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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우경화

Mar 31, 2019 ·3분 ·jkyoon · 2,413

우리는 왜 나이보다 겉늙어 보일까?
마음의 우경화

나이가 아무리 젊어도 마음이 보수화되기 시작하면 마음이 돌처럼 굳어지기 시작한다. 마음이 돌이 되어 세상이 보내는 신호를 잡아내지 못하고 세상에 울림을 줄 수 있는 신호를 보내지 못한다면 성장이 멈춰선 것이다. 마음의 성장이 멈춰서면 호기심을 잃어버리고 새로운 것을 탐구하지 않는다. 지금 가진 것을 지키는 전략에 올인하기 시작한다. 가진 것을 지키는 전략에 집중하게 되면 나이와 상관없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지금처럼 시간이 빠르게 흐를수록 더욱 더 빠르게 과거사람으로 전락한다. 같은 물리적 나이에도 과거 사람이 된다는 것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쉽게 겉 늙어간다는 것을 뜻한다. 겉늙었다는 것은 심장을 뛰게하는 호기심이 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호기심이 사라질수록 마음은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미래에 머물지 못하고 세포가 죽어가는 과거에 갇힌다.

사람들은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기 힘들면 삶이 과거에 머물게 되고 삶이 과거에 머물수록 마음은 점점 보수화된다. 마음이 보수화되기 시작하면 미래를 제대로 볼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다. 자신의 미래에 다가올 행복에 대해서는 과대평가하고 불행에 대해서는 과소평가한다. 미래의 현실을 왜곡하는 이유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과거를 지키기 위함이다. 시대가 어려워질수록 사람들이 당첨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자꾸 복권을 사거나, 경기가 안 좋은 줄 알면서도 주식에 계속 투자하거나, 비트코인 광풍에 빠지거나, 아파트 투기 바람에 휘말리거나, 이미 많이 잃었음에도 도박에서 빠져나오지 못한다. 과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삶이 미래를 왜곡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마음이 보수화된 성향은 자신의 운에 대한 평가에서도 그대로 재연된다. 마음이 보수화되면 자신은 운이 억세게 좋은 사람에어서 앞으로 닥쳐올 불행은 다른 사람들을 다 거친 다음에 마지막에 자신에게 올 것이라는 근거없는 믿음에 빠진다. 시절이 어려워지고 변화가 심할수록 사람들은 변화 속도에 적응하지 못하고 이런 자신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자신의 조그마한 행복이라도 과장하고 이를 심리적으로 지켜내려는 의지가 작동한 것이다. 결국 소확행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시대적 대세로 자리잡았다. 소확행만을 지나치게 추구한다는 것은 이미 마음이 많이 늙었다는 증거이다.

이와 같은 편파적 심리적 성향은 보수주의자들을 결집시키는데 기여한다.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불안에 빠져 비슷하게 산다는 것을 확증할 수 있어야 마음이 놓이기 때문이다. 진짜 불안한 사람들은 국가를 상징하는 태극기를 앞세워 거리로 나서기도 한다.

마음이 보수화된 사람들은 미래에 다가올 행복을 과대평가하고 미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 생기는 불행을 과소평가하려는 성향을 가지고 있다. 이런 비현실적 현실인식을 기반으로 보수주의자들은 항상 과거의 잘못을 잊고 미래의 행복에 집중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이 미래를 내세우는 이유는 제대로된 미래 때문이 아니라 과거의 잘못이 들춰내져 과거가 폄하되기 때문이다. 이들이 지키고 싶은 것은 과거이다. 시대가 불확실해지면 이와 같은 보수주의자들의 선동이 더 점수를 얻게되어 중도성향의 사람들도 다 보수주의자가 되는 경향이 있다. 사회의 우경화는 시대적 불안이 만들어낸 신기루이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 닥칠 재앙의 대부분은 홍수나 지진 등 자연재해에 의해서 초래된 것보다도 지금의 조그만 행복을 지키고 미래의 행복을 과장하는 과정에서 현실이 과장되고 왜곡되게 인식되는 것에서 생길 수 있다. 근거없는 낙관에 기대해 색안경을 끼고 현실을 보게되면 당장 해결해야할 문제를 놓치게 되고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게 된다. 세월호, 낚시배 전복, 제천 화재 등 사회적 파장을 불러오는 사건들은 다 따지고 보면 인재이다. 시대가 어려울 수록 보수적으로 세상을 인식하는 성향이 위험요소가 보내는 수도없이 많은 시그널을 무시해온 것이다.

마음이 이념으로 좌경화되어 자유로움을 잃고 경색되는 것도 위험하지만 마음의 보수화는 더 큰 불행의 시작이다. 마음이 보수화하기 시작하면 과거의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미래에 대해 비현실적인 해석을 내리고 결국 미래를 적절하게 대비하지 못해 재앙에 휩싸인다. 사는 것이 힘들고 미래가 불확실할수록 마음이 젊음을 잃고 보수화되지 않도록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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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