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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카루스의 날개를 버려라

Dec 14, 2018 ·3분 ·jkyoon · 2,613

돈 좀 벌기 시작한 IT회사 설립자들에 대한 충고:
이카루스의 날개를 버려라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세우며 <기술과 인문이 만나는 곳에서 애플이 세워졌다>라는 명제를 남겼다. 그렇다면 그냥 기술만 가지고 IT회사를 세운다면 무슨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한국미래기술 양진호 회장의 갑질 논란이 스티브 잡스의 명제에 다시 불을 붙였다. 스티브 잡스의 명제는 주로 혁신에 관련시켜 해석하지만 갑자기 대박을 친 회사가 무너지는 원리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인문적 소양과 접목되지 못한 상태로 IT기업을 운영할 때 운명은 아마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첫째, 신기루같은 꿈을 쫓다가 대책없이 파산하는 경우다. 우리나라는 IT 투자에 대한 생태계가 마련이 되어 있지 않아서 실패하면 고스란이 개인이 책임을 지게 되어 있다. 한 마디로 실패하면 알거지 신세가 된다. 실패가 알거지로 이어지니 과감하게 실패하고 실험할 방법이 없다. IT는 실패가 누적되어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을 때 성과를 낼 수 있으나 항상 여기까지 가보지 못하고 파산한다. 둘째 양진호 회장처럼 어쩌다 대박을 치는 경우다. 양회장의 대박에는 불법의 소지가 많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아무튼 대박을 치는 경우 쌓이는 돈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 돈을 자신의 성공을 신화화하는 일과 그간 하지 못했던 자신의 개인적 일탈과 욕망을 채우는데 쏟아 붓는다. 복권당첨자들이 대부분 복권당첨 후 더 큰 재난에 봉착하는 경우와 운명이 비슷하다. 인문소양이 없는 IT회사의 운명은 그냥 쪽박을 차는 경우와 한번 대박을 치고 망하는 경우로 비슷하다.

양진호 회장의 경우는 대박을 치고 망한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양진호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 이지원인터넷서비스는 2015년 203억원, 2016년 211억원, 2017년 210억원 등 해마다 200억원 안팎의 매출을 올리고 있고 이 중 영업이익이 63억원, 48억원, 52억원이다. 네이버의 2017년 영업이익 25.2%와 비슷한 평균 25%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양회장의 또 다른 회사 파일노리를 운영하는 선한아이디의 매출은 2015년 156억원, 2016년 161억원, 2017년 159억원을 올렸고 영업이익은 각각 75억원, 88억원, 98억원으로 영업이익률만 50~60%이다. 모든 IT기업인들이 꿈꾸는 대박이다.

IT기업들이 대박을 치고 무너지는 이유는 대박이라는 이카루스 날개를 달고 태양으로 질주하는 욕망을 제어하는 메카니즘이 없기 때문이다. 태양으로 날아오르다 자신의 목적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이 멀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일이 이들에게는 돈과 기술만 있지 자신의 오만(hubris)을 규제할 수 있는 품성과 철학이 없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IT기업 설립자의 품성은 그대로 그 기업의 조직문화다. 양진호 회장의 폭행이 벌어지고 있는데 직원들은 모른척하고 있다는 것은 이 회사에 품격이 있는 문화가 실종되어 있다는 증거이다. 임원이라는 사람이 이 폭행을 기록하는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는 사실도 이 사람이 양회장의 인성을 흉네내가며 회사에 나쁜 문화를 전파하고 있다는 것이다.

설립자가 인문적 소양을 가지고 사명의 씨앗을 심어 꽃피우고 향그런 과일을 가져다 주는 과수원을 만들었다면 문화적 품성을 키운 것이다. 그 회사의 문화는 회장이 가진 성품의 나무가 키운 꽃과 과일이기 때문이다. 회사의 명성은 성품이 없어도 벌어들인 돈으로 치장할 수 있는 것이지만 품성과 문화는 인문적 소양 없이는 만들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에서 인문적 소양없이 IT로 성공한 기업들은 양진호 회장과 비슷한 성향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양진호 회장의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것은 그 많큼 비슷한 범주에 속한 설립자들이 많다는 것이다. 양진호 회장이 대표적 시범 케이스로 걸린 것이다. 양진호 회장사건을 반면교사로 삼아 자신의 문화와 인성을 반성하기보다는 입단속과 통제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IT 기업의 설립자가 있다면 아마도 제 2의 제 3의 양진호 회장이 될 것이다.

IT 기업에서의 지속가능한 성공과 혁신은 설립자의 성품이 발현된 문화가 만든 것이다. 종업원들이 자신 회사에 대해 품성의 향기를 느끼지 못하고 있는데 어쩌다 돈을 벌어 명성을 쌓았다면 이 회사의 명성은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신기루일뿐이다.

댓글

존윤 동영상 대단하더군요…원래 그랬던 사람일까요 아니면 사업하는 과정에서 그렇게 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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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규동 교수님
결국 인간의 기본 즉 건축에 비유하면 기초가 튼튼해야 된다는 말씀이지요? 더더욱
절실한 지금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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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youn Yoo 나쁜사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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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uel Cho 적극 공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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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