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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학습과 선행디자인

Aug 16, 2019 ·5분 ·jkyoon · 2,884

선행학습과 선행디자인
대한민국의 미래

최근 자사고 취소판정을 받은 상산고 문제로 나라가 온통 뜨겁다. 학부모들은 교육의 사망선고라고 조화를 내걸었다. 학부모들이 생각하는 교육과 내가 생각하는 교육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나는 상산고나 하나고 같은 자사고가 자신들이 설정한 사명을 벗어나 수능중심으로 커리를 운영해서 의대사관학교를 만든 것은 다양성을 생명으로 하는 교육에 대한 인재낭비이고 국력낭비라고 생각한다. 차라리 학교의 탈을 벗고 비싼 사교육 학원을 만들어서 의대 입시를 위한 최고의 명문학원으로 만들었다면 지금처럼 진정성을 의심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자립형 고등학교라는 탈을 쓰고 각종 재정지원을 받아가면서 학교의 홈페이지에는 그럴듯한 사명도 강조하고 실제 학교를 운영하는 모형은 의대를 보내기 위한 입시학원처럼 운영하는 것은 아직도 백년대계를 철썩같이 믿고 있는 일반 국민에 대한 기망이라고 생각한다. 교육의 다양성을 키우기 위해 설립 허가를 내준 학교가 스스로 획일적 입시학원으로 전락해 선두에 서서 다양성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정시형 자사고들의 전략은 딱 한 가지이다. 바로 선행학습이다. 상산고등학교 정도 입학하려면 아마도 초등학교 때부터 중학교나 고등학교 과정을 미리 선행학습으로 훈련 받아야 할 것이다. 초등학생 때 고등학생의 수학문제를 기계적으로 푸는데 성공했다는 것은 부모가 엄청난 사교육에 돈을 투자했다는 것이고 실제 부모가 이런 재력이 있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고등학교가 부모의 사교육을 위한 재력 경쟁장으로 전락했다. 이런 오랜 선행과정을 통해서 의대에 입학하면 이들에게 의료인으로서의 생명에 대한 사명을 가지고 직업윤리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미안할 정도이다. 아마도 그렇게 요구하면 자신과 자신의 부모를 바보취급하느냐고 문제제기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겉늙은이를 양산해서 국가를 노령화시킨다는 점이다. 선행학습에 성공했다는 것은 초등학교 때 고등학생들이 알아야 풀어야 할 수학문제를 풀 수 있다는 것이어서 10살 정도의 어린이가 19살 정도쯤 되는 어른이 되었다는 것이다. 결국 10년을 먼저 겉늙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10년 후에 알아도 되는 똑 같은 답을 10년 전에 미리 알게 하는 선행학습 서열화에 몰입시키기 위해 이들로부터 젊음에 대한 포기각서를 받는다. 이런 삶을 강요당하는 동안 기계적으로 외우는 것 빼놓고 젊음을 위해 채워져야 하는 야망이나 용기 사랑 같은 것은 포기해야 한다. 답이 정해전 것을 먼저 학습하는 선행학습은 젊은이들을 지적으로 겉늙게하고 먼저 시들게 하는 과거지향적 삶의 화신이다. 내가 대학에서 가르치는 학생들 중에서도 선행학습 증심으로 학교에 입학한 친구들에게는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전혀 기대할 수 없었다. 졸업 후 이들의 행선지는 한결같이 법전원이다. 선행학습을 통해 성공을 걸머진 사람들이 국가의 엘리트로 등극하면 사회는 반드시 보수적화되고 과거지향적 사회로 급락한다.

선행학습과 대비되는 기업에서 이뤄지는 미래학습의 방법으로 선행디자인이라는 것이 있다. 선행디자인은 기존의 제품개발이 주로 기술 중심으로 이뤄지는 과정에서 미래를 창출하기보다는 미래를 따라가는 국면을 해결하기 위해 디자이너에게 미래를 창출할 수 있는 전권을 맡기는 방법이다. 실제로 삼성가전은 보르도 TV를 만들 때 선행디자인의 개념을 적용해서 미래의 TV를 만드는데 성공했고 결국 세계 TV의 시장의 최 강자가 되었다. LG가 세탁기에 강자가 된 것도 결국은 답이 없는 미래를 먼저가서 만든 선행디자인의 결과이다.

