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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격차전략 대 특이점 전략

Dec 14, 2018 ·7분 ·jkyoon · 2,774

<초격차 전략> 대 <특이점 전략>
얼마나 멀리 달아날 수 있을까?

권오현 회장이 썼다는 <초격차>라는 책의 소개내용들을 보니 삼성이 지금까지 추구한 과거의 전략을 비교적 소상하게 밝힌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초격차 전략이 지금까지는 그냥 작동되었는지 모르지만 앞으로 심화될 초연결 디지털 혁명시대에도 삼성이 주도하는 미래를 창출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

지금까지 삼성이 추구했던 전략은 소위 초일류라는 회사들의 기술과 전략을 따라잡는 전략이었다. 초격차전략은 따라잡기가 끝나 기술적으로 더 이상 따라잡을 수 있는 대상이 없는 지금의 상황과 중국의 후발 주자들이 자신을 맹렬히 추격해오는 상황에서 삼성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 따라오는 회사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을 정도로 멀리 달아나는 전략으로 세운 것이 결국은 <초격차> 전략인 것이다. 결국 따라 오는 회사들이 지쳐서 따라오지 못할 정도로 달아나면 살 수 있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을 전략으로 정한 것이다.

초격차전략은 경쟁에 승리함을 통해 모든 문제를 해결하던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과거전략으로 작동되었는지 모르지만 지금과 같은 초연결 디지털 혁명 시대에 미래전략으로 추구하기에는 많은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 시대적 변화의 방향과 공진화해서 울림을 창출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특히 초일류를 열망하는 회사들이 이것을 자신들의 미래의 전략으로 신봉한다면 그 위험성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첫째, 초연결 디지털 시대는 기술적 포화 수준에 이르는데 그리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는 시대이다. 또한 기술적 목표가 정해지면 여럿이 협업으로 따라잡기 때문에 이 목표에 대해서 동의하는지가 문제이지 이 기술을 따라잡는 시간은 문제가 아니다. 또한 이 기술적 격차를 벌리기 위해 지금까지 해오던 선형적 방식으로 도망갔는데 세상이 바뀌어서 이렇게 구축해놓은 기술과는 다른 방향으로 새로운 기술적 요구가 생겨 방향을 틀면 결국 초격차로 벌려놓은 기술은 무용지물이 된다. 한때 메인프래임의 기술로 선두를 달리던 IBM이 PC시장을 예측하지 못하고 무너졌거나, 노키아, 모토롤라가 무너진 이유는 결국 자신의 정한 영역에서 초격차를 추구하다 시대의 기술적 요구가 바뀌어서 무너진 것이다. 삼성이 추구하는 기술적 방향이 맞다면 어느 정도 작동되는 것을 기대할 수 있어도 지금은 과거의 성공을 기반으로 미래의 방향을 잡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이다. 기술이 선도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 사회가 진화하는 방향에 대한 통찰력이 핵심이다.

둘째, 삼성은 자신이 지금까지 성공한 비밀병기를 기술이라고 생각하는듯하다. 하지만 선도적 기술만 가지고 혼자는 아무리 멀리 달아날 수 있다 하더라도 이 기술을 상품과 서비스로 바꾸었는데 고객이 여기에 반응하지 않는다면 기술은 무용지물인 것이다. 기술은 그자체로는 존재이유가 없다. 기술의 존재이유는 기술을 통해 구현된 제품과 서비스가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해서 고객이 반응할 때 비로소 자신의 가치가 인정된다. 기술만 가지고 선도적으로 세상에 뛰어난 제품을 내어놓았지만 사라진 회사들은 부지기수이다. 모두 기술자체를 목적으로 추구한 회사들이다. 기술이 고객가치를 넘어서 먼저 멀리 달아나도록 놔둔다는 것은 실패를 담보한 것이다.

셋째, 초연결 디지털 혁명시대에 초일류기업이 추구하는 전략은 초격차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카피하는 것이 불가능한 지점을 만드는 <특이점 전략 (Singularity Strategy)>이다. 본인의 졸고 <황금수도꼭지: 목적경영이 이끈 기적>에 소개되고 있는 특이점 전략이란 자신만의 고유한 철학과 가치를 제품과 서비스에 녹여내서 다른 사람들이 정말 카피하지 못하는 상태를 만드는 것이다. 이러기 위해서는 회사의 철학, 기술, 제품의 가치가 통합되어 있어야 가능하고 이 모든 것을 이끄는 것은 결국 기술이 아니라 자신만의 목적과 철학이다. 특이점에 도달한 회사를 따라하는 순간 자신이 짝뚱이라는 것을 공공연하게 인정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면 진정한 의미의 초격차가 만들어진 것이다. 초격차는 기술을 가지고 도망가는 것으로 만들어진다기보다는 철학과 기술을 접목하여 자신이 원조가 되어 자신을 따라하는 모든 회사를 짝퉁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때 달성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의미의 초격차는 특이점 전략에 성공한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는 결과일 뿐이다. 초격차는 철학과 기술을 결합해 특이점에 도달한 회사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인 셈이다.

