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이 아니라 문화다
[동아비즈니스포럼 2016]
“불가능에 도전하는 한국 기업문화, 파괴시대에 적합”
[동아비즈니스포럼 2016]현대경영학 창시자 피터스 박사 강연
톰 피터스 박사(가운데)가 기조연설을 마친 뒤 조동성 인천대 총장(왼쪽), 김동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토론하고 있다. 피터스 박사는 혁신의 출발이 ‘사람’이라고 강조하며 “혁신을 원한다면 조직 안의 혁신가부터찾아내그들의스토리를알리고, 그들에게혁신을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권한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명기자base@donga.com
“컴퓨터와 인공지능 때문에 20년 안에 현재 일자리의 절반이 사라질 겁니다. 이런 파괴적 시대를 넘어서는 혁신은 오직 사람에게 투자하고 조직의 문화를 바꿀 때 가능합니다.”
톰 피터스 박사(톰피터스컴퍼니 대표)가 혼돈의 바다에서 표류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에 던진 메시지는 ‘사람’이었다.
○ “전략이 아닌 사람과 문화가 혁신의 키워드”
피터스 박사는 “최고경영자(CEO)와 경영진, 컨설턴트들은 ‘전략’에만 집중한다”며 “지금과 같은 파괴의 시대에 창조적 혁신을 하려면 전략보다 조직의 ‘문화’가 훨씬 중요하다”고 일갈했다. 무엇이든 당장 실행할 수 있고 실패해도 오히려 칭찬받으며 계속 새로운 시도를 이어갈 수 있는 문화가 그 어떤 화려한 전략보다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러한 문화를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이라는 게 피터스 박사의 설명이다. 그는 자신이 만든 ‘이사회 구성원칙’을 통해 ‘유연하고 창조적인 조직’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했다. 피터스 박사는 “이사회는 30대 이하의 이사진 2명과 빅데이터와 정보기술(IT)에 능통한 전문가 1, 2명, 괴짜 같은 사람 최소 1, 2명, 정통 디자인 전문가 1명, 벤처캐피털리스트와 창업가 등의 경력을 가진 사람 2명이 필수적으로 있어야 한다”고 소개했다. 이어 “정통 경영학석사(MBA) 출신과 60세 이상의 사람이 이사회에 3명 이상 있으면 그 조직은 창조적일 수 없다”고 단언했다.
피터스 박사는 거대한 혼돈 속에 방향을 잃은 한국 기업들에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그는 “유연하게 대응하고 무조건 시도해 보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는 게 이 시대 성공의 원동력”이라며 “이에 가장 적합한 건 바로 한국 기업의 문화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베트남전에 참전해 한국군과 함께 전투에 나섰을 때나 한국 기업들과 일했을 때의 경험담을 소개하며 “어떤 상황에든 적응하고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일단 시도하고 다시 시도하면서 결국 성공하는 한국인들의 모습에 놀랐다”며 “그 정신이 지금 다시 한국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 “진정한 창조성은 유연한 중소기업으로부터”
피터스 박사는 이날 행사장을 찾은 청중에게 “여러분은 아마 애플이나 구글, 삼성과 같은 큰 기업들의 혁신에 대한 얘기를 듣고 싶었을지 모른다”며 “그러나 위대한 혁신기업인 구글조차 50년 뒤에 지금과 같은 기업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덩치가 커지면 그만큼 창조성, 유연성, 혁신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현 시대의 혁신을 주도하고 사실상 미래를 창조하는 기업조차도 지속성장은 쉽지 않다는 얘기였다.
그는 “사람들은 미국을 기준으로 고용의 94%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생각보다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며“하지만 이 시대의 진정한 창조성은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사소한 것에서 최고를 만들어내는 중소기업에서 발견된다”고 강조했다. 작고 유연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중소기업의 성공 사례로부터 오히려 배울 게 많다는 것이다.
피터스 박사는 ‘최고의 화장실’로 유명한 미국의 한 유통회사의 얘기도 꺼냈다. 미국의 정글짐 인터내셔널 마켓이 ‘화장실 구경과 체험’을 위해서라도 고객들이 찾아오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매장 내 화장실을 세련되게 꾸몄다는 것이다. 피터스 박사는 “모두가 화장실부터 꾸며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남들이 생각하지못한 것을 찾아내 변화를 주는 게 창조성의 핵심이자 혁신의 원동력이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상업은행 메트로뱅크의 성공 사례도 거론됐다. 이 은행은 출근 전 강아지와 함께 산책하는 사람들이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다른 은행보다 일찍 업무를 시작하고, 강아지 비스킷을 나눠줬다. 입소문이 퍼지면서 더 많은 고객이 은행으로 몰려들었다는 것이다. 피터스 박사는 “얼핏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는‘금융’과 ‘강아지 비스킷’이지만 고객 중심으로 사고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가 세계 기업들의 생소하지만 ‘창조적인 혁신’의 사례를 소개하자 2000여 명의 청중은 깊이 공감하고박수도 보냈다.
강연이 끝난 뒤 조동성 인천대 총장과 김동재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피터스 박사와 토론을 벌였다.
