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의 붕괴
대학의 대부분은 이미 붕괴했다.
미국에서는 초중고 학생들이 수학시험을 치룰 때 계산기 사용을 허락한다. 초반기에는 논쟁이 많았지만 대세이다. 지금은 학생들이 시험볼 때 계산기 뿐 아니라 자신의 셀폰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는 학교도 생기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젊은이들이 많지는 않겠지만 대학공부의 목적이 괜찮은 대학 나와서 좋은 학점을 얻으면 자신의 목적이 달성된 것이라고 생각해보자. 이 대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졸업을 위한 좋은 학점일 것이다. 좋은 학점을 얻기 위해서 학생들은 많은 것을 암기해야 한다. 암기에 지친 학생들이 어느 순간 각성해서 인터넷에 다 나온 내용을 왜 굳이 암기해야 하는지 항의하는데 성공해서 한국대학에서도 시험볼 때 셀폰을 허락하기 시작했다고 가정해보자.
학생들은 구글검색을 해보거나 네이버 검색을 해보면 시험에 나오는 대부분의 내용을 선생이 가르쳐준 것보다 더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검색 능력만 있다면 모든 학생들은 만점을 맞을 것이다. 상대평가를 운영해야 하는 교수는 결국 학점을 산출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 모든 대학을 지탱해주고 있는 상대평가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이다. 주관식 논술 시험을 내도 마찬가지다. 구글검색을 하면 어떤 주관식 논술 답이든 최고의 모범답을 찾아낼 수 있다. 표절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 말만 조금씩 바꾸면 된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서 직무를 수행할 때 검색을 금하는 직장은없을 것이다. 이것을 시뮬레이션해 지금 당장 대학에서 시험시간에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을 허락한다고 가정한다면 대학에서 운영하는 과목의 대부분은 시험성적을 산출하지 못할 것이므로 폐강될 것이다. 사실 지금과 같은 방식이라면 대학에서 별로 가르칠 과목도 없을 것이다. 그냥 구글검색하라고 풀어놓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 외국 텍스트를 번역하는데 대부분 시간을 보냈던 외국어 전공과목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대학이 자신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학생들로 하여금 현실과 동떨어진 암기식 공부에 매진하도록 하고 상대평가를 통해 학생들을 통제하고 있는 것이다.
명문대학을 중퇴했지만 세상을 다시 만든, 빌게이츠, 스티브 잡, 스티브 잡과 애플을 같이 만든 워즈니악, 의예과를 중퇴한 마이클 델, 하바드를 중퇴한 페이스북의 마크 저크버그, 오라클의 창시자 레리 앨리슨 등은 이점을 먼저 깨달은 선견지명이 있었던 사람들인지 모른다.
대학은 이미 오래전부터 상아탑 속에 안주한다고 비난을 받았는데도 변화하는 노력을 게을리해서 삶아죽어가는 개구리 신세가 됐다. 미래를 창의적으로 디자인해낼 수 있는 학생들을 길러내기 위해 대학이 근원적 변화를 하지 못한다면 대학의 완전한 붕괴는 조만간 너무 자명한 일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