넷째, 초격차 전략에는 아직도 고전적 경영전략의 가정이 기본 토대로 작용하고 있다. 기술수준으로 경쟁의 우위를 점하여 남들이 따라오지 못하는 일등이 되겠다는 생각이다. 고전적 경영전략이 추구하던 신자유주의 시대와는 달리 초연결 디지털 시대는 네트워크 효과를 이용할 수 있는지가 승패의 관견이다. 지속가능한 성공도 경쟁에서 이기고 지는지의 문제가 아니다. 네트워크로 다 얽기설기 엮어 있어서 적과 아군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연결 디지털 시대에 초인류기업이 추구하는 가치는 남들이 성공을 돕는 일에 성공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해서 남들을 많이 성공시키는 일에 성공할 수 있는 지이다. 초격차전략이 아직도 기술로 승부하는 제조업에서는 통용될 수 있는지 몰라도 앞서가는 시대의 메시지를 제대로 잡아낸 미래 전략은 아니다.

다섯째, 결국 삼성이 특이점을 구축하려면 삼성만의 플랫폼을 만들어 여기서 플랫폼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자신들이 일등이 되겠다고 선언한 회사에서 기술적으로 아무리 뛰어난 모쥴을 구성해서 플랫폼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다른 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삼성에서 카이젠이라는 플랫폼이 실패한 이유도 이 카이젠이 기술적 플랫폼으로 기능을 못해서라기 보다는 이 플랫폼의 사회적 가치를 참가자들이 인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플랫폼에 참여해서 성공적으로 가동되더라도 종국에는 자신들이 만들었다고 참여자들을 내몰 수 있는 상황에 대한 불신 때문에 참여자들이 자발적 참여를 안 한 것이다. 이런 문제는 삼성이 가진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이런 자발적 참여자에 대한 불안을 불식시킬 수 있는 삼성철학의 문제이다.

지금의 삼성을 만든 것은 이건희 회장이 세웠던 신경영 삼성철학이 그당시 시대에 맞춰 작동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초연결시대 삼성의 생존 문제는 이건희 회장의 철학을 시대에 맞게 공진화시켜 시대적 울림을 창출할 수 있는지에 달려있다. 초격차에 대한 이야기는 삼성이 삼성의 역사에서 철학의 중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처럼 들린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이 신경영을 통해서 만든 지금의 성과와 열매와 성과를 마치 초격차가 만든 것처럼 포장해서는 안된다. 기술적으로는 초격차를 위해서 노력해야겠지만 초연결 디지털 혁명기에 삼성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들이 가진 기술을 고객의 가치와 접목시킬 수 있는 포용의 철학과 이 철학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 정당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플랫폼 기업으로 향한 변신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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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이곳 저곳의 리뷰를 다시 보니 초격차가 기술에서의 격차를 넘어 품격에서의 엄청난 격차도 함축하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고객들은 고사하고 삼성인들도 삼성이 품격에서 초격차를 만든 회사라는 주장에 동감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하는 생각이다. 일반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더욱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품격에서 초격차를 염두에 둔 회사의 총수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암암리에 정권과 결탁해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수 있으리라고는 감히 짐작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삼성이 이런 우려를 딛고 품격에서도 초격차를 만든다면 삼성은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것이다.

댓글
  • 이성호 어제와 오늘에 걸쳐 마침 초격차 책을 읽어보았는데, 기술에 관한 내용은 거의 없고 사람과 조직의 transformation에 대한 내용이더군요. 초격차란 단순히 경쟁자보다 앞선 기술의 개발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혁신을 창출해 경쟁자가 아예 경쟁할 의지를 포기하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그러한 혁신을 위해서는 과거의 인사, 평가, 교육 시스템을 완전히 새롭게 재편해야 한다는게 핵심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삼성전자도 대부분 사업부들이 경쟁 및 w…더 보기
  • 한영수 삼성경영진이 꼭 읽어야 할 소중한 글입니다. 삼성은 회사이름부터 일본의 三菱(미쯔비시)를 밴치마킹 한 회사로 이름까지 일본말로 三星(미쯔보시)이다. 삼성의 카이젠도 일본기업들이 종교처럼 생각하는 改善 (Kaizen)을 밴치마킹 한것으로 자신들만을 위한 공유되지 않는 기업문화로 삼성의 기업문화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협력업체를 진정한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협력업체의 카이젠 마져 돈과 권력 정경유착으로 강탈해서 성장한 기업문화입니다. 삼성의 성장은 교수님 말씀처럼 플랫폼시대에 맞는 철학과 스토리를 가진 조직으로 변하지 못하면 플랫폼기업이 아닌 플랫폼기업을 돕는회사로서도 여기까지 인것입니다. 애플에서 배워야 할것입니다.
  • 김완철 초격차전략도 한국인의 우수한 자질과 근면성이 없었다 면 실행불가였을겁니다. 앞으로는 갑과 을과 모든 파트너들의 곤존공생전략이 글로벌공감을 얻을 수있도록 노력해야하는데 어쩐지 재용이는 미덥지가 못하네요.
  • David JooShik Lee 초격차를 핵심원천 기술보다 산 캐파 투자와 수율 조기 안정화 쪽에서 내지 않았나? 

    수조 단위의 대규모 차세대 설비 투자비용 부담이 후발자 진입 장벽을 높이고 추격을 따돌리는 해자로 작동한 것 같다.…더 보기

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