조 총장은 “병목현상은 병의 꼭대기에서 일어난다는 말이 있다”며 “결국 파괴시대의 혁신과 창조성을 위해서는 리더십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 시대에 맞는 리더를 키우려면 경영학 교육부터 바꾸어야 할 것”이라며 “‘경영 기술적’인 접근을 버리는 대신 철학과 통찰력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피터스는 “정확한 지적”이라며 “회의석상에서 영향력을 끼칠 시간에 현장을 돌아다니며 ‘경청’부터 해야 파괴시대를 넘어 생존하고 발전하는 기업을 만드는 리더”라고 강조했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세계적 경영사상가 톰 피터스가 말하는 ‘파괴시대의 혁신’
《 “한국 기업들이 성공의 대열에 합류했지만 이런 흐름이 계속될 수 있는지는 생각해 봐야 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 철강, 건설 등으로 덩치를 키운 한국 기업이 구글의 변화 속도를 제대로 따라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결국 한국 기업들은 앞으로 계속 부딪치고, 더 많은 실패와 도전을 해야 한다. 그래서 새로운 시대의 성공법을 배워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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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피터스 박사는 피터 드러커와 함께 현대 경영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불리는 경영의 대가이다. 20세기 3대 경영서 중 하나로 선정된 ‘초우량 기업의 조건’을 통해 기업경영에 대한 혜안과 통찰력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리틀 빅 씽’을 펴내 사소함이 만드는 위대한 성공법칙을 전하기도 했다. 미국 코넬대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석사(MBA)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경영혁명’ ‘경영창조’ ‘Wow 프로젝트’(시리즈) ‘톰 피터스의 미래를 경영하라’ 등이 있다.
12월 7일과 8일 동아일보와 채널A가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개최하는 ‘동아비즈니스포럼 2016’에 참석할 예정인 톰 피터스는 본보와의 사전 인터뷰에서 ‘파괴시대’에 한국 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피터 드러커 이후 최고의 경영사상가로 불리는 피터스 박사의 한마디 한마디는 엄청난 혼돈 속에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는 한국의 기업들에 꼭 필요한 조언이었다. 피터스 박사는 올해 비즈니스포럼의 주제인 ‘파괴시대의 창조적 혁신(Creative Innovation in Disruption Era)’에 완전히 부합하는 내용의 제언을 이어 나갔다.
문화 콘텐츠–정보기술 韓中합작 혁신전략 한눈에
피터스 박사는 “파괴는 현실이며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부드러운 개선의 시대는 지났다”고 역설했다. 그는 변화 전문가 케빈 켈리의 말을 빌려 “조직을 변화시키기보다 ‘죽이기’가 쉽다”며 “자기 개조보다 자기 파괴가 더 쉽다면, 기존 기업을 바꾸기보다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는 편이 더 쉽다면, 답은 뻔하다. ‘변화 이상의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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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말하는 ‘파괴’란 무엇일까? 피터스 박사에 따르면, 기존 조직과 전략 방향을 점진적으로 개선하는 방식으로는 급변하는 현 시대에 절대 기업이 적응할 수 없다. 기존 조직을 해체하고 다 없앤 뒤에,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일하는 완전히 다른 사람들로 조직을 구성해야 새 전략이 도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피터스 박사는 명심해야 할 두 가지 원칙이 있다고 말한다. 첫째, 벤치마킹을 통해 경쟁사를 모방하기보다는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수 있는 독창적인 방법으로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경쟁사의 현재 상태를 모방하려는 벤치마킹 전략이 성공하더라도, 전략 실행이 완료되는 미래의 시점에서 보면 과거를 답습하는 데 지나지 않는다는 것. 그는 “성공하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그들 사이에 공통점이 없다’는 것”이라며 “그들은 모두 자신만의 개성을 지닌 독특한 존재”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벤치마킹 전략을 통해서는 절대 그들과 같은 수준의 성공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인재를 잘 관리하는 것이다. 피터스 박사에 따르면, 지금 기업들은 독특하고 모험을 즐기며 도전적인 인재들을 뽑아 그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그는 “뛰어난 리더는 아랫사람에게 권한을 위임하기보다는 구성원들이 리더조차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방향의 도전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리더 스스로도 자신의 시간 중 50%를 비워 조직의 구성원과 끊임없이 소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렇게 구성원들 모두가 독창적인 시도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평범한 업무도 ‘놀라운 프로젝트(Wow project)’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피터스 박사가 들려주는 ‘불황 돌파법’ 역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다. 그는 “‘지속되는 저성장’시대인 지금 많은 기업들이 움츠러들고 있다”며 “연구개발 비용을 대거 삭감하고 교육 훈련을 중단하는 기업이 많은데 이런 조치는 생산성 향상과 정반대되는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경기, 저성장 시대일수록 공격적으로 태도를 바꿔야 한다”며 “최고경영자(CEO)는 불황기에도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삭감, 긴축 등을 통해 ‘이익 성장’을 하는 것이 해법이라는 기존 생각을 완전히 바꾸라는 얘기다. 그는 ‘고객 충성도 100% 달성’이라는 놀라운 목표를 현실로 이끌어낸 세계적 호텔 체인 리츠칼턴을 예로 들었다. 리츠칼턴의 창업자 호스트 슐츠는 경기 불황을 새로운 비즈니스를 시작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피터스 박사는 “리츠칼턴 창업자 슐츠는 불황기에도 사람들은 반드시 여행을 한다고 생각했다”며 “그에게 중요한 문제는 ‘여행객이 어떻게 하면 우리 호텔을 선택하게 할 것인가’였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상상할 수 없는 것을 상상하라.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은 이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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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donga.com/3/all/20161115/81332275/1#csidx81fb1405fa818a39ae281e71b0b147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