선행 디자이너는 기술적 한계를 넘어서서 답이 정해지지 않은 미래를 10년 15년 앞서가서 미래를 개념화하고 이 15년을 앞당기기 위해 15년 후에나 있을 새로운 개념을 현재로 가져와서 실험하고 만들어 낸다. 선행디자이너들은 미래는 선행학습처럼 답이 정해져 있다고 믿지 않는다. 미래의 본질은 그냥 답이 없는 불확실성이다. 단 이런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의 답을 만드는 사람들의 비밀은 미래를 위한 새로운 개념을 만들고 이것을 고객과 구현시킬 수 있는 사람들에게 답으로 설득시켜 이들에게 답으로 받아들이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능력이다. 현재까지의 지식이 초기값으로 작용하지만 결국 미래의 주도권은 답이 정해지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을 만들고, 베조스가 아마존을 만들고, 스팅스가 넷플릭스를 만들고, 이건희가 삼성전자를 만든 방식이다. 스티브 잡스는 미래의 개념인 핸드폰의 개념을 미래보다 먼저 가져와서 구현함으로 미래를 앞당겼고 이 앞당김을 배경으로 애플을 만들었다. 베조스는 온라인 세상에서의 창고개념인 클라우드의 개념을 미래보다 앞서서 현재로 가져와서 아마존을 만들었다. 이건희는 미래산업의 쌀이 철강에서 반도체로 넘어갈 것으로 미래를 개념화하고 프랑크푸르트에서 삼성전자의 실질적 창업에 성공했다. 답이 없는 미래를 현재로 가져와서 현실로 만드는 디자인은 모두 선행디자이다. 이들은 모두 경영의 선행디자이너들이었다.

우리나라 교육은 공부 잘하는 친구는 자신의 재능과는 무관하게 다 의사나 변호사를 꿈꿀 정도로 이미 다양성도 상실했고 또한 선행디자인을 통해 미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도 없다. 심지어 최고의 공대생들도 직업을 훈련하기 위해 도안하고 제도하는 기술자들이지 개념을 만들 수 있는 훈련을 받지 못한다. 결국 교육이 오래전에 사망선고를 당한 것이다. 상산고 하나고 자사고 외고는 그냥 사망선고를 당한 교육의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이런 교육의 사망선고를 만든 주범이 누구인지는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말로만 백년대계를 외치는 모두가 주범이다. 특히 교육의 다양성이 없다면 미래의 창의성이란 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대학이 최고 주범이다. 대학이 다양성에 투자해 인재들의 개념화 능력을 살려내지 못하고 교등학교와 학부모들을 사교육 경쟁시켜 졸업장 주는 것으로 대학의 기능을 다 하고 있다고 믿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미래가 과거의 성공했던 방식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면 모두가 공범이다. 과거의 성공을 선행학습 등으로 복기함에 의해 개인의 명성과 부를 챙기는 사람들은 있는지 모르나 역사적으로 한번도 과거의 성공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세상에 족적이 만들어진 적은 없다.

지금이라도 대한민국이 국가들 사이에서 족적을 남기는 나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교육의 다양성을 말살하는 선행학습에 선전포고를 해야 할 것이다. 대신 미래를 염두에 둔 교육의 선행디자인 작업에 나서야 한다. 차라리 대학은 지금처럼 돈없는 부모들의 등골을 빼먹어가며 이들을 선행학습 투자능력으로 서열화시기보다 진짜 돈이 있는 분들의 기부입학을 허용하여 대신 이들의 기금으로 개념화 능력에 대한 창의적 재능은 있지만 선행학습에 대한 여력이 없는 자녀들을 입학시켜 미래를 준비하게 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수능시험에서 학생들에게 계산기를 허용하고 구글서치를 허용해 실제로 개념화 능력이 있는지를 중심으로 선발한다면 지금과 같은 논쟁에 휩싸이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식의 미래가 보인다면 부모들이 자식을 외우는 기계를 만드는 선행학습에 전 재산을 걸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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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