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리처럼 맷집도 있고 날렵하기도 하려면?
알리처럼 맷집도 있고 동시에 날렵하기도 하려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1974년에 있었던 세기의 대전 알리와 포먼의 권투경기를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40번 싸워 37번을 KO로 이긴 포먼의 강점은 맷집이었다. 하지만 알리는 맷집도 있고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쏠 수 있는 날렵함도 있었다. 당연히 세기 대결의 승자는 알리였다. 강한 맷집으로 견디다 힘이 다 소진되었을 때 마지막 한 방에 의존하는 기존 헤비급 권투의 패러다임을 대체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된 것이다. 1977년 우리나라 홍수환과 가라스키야의 경기에서 홍수환씨가 2라운드까지 4번 다운당하고 3라운드에서 TKO승을 거둔 패러다임도 맷집과 민첩성을 결합한 권투의 새로운 패러다임이었다. 아마도 우리가 알고 있는 7전 8기의 맷집만으로 승부했다면 마지막까지 다운만 당하고 패했을 것이다.
환경변화가 예측가능하고 변화자체가 고착되어 있는 세상에서는 강한 맷집을 가지고 경쟁력을 구사할 수 있었다. 공룡처럼 누가 와서 아무리 공격해도 견딜 수 있는 회사나 리더가 업계의 강자였다. 하지만 변화가 상수가 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맷집도 중요하지만 민첩성은 더욱 중요한 생존을 위한 변수가 되었다.
여기저기에서 무작위로 쨉을 날려오는 변화에 적응하려면 기본적인 맷집은 필수적이다. 맷집은 역경과 싸워서 견뎌낼 수 있을 때 길러진다. 어려운 상황을 만날 때마다 돌아가는 길을 찾고 포기만 해서는 맷집이 길러질 수 없다. 진짜 맷집을 가진 리더나 회사들은 심지어 경쟁자와 적을 자신의 맷집을 길러주는 스파링 파트너라고 생각하고 이들과의 싸움을 맷집을 기를 수 있는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최고의 민첩성도 역경을 통해 길러진다. 민첩성은 역경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얻어진 혁신과 변화력을 통해서 만들어진다. 역경을 맞이해서 포기하지 않고 해결방법을 모색하다보면 해답이 생기고 이 해답을 얻는 순간 역경을 유연하게 넘어설 수 있다. 역경을 맞이해서 맞고만 있다면 맷집은 생길런지 몰라도 문제해결의 유연성과 민첩성은 얻을 수 없다. 역경에 직면해서 이를 이길 수 있는 나름의 혁신적 방법들을 찾아낼 수 있을 때까지 실험하고 또 실험할 수 있을 때 민첩성이 찾아오는 것이다.
역경은 맷집과 민첩성이 뿌리를 내리고 있는 토양이지만 이들의 뿌리는 놀랍게도 회사나 리더가 구축한 정체성이다. 정체성은 과거에 어디에서 왔고 지금 어디에 있고 미래에는 어떤 목적지를 향해서 가고 있는지이다. 정체성을 구성하는 과거와 현재의 문제는 이미 결정된 문제이므로 정체성이 완성되는 부분은 미래에 어떤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경영하고 열심히 사는 지에 의해서이다.
민첩성과 맷집은 정체성의 핵심을 구성하는 이 미래의 목적지에 대한 믿음을 뿌리로 삼고 있다. 자신의 존재이유를 설명해주는 목적지에 대한 믿음의 뿌리가 있는 사람들만이 어떤 난관이 있어도 이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 문제해결을 포기하지 않는다. 또한 이들은 이 문제해결과정에서 무궁무진한 혁신과 변화를 일구어나간다. 목적지에 이르는 길에서 만나는 어려움을 혁신과 변화를 통해서 이겨나가게 하는 정체성이 강한 맷집과 민첩성을 길러내는 또 다른 비밀인 것이다.
또한 자신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믿음을 자신의 나침반으로 가진 회사나 리더들은 길을 잃지 않고 상황의 변화에 따라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하게 집어내서 유연하게 문제를 풀어나가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이 오히려 민첩함에 방해가 되는 필요없는 역량이나 경험이나 스킬로 중무장해 자신을 민첩성이 떨어지는 골리앗으로 만드는 이유는 자신의 목적지에 이르는데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생존을 위해 이것저것 쓸모없는 것들을 많이 준비해놨기 때문이다.
정체성을 구성하는 목적지에 대한 강한 믿음의 뿌리를 가진 사람들만이 리더나 기업이 원하는 민첩성과 맷집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세상사는 것이 한 번 큰 게임에서 승리하고 삶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연속된 게임들을 하는 것이라는 현실을 인정한다면 이 승리를 이끌어낸 강한 믿음을 세상의 변화 방향에 맞추어 공진화 시키는 일은 더 큰 민첩성과 맷집의 원천이 된다. 공진화되지 못한 강한 믿음은 기업과 리더를 그 믿음의 감옥에 가두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다. 믿음을 공진화 시킬 수 있을 때만 세상에 울림을 창출할 수 있고 이 울림이 있을 때만 목적지에 도달할 수도록 도와주는 필요한 자원들이 유연하게 동원될 것이다.
참고로 무하마드 알리는 흑인 인권운동가로도 유명하다.
1960년대,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여 징병 거부 사유로 챔피언 자리를 박탈당했고 선동죄로 투옥될 위기에 처해 있었다. 법정에서 “내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내 조국에서도 자유를 누리지 못하는데 남의 자유를 위해서 싸우라고요? 베트콩들은 흑인이라는 이유로 우릴 무시한 적이 없습니다. 왜 우리가 이 사람들을 위해 총뿌리를 겨눠야 하나요” 라고 항변했고 결국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알리가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복서로 추앙받는 이유는 자신의 정체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이것을 시대가 진화하는 방향에 맞추어 공진화시켜가며 사람들에게 시대의 나팔소리를 들려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