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초월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시간을 초월한 삶을 살 수 있을까?
회춘에 숨겨진 비밀
오늘 목동에 있는 목운초등학교의 박인화 교장선생님이 주도하는 화성 여성진성리더십 코칭세션에 옵서버로 참가했다가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퀴즈를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일은 무엇일까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무엇일까요?
일종의 넌센스 퀴즈이지만 이에 대한 답은 실존철학의 깊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가장 쉬운 일은 그냥 나이 먹는 것이고, 가장 어려운 일은 나이 값하며 사는 일이라는 답을 얻었다. 나이 먹는 일이 왜 가장 쉬운 일인지는 자명하다. 시간열차에 올라타면 아무 일 안해도 나이가 저절로 먹어서 무임승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왜 나이 값 하며 사는 일은 가장 어려운 일일까?
시간 체험에 관한 철학적 문제다.
베르그송은 철학자로서는 처음으로 체험하는 시간과 그냥 물리적으로 흘러가는 시간을 구별해내었다. 베르그송에게 시간은 강을 따라 흐르는 배에 비유된다. 이 배에 체험이 많이 실리면 배는 당연히 느리게 간다. 이런 체험이 없이 시간에 따라 흐르는 빈배라면 당연히 빨리 갈 수 밖에 없다. 베르그송은 아이였을 때의 하루에 대한 체험과 나이가든 후 시간에 대한 체험을 비교한다. 아이였을 때는 아침에 일어나면 하루동안 채워야 할 새로운 일들이 넘쳐서 하루가 몇 년처럼 느껴진다. 나이가 들어 더 이상 시간의 배에 채울 새로운 것이 없다면 배는 쏜살같이 흐른다. 똑 같은 물리적 시간이라하더라도 어렸을 때는 느리게 가고 나이가 들면 쏜살같이 지나간다. 물리적으로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는 시간이 갑자기 빨리간다는 느낌을 받기 시작했을 때이다.
설사 나이가 들어도 아이 때처럼 시간의 흐름을 늦출 수 있을까? 당연히 가능하다. 자신이 운용하는 배에 새로운 체험으로 채우기 시작할 수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배우는 것도 시간을 늦추는 좋은 방법이다. 한 마디로 울만이 자신의 시 청춘에서 제시하고 있듯이 나이가 80이어도 30대같은 삶을 산다면 회춘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피상적 방법 말고 진짜 배를 늦추는 방법은 이 배에 타고 있는 자신의 존재의 무게를 늘리는 방법이다. 우리는 태어날 때 그냥 세상에 존재로 던져졌지만 우리가 세상에 왜 존재하게 되었는지 존재의 본질을 깨달지 못하고 텅 빈 존재로 살아왔다. 어느 순간 자신이 이 세상에 왜 던져졌는지의 이유를 깨달고 이 이유를 구현하는 삶을 살기 시작한다면 존재에는 본질의 무게가 실리기 시작한다. 존재감이 있는 사람이 되가는 것이다. 존재의 이유는 바로 삶의 목적이다. 삶의 목적이 구현되어 존재의 무게가 생길 때 더 이상 배는 빈배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 달리지 않게 된다.
나이가 들었어도 시간의 흐름을 늦출 수 있는 방법은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인 목적에 대한 성찰과 이 목적을 실현하여 존재의 그릇을 채우는 일에 성공할 때이다. 아무런 목적없이 재미있는 일만 찾아서 노후를 보낸다면 시간은 더 쏜살같이 내달릴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도 젊어질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존재의 무게를 늘리는 일이다. 존재는 목적을 깨달고 이 깨달은 목적을 실제로 실현함을 통해 듬실해진다. 목적으로 채워진 존재로 살 수 있을 때 시계가 아니라 나침반이 가르치는대로 사는 삶을 사는 것이다.
존재의 목적을 구현하는 삶이 바로 나이값하며 사는 삶일 것이다. 퀴즈의 주장대로 이런 삶은 가장 어려운 일이지만 인간이라면 반드시 생이 끝나기 전에 완수해볼 가치가 있는 일이다. 죽는 순간에 텅빈 배를 후세에게 남겨준다면 죽음과 동시에 자신은 세상으로부터 완벽하게 소멸되는 삶을 산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