년이 걸렸다. 영혼의 종소리를 들려주는 자신의 진북과 만나는 순간이 대통령 집사 세실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자신의 진북과 만나는 순간이 삶의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것은 세실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마찬가지 일 것이다.
잊고 있었던 놀라운 사실은 흑인 대통령으로 오바마 대통령과 남미의 만델라 대통령이 배출된 지금 2013년 이 시점에서 뒤 돌아 보더라도 흑백갈등의 문제는 아주 먼 역사가 아니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이다. 결국 이 문제는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우리에게도 남북갈등이 아직도 존재하고, 누구도 인정하기는 싫겠지만 호남과 경상도는 서로 반목하고 있다.
나에게 영화 속에서 가장 매력적인 대통령을 꼽으라면 민주당의 케네디와 공화당의 레이건을 선정할 것이다. 케네디는 안타갑게 젊어서 암살당하는 비운의 삶을 살았지만 오래 살았더라면 미국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을 것이다. 공화당의 레이건 대통령은 정말 인간적이고 멋진 보수이다. 나의 정치성향은 선천적으로 리버럴한 민주당에 더 가깝지만 우리나라에도 레이건 대통령과 같은 신사가 보수당의 대표로 대통령 선거에 나올 수 있다면 내 영혼을 바쳐 지지할 것이다.
미국 역사에 가장 치명적인 오점을 남긴 대통령은 1972년부터 시작된 워터게이트의 장본인 닉슨이다. 끝까지 자신의 죄를 감추고 숨기고 변명하다 결정적 도청의 단서가 발칵되자 스스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진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대통령이 닉슨이다. 진정성이 없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신의 죄가 만천하에 공개될 마지막 순간에도 자신의 죄를 끝까지 부인하고 스스로 자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금 한국에서 전개되는 사건들의 양상과 많이 닮아 있는 것 같아서 침통했다.
우리나라에는 왜 레이건 대통령처럼 매력적이고 인간적이고 신사적인 보수가 탄생하지 못하는 것일까? 왜 우리는 보수만 되면 다 과거의 감옥에 자신을 가두어 놓고 과거의 눈으로 누가봐도 고쳐야만 되는 현실을 부정해가며 사는 삶에 몰입하는 것일까? 이들은 과거의 끊어진 테이프를 돌려가며 술에 취해 필름이 끊긴 사람처럼 똑 같은 과거의 영광을 이야기를 하고 또 하는 것일까?
우리의 삶과 현실정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게 하는 영화다.
여러분에게도 강력하게 추천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