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은 조직 갈등의 가장 현명한 중재자
사명은 조직 갈등의 가장 현명한 중재자이다.
갤럭시 노트 세븐의 출시를 놓고 마케팅 부서와 엔지니어 간에 갈등이 생겼다고 가정해보자. 물론 마케팅 부서의 관심은 아이폰 7의 출시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 전략이다. 시장을 어떻게 선점하는지가 중요하다. 시장에서의 모멘텀을 한 번 읽어 버리면 따라잡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제품이 승승장구하고 있으므로 가능하다고 믿고 밀어 붙인다. 제 때 출시하지 못할 경우 예상되는 손실분도 중요한 데이터이다. 하지만 엔지니어들 생각은 다르다. 이들은 항상 완벽성을 추구하므로 제 때에 출시하려면 어느 수준에서 완결성에 대해 타협해야 한다. 마케팅 부서와 엔지니어들 간의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가 시작된다. 자 이들의 갈등을 누가 어떻게 중재할 것인가?
이건희 회장이 활동하고 있다면 본인이 생명처럼 강조하는 품질에 대한 사명을 지키는 쪽으로 의사결정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재용 부회장이나 핵심적인 의사결정권을 가진 수뇌부의 생각은 다를 것이다. 성과를 잘 내고 있을 때 마지막 한 방의 성과를 더해서 승계의 문제와 자신들의 입지에 대한 정당성을 보장받고 싶었을 것이다. 이건희 회장이 중시하던 품질에 대한 사명과 자신들의 정당성 확보 사이의 이중몰입으로 갈등할 때 사명에 대한 헌신이 떨어지는 사람이 의사결정은 당연히 자신들의 입지이다. 또한 시점도 이재용부회장의 경영능력에 대한 검증을 모두가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고 전자의 사장들은 성공이 보장된 것으로 보이는 갤럭시노트 세븐의 출시를 미룰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고지가 바로 저기라는 심정으로 이건희 회장이 생명처럼 소중하게 키웠던 품질에 대한 사명을 헌신짝처럼 버린 것이다.
이런 사실은 이건희 회장이 중시하던 품질에 대한 사명이 시계탑으로 건설되어 삼성인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단계로 체화되지 못하고 이건희 회장 개인의 카리스마의 수준에 머물러 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결국 내 손가락을 보지 말고 가르키는 달을 보라는 명령을 아직도 삼성경영자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처럼 조직이 자신의 생명처럼 중시하는 사명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은 갈등상황이 도달했을 때 옭바른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게 도외주는 최고의 중재자이다. 삼성에는 이런 중재자가 없는 것이다. 사명이라는 최고의 중재자가 없는 상황에서는 단기적으로 성과에 대한 데이터를 보여줄 수 있는 부서가 항상 파워 하우스로 등극하고 이들이 등극할 수록 회사의 운명은 황금알을 낳는 자신의 거의를 살해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힌다.
사명이 없다면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최고의 중재자를 가지지 못한 것이다.
도종환 시인 말대로 꽃은 비에 젖어도 그 향기는 영원히 비에 젖지 않듯이 인품의 향기도 고난과 시련 속에서 더욱 향그럽다. 역사에는 악당도 많았지만 역사의 본질은 바로 이런 향그러운 성품을 가진 사람들이 보여준 변화의 스토리였다. 기업의 역사에도 이런 향기를 풍기는 문화적 성품을 가진 기업이 그렇지 못한 기업들을 인수해가는 시대가 올 것이다. 결국 경쟁기업에 비해 자신의 기업을 100년간 성장시키는 것은 우수한 비지니스 모형을 초월한 기업의 문화적 성품이기 때문이다. 상품과 서비스를 넘어 자신의 문화적 성품을 팔 수 있는 기업, 바로 초일류기업의 정의이다. 우리 회사가 이런 문화적 성품 때문에 지금으로부터 100년간 망할 걱정없이 성장한다고 상상해보자. 종업원과 그 후손들에게 100년간 안심하고 실험을 통해 자신의 수월성을 완성시킬 수 있는 무한한 성장과 학습 공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아쉽게도 우리에게는 이런 초일류기업이 없다. 이런 100년 기업을 열망하는 기업가들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