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시장의 서열화 왜 심각한 사회문제인가?
취업시장의 서열화가 왜 심각한 사회 문제인가?
매경의 기자로부터 취업하고 다시 반수하고 재수하는 취업생들이 왜 생기는지 이들의 문제는 무엇인지에 대한 취재를 요청 받았다. 내가 취업시장의 전문가는 아니어도 학생들을 제대로 가르쳐서 제대로 취업시켜야 하는 교수로서 이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물은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취업시장의 서열화는 대학, 회사, 취업자 모두의 문제가 얽혀있다고 본다.
첫째, 대학의 문제이다. 대학은 여지껏 항상 뒷북만 치고 살아왔다. 한번도 시대를 선도해서 인재를 육성한 적이 없다. 사회나 회사가 어떤 인재를 자기들이 알아서 뽑으면 대학은 손을 놓고 있다가 사회의 여론이 나빠지면 몇년이 지난 그때서야 나서서 아마 미래에도 회사는 그런 인재를 뽑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커리큘럼을 손본다. 대학에서 가장 여러운 일이 커리큘럼을 고치는 것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회사가 요구하는 인재와 무관한 인재를 육성해서 내보내도 회사가 여유가 있어서 인재들을 다시 훈련시켜서 써왔기 때문에 대학이 비난을 피해갈 수 있었지만 지금과 같이 회사가 1원이라도 아껴야 하는 상황에서 자신들이 요구하는 인재와 상관없는 인재를 뽑아서 재교육시킬 여유가 없다. 아무리 날고 긴다는 한국의 좋은 대학에서 교육을 받았어도 취업율이 60%넘기지 못한다. 상황이 이럴 바에는 약삭빠른 회사의 입장에서는 전혀 새로울 것 없는 대졸 신입사원보다는 경력사원들을 뽑는게 안전하다.
둘째는 회사의 문제이다. 우리나라 대부분 회사는 자신의 미션에 기반해서 어떤 일을 업으로 해야 하는지 이와 같은 업을 잘 수행할 수 있는 핵심인재는 어떤 인재인지에 대한 정의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정의를 가지고 있어도 이에 부합되는 인재를 뽑아낼 Assessment의 역량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즉 인재를 뽑았어도 이 인재가 핵심인재인지에 대한 타당성을 스스로 자신하지 못한다. 핵심인재에 대한 정의를 가지지 못한 회사들은 그냥 시장에서 몸값이 높은 인재를 핵심인재라고 이름 붙여 뽑는다. 어떤 지원자가 삼성전자와 현대차에서도 뽑혔다는 정보가 있다면 다른 모든 회사에서도 채용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현대차와 삼성전자의 사명과 본인 회사의 사명이 달라서 똑 같은 사람이 두 회사의 핵심인재가 될 수 없음에도 이같은 서열화가 생기는 것은 핵심인재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지원자들이다. 우리나라 교육상 자신의 적성, 사명에 맞는 경력에 대해서 고민해본적이 없는 젊은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입증해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회사의 매출액, 안정성, 임금 등으로 서열화 했을 때 높은 서열에 있는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다. 따라서 대학에서 재수를 하는 원리와 똑 같은 원리로 회사를 들어가도 반수를 하거나 취업재수를 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서열이 높은 회사에 성공적으로 들어가면서 생긴다. 본인의 적성과 미래의 경력과는 무관하게 자신과 부모님들의 위신을 세워주기 위해서 들어간 회사에서 맡기는 일에 흥미를 가질리가 없다. 상사나 근무환경 등 외재적 요인의 핑계를 대고 다른 회사를 찾아나선다. 하지만 다른 회사에 가서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회사에 들어가서 처음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를 하는지의 유지율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여느 대학의 졸업생들이 어느 정도의 유지율을 보이는지는 기업들이 이 대학을 평가할 때 이용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이다.
모든 종류의 서열화는 사람들이 본질과 목적을 잃어버렸음에도 기득권을 획득한 사람들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간다는 것을 확인시키기 위한 도구로 생긴 것이다. 한 마디로 서열은 기득권이 자신이 설정한 기득권을 수호하기 위한 음모이고 변화에 대한 기득권의 처절한 저항이다. 또 이런 서열화는 목적을 잃어버린 사회가 불확실성 속에서 심각하게 표류하기 시작할 때 극열해진다. 사람들은 서열의 꼭데기에 올라가면 목적과 사명이 보일 것이라고 굳게 믿고 올라가지만 막상 올라가면 목적과는 상관없는 세계가 펼쳐진다. 급변하는 세상의 속도를 서열 사다리가 따라 잡을 방법이 없다. 하지만 기득권 나비들은 나방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서 꼭데기에서 본 세상의 실체를 숨기지만 이 서열의 사다리는 사회를 목적으로부터 괴리시켜 결국은 건강한 사회를 붕괴시키는 원동력이다.
우리나라 젊은이들의 대부분은 이 서열의 사다리 어느 곳에 매달려 오늘도 윗쪽을 향해 필사적으로 올라가고 있지만 결국 꼭데기에 이른 한 두명을 빼고 이들 대부분의 노력은 무위로 끝난다. 이 노력이 무의로 끝난다는 것을 아는데 허비하는 시간은 인생에서 가장 생산적이여야 할 젊음의 6-7년이다. 대한민국의 젊은이들이 이 세월을 이 사다리에 매달려서 허송세월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대학과, 회사와 사회가 각성해야 한다.
기득권이 만들어 놓고 향유하는 서열은 건강하고 능력이 존중되는 열린 사회의 최대의 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