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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잊혀진 사명

Aug 16, 2019 ·3분 ·jkyoon · 2,890

대학의 잊혀진 사명

어느 대학이든지 대학에 가면 가장 중심부에 대학을 상징하는 높이 세워진 탑이 존재한다. 이 탑의 원래 의미는 대학의 준엄한 사명을 상징한다. 이 사명을 잃어버렸을 때 사회는 대학을 상아탑이나 우골탑으로 비하하기 시작한다.

대학의 사명은 무엇일까?

대학은 설립 초기부터 연구, 교육, 봉사라는 큰 세 가지 사명을 가지고 시작되었다. 이 세 가지 사명에서 대학은 사회의 어떤 제도도 대체할 수 없는 존엄성을 구가해왔다.

대학에서 연구의 기능은 거인의 어깨를 만드는 작업이다. 검증된 이론을 만들어서 거인의 어깨를 제공하고 이 어깨 위에 서서 학생들에게 넒은 세상을 볼 수 있는 통찰력과 안목을 제공하는 것이 대학의 첫번째 임무이다. 대학에 존재하는 모든 탑은 바로 이런 거인의 어깨를 만들 수 있는 곳이라는 자부심을 표현한 것이다. 스스로 거인의 어깨를 만들어 낼 수 있는 학교가 연구중심대학이고 명문대학의 잣대이다. 두 번째 사명은 교육이다. 모든 대학이 스스로 거인의 어깨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인의 어깨를 만들지 못하는 대학들에서도 이 거인의 어깨에서 본 세상을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가르침으로 제공해야만 하는 임무가 교육의 임무이다. 교수가 거인의 어깨를 만들어내는 연구는 못해도 학생들에게 거인의 어깨에서 본 가장 업데이트 된 연구를 가르칠 수 있는 대학이 잘 가르치는 대학이다. 또한 이들에게 이 거인이 어깨에서 본 세상의 원리를 익히고 실험할 수 있는 학습의 안전공간를 제공하는 하는 것이 교육의 사명이다. 대학의 마지막 사명은 봉사이다. 봉사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할 때 봉사이다. 이런 봉사는 대학이 각자가 가진 교육과 연구의 역량을 이용해서 사회가 가진 고통의 심장부를 이해하고 이 고통의 문제를 긍휼감을 가지고 원인수준에서 해결해줄 수 있을 때만 달성된다.

대학이 상아탑이나 우골탑으로 비유되는 이유는 이런 사명을 상실하고 기득권을 유지하는 회전문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어느 대학도 첫번때 사명을 달성한 대학이 없다. 대한민국은 아직까지 연구로 노벨상을 수상한 학자가 나오지 못했다. 한국 대학의 역사가 100년을 넘겼어도 거인의 어께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증명하지 못한 것이다. 또한 스스로가 거인의 어깨를 만들지 못했더라도 거인의 어깨에서 세상을 체험한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이 세상을 가르쳐야 하는데 이 사명을 수행하는 일도 만만치 않다. 이미 대한민국의 대학은 다양성을 잃어버리고 철저히 점수에 의해서 서열화되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대학을 보면 모두 수능성적이나 학생부 성적으로 학생들의 진로가 결정되고 적성과 상관없이 성적에 따라 문과학생들은 경영학을 학부에서 전공하고 법전원에 가서 법조인이 되는 획일적인 꿈을 가지고 있다. 이과 학생은 성적순에 따라 다 의사가 되는 것을 희망할 것이다. 성적에 의해서 대학에 들어와 대학을 그냥 사회에 진출하기 위한 성찰과 숙련의 공간이 아니라 그냥 회전문으로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교수는 자신들이 본 큰 세상을 이야기 해주는 것을 이미 오래전에 포기했을 것이다. 그렇다고 대학이 제대로 된 봉사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도 아니다. 봉사와 사회에 대한 긍휼감을 가지는 임무는 대학을 재정적으로 지원해주는 교육부 관료의 머리 속에나 총장의 머리 속에 이런 변수가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퇴화된지 오래다.

최근 자사고 문제도 있고 한국의 교육은 총체적으로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사명을 구현하기 위한 백년대계로서의 위상은 사라지고 사회의 기득권을 재생산하는 회전문으로 전락되었다. 대학은 다양성을 기반으로 사회를 공진화 시키는 터전이다. 하지만 한국의 대학은 수능성적에 의한 완벽한 서열화로 오래전부터 이미 다양성이 말살되었다. 한국 고등교육이 사명을 잃어버리고 헤메는 댓가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 댓가 중 가장 큰 희생은 미래를 주도적으로 창출하지 못하는 이류국가로 전락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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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