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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코끼리가 몰려온다

Aug 22, 2018 ·4분 ·jkyoon · 3,914

검은 코끼리가 몰려오고 있다.
대한민국 안녕하실까요?

검은 코끼리는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의 <늦어줘서 고마워요(Thank you for being late)>라는 책에서 사용해서 퍼진 용어이다.

검은 코끼리는 `검은 백조(Black Swan)`와 `방 안의 코끼리`를 합성한 말이다. 검은 백조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나 IMF 구제금융 처럼 도저히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인데 실제로 발생해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오는 사건을 뜻한다. 방안의 코끼리는 위험한 동물이다. 지금 어떻게 들어왔는지 모르지만 강의장에 코끼리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고 있다. 코끼리는 위험한 동물이어서 강의장에 모인 사람들이 코끼리를 어떻게 퇴치 시켜야할 지를 머리를 맛대고 숙의해야 하는데 왠일인지 강의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서로 코끼리를 못본 척하고 있다. 어떻게 행동할지 예측이 불가능한 검은 코끼리가 공격해오면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다.

대한민국에 어슬렁거리는 세 마리 검은 코끼리가 있다. 인구와 환경문제, 민주화, 디지털 혁명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인구와 환경영역에 나타난 검은 코끼리는 인구절벽, 미세먼지, 4대강 환경파괴 등이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인구절벽은 기본적 인적자원이 고갈되는 문제로 아마도 가장 심각한 검은 코끼리가 될 전망이다. 또한 물과 공기는 국민건강의 원천인데 이 원천이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조만간 미세먼지로 파생된 외부활동의 제약이나 국민의 건강악화 때문에 국가가 감당해야할 비용은 거두어들인 세수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것이다. 4대강 보로 인한 물 환경파괴로 덮칠 재앙은 미세먼지 문제에 비하면 작은 검은 코끼리이다. 미세먼지 문제의 주범으로 몰리는 화석연료 자동차 생산과 운행, 공장의 가동 등에 조만간 큰 철퇴가 가해질 것이다.

민주화는 기존의 상명하복이나 관료제적 방식으로 기득권을 유지해왔던 대기업, 언론, 위정자들에게 무서운 검은 코끼리이다. 초연결사회의 SNS가 등장하기 이전에는 신문사나 기업이나 정치가들이 커튼을 쳐놓고 커튼 안에서 Old Boy들이 모여서 모의하고 자기에 맞게 의사결정을 내렸다. 또한 이것을 일반 사람들에게 일방적으로 전파하는 Top Down 방식의 소통으로 자신의 기득권을 지켜가며 향유하는 것이 가능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힘이 없다면 소통할 수 없었기 때문에 소통은 유명신문사나 권력기권이나 대기업처럼 힘께나 쓰는 기관이나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사회가 초연결사회로 급속하게 진화하고 있다. SNS의 플랫폼이 발달해서 누구나 소통을 위한 기자의 역할을 수행하고 모든 사람들이 독자가 되거나 큐레이터로 나설 수 있다. 힘있는 사람들이 커튼을 치고 자신들의 구미에 맞는 의사결정을 내리고 이것을 시혜를 내리듯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방식이 퇴조하고 공동의 목적을 가지고 모든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방식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활성화 된 것이다. 기득권 층이 쓰던 커튼이 걷히고 이들을 위해 유리감옥이 만들어진 것이다. 유리감옥으로 바뀐 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아직도 커튼에 가려져 있는 것처럼 행동하다가 고은 이윤택 안희정 등이 검은 코끼리에게 공격당했다.

촛불혁명에서 번진 민주주의의 쓰나미는 대한민국 보수를 괴멸시켰고 정치영역을 넘어서 사회의 각 영역을 덮치고 있다.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Me Too, 항공사 직원들이 총수일가의 갑질에 대항해 벌이는 사내 민주주의, 조중동 보수언론에 대한 지속적 저항, 밀레이얼 세대의 꼰데들에 대한 반격, 카리스마 리더의 괴멸 등으로 번지고 있다. 대한민국 전 영역에 걸쳐 민주주의의 쓰나미가 덮치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상명하복이나 관료제 방식으로 기득권의 지위를 향유해왔던 힘께나 있는 권력자들에게 이런 민주주의의 쓰나미는 무서운 검은 코끼리이다. 검은 코끼리에 대비하지 못한다면 대한항공 총수일가가나 아시아나 총수가 겪고 있는 험한 꼴이 남의 일이 아닐 것이다.

마지막 검은 코끼리는 디지털 혁신으로 산업의 중심이 급격하게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검은 코끼리에 대해서는 국가도 손을 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조만간 자동차 산업은 다 소프트웨어 산업으로 재편될 것이고 제조업 기반에서 생존해왔던 노조는 존재기반을 상실하고 붕괴될 것이다. 현대차 같은 공룡기업도 지금의 제조업에서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업의 개념을 바꾸지 못할 경우 결국은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이다. 현대차 뿐 아니라 모든 산업이 소프트웨어 플랫폼으로 혁신해 성공적으로 플랫폼에 편입하지 못할 경우 생존에 대한 위협에 직면할 것이다. 전통적 제조업 패러다임에 익숙해 있는 중소기업, 재벌기업, 노조 사람들에게 이런 변혁은 검은 코끼리이다.

국가는 세월호 같은 물리적 재앙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주어야 할 의무도 있지만 더 큰 사명은 검은 코끼리로부터 국민의 심리적 안녕을 지켜주는 일이다. 이에 대해 정치가들은 검은 코끼리에 어떻게 대항할 것인지에 대한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기는 커녕 자신의 앞가림도 제대로 못하고 있고 코끼리 존재 자체를 서로 외면하고 있는 형국이다. 정부 조차도 검은 코끼리의 존재를 보지 못하고 있다. 검은 코끼리의 공격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할 수 있는 비전을 가진 사회적 리더들이 절실하다. 지금 정치가나 정부의 모습을 보면 사안의 심각성 조차도 인식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지금은 대한민국 모두가 검은 코끼리를 몰아내기 위해 모두 머리를 맞대고 숙의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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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