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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 문제다

Jun 15, 2018 ·4분 ·jkyoon · 3,197

북핵협상의 숨겨진 뜨거운 감자는 무엇일까?
인권문제이다.

두 가지 다른 상황을 상상해보자. 사건 A는 화성인들이 지구를 침공해서 우리 회사와 공장을 다 들고 화성으로 도망간 사건이다. 아침에 출근해보니 회사와 공장이 없어졌다. 사건 B는 반대로 화성인들이 출근해서 우리 공장과 회사는 그냥 놔두고 우리 직원들을 다 데리고 화성으로 도망가 버렸다. 여러분은 사건 A와 사건 B 중 어떤 사고가 우리 회사를 원상태로 다시 복원하는데 더 쉬울 것으로 생각하는가?

상식적으로는 A가 더 어려울 것이라고 믿겠지만 실상은 복원이 더 어려운 건은 사건 B이다. 사람들이 남아 있다면 설사 설계도까지 다 가지고 날라버렸어도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면 설계도와 공장도면을 복원해낼 수 있다. 설계도를 만들어 공장과 사무실도 복원할 수 있다. 하지만 종업원들을 다 데리고 사라졌을 경우 설계도가 남아 있어도 이것이 어디에 쓰는 물건인 것조차도 모르는 무용지물이다. 회사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금 미국이 주장하고 있는 CVID 원칙,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ismantlement: CVID)는 위의 A사건과 B사건이 동시에 일어날 경우에만 가능하다. 하지만 B사건은 핵과 관련된 과학자나 기술자들을 다 미국으로 이주시켜 한 곳에 몰아놓고 감시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실현 불가능한 건이다. 따라서 미국이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A건이라도 확실히 하자는 의도일 것이다. 하지만 A건을 완벽하게 달성했다 하더라도 핵을 만든 핵심인력들이 북한에 남아 있는 한 핵을 다시 만드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다. 결국 A를 완벽하게 달성했다 하더라도 미국이 주장하는 CVID는 불가능한 것이다. 미국은 달성할 수 없는 전략에 잘못 몰입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은 자신들이 핵을 포기하는 대신 CVIG, 즉 자신들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인정하면 되돌릴 수 없는 합법적 정권(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Legitimate Government: CVIG)으로 인정해달라는 것이다. 이것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요구이다. 왜 그럴까? 미국이 북한의 조건을 들어주는 대신 CVID 중 사건 A라도 확실히 검증 가능하게 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조건을 들어주기 위해서 북한은 북한 내 핵 시설이 숨어 있을 수도 있는 지역에 대한 무작위 사찰을 허가해주어야 한다. 이 무작위 사찰구역에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나 인권유린의 장소가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시설에 대한 사찰은 자신의 치부와 정통성을 부인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결국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CVIG와 정면 대치된다. 결국 총괄적으로는 CVIG와 CVID에 대해 타결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실현불가능한 총론의 문제를 무시하고 협상의 각론에 들어가면 악마가 나타나서 타결을 무위화 시킬 것이다. 결국 미국이나 북한이나 처음부터 실현될 수 없는 협상의 목표를 가지고 협상에 임하고 있는 셈이다.

완전한 핵폐기가 아니라 단계적 핵폐기로 다시 돌아가는 수준의 합의에 이를 수 있지만 이것은 지금까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역사적 사실로 기록되어 있다. 분명 단계적으로 북한은 미국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지금 있는 핵시설을 포기할 것이니 미국이 자신들의 요구를 완전히 들어줄 때까지는 지금 가지고 있는 핵은 인정해달라고 주장할 개연성이 높다. 하지만 이 조건은 지금 당장 완전한 핵포기라는 End State를 요구하는 미국의 입장과 결렬된다. 결국 협상을 하다보면 서로 달성될 수 없는 다른 목적을 위해서 달리고 있는 자신들을 발견하고 협상과정에서 이것들이 구체적 이슈로 부각되기 시작하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불가능한 협상건이 된다.

벌써 북한이 미국과 한국이 자신들을 너무 압박하고 있다고 남북고위급 회담을 취소하고 나왔다. 결국 문제를 풀 수 있는 것은 목적에 대한 진정성이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없이 핵을 포기하는 척하고 자신의 정권을 인정받으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거나 미국의 트럼프가 수세에 몰린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만회하려는 체면 차리기 수준에서 협상을 마무리한다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적에 대한 진정성은 없는 것이기 때문에 결국 협상자체가 협상을 위한 협상으로 끝날 것이다.

지금의 협상에서 가장 핵심을 차지하면서 어느 누구도 뜨거운 감자여서 거론하지 않는 이슈는 북한의 인권문제이다. 북한을 정상국가로 인정해가면서 인권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협상의 테이블에 공식적 안건으로 제시되어 마무리 되어야 한다. 이 문제의 칼자루는 북한이 가지고 있다. 북한이 보일 수 있는 최고의 진정성은 자신들에게 이런 이슈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지를 스스로 제시해야 한다. 지금처럼 이런 문제가 전혀 없다는 태도를 일관한다면 북한이 제기하는 협상의 진정성은 지속적으로 의심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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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