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earning

종업원을 어른 취급할 수 있을까?

Aug 16, 2019 ·3분 ·jkyoon · 2,533

종업원을 어른취급할 수 있을까?
대리인 이론의 함정

전략적 인사관리라는 대리인 이론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론이다. 전략적 인사관리란 회사의 경영진이 회사의 전략에서 정한대로 대리인인 종업원에게 임무를 부여하고 종업원이 임무를 수행하면 그 가치를 따져서 보상을 해준다는 것이다. 회사의 전략과제을 정하는 것은 주인인 경영진이고 이 명령대로 수행해주는 것은 종업원들이다.

종업원이 회사에서 시키는 일을 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 해보는 것은 금물이다. 이런 문제를 수정하느라고 드는 비용이 대리인 비용이다. 전략적 인사관리를 주창하는 경영진의 이율배반은 종업원에게 자신들이 시키는대로 일을 하라고 주문을 해놓고 대신 주인의식도 가지라고 신신당부한다. 대리인 문제를 걱정하는 것이다. 종업원들이 주인의식에 회의적일 때마다 연봉을 올려준다. 이런 방식으로 대리인인 CEO의 연봉은 회사의 성과와 상관없이 천정부지로 올라갔다. CEO만 올릴 수 없으니 종업원들의 연봉도 성과와는 무관하게 덩달아 올라갔다. 성과와 상관없이 오르는 연봉은 어떤 일이 있어도 주인을 배반하지 말고 주인에게 충성을 다하라는 뇌물의 성격과 비슷하다.

대리인의 가장 큰 함정은 고용한 종업원이 대리인 역할을 잘 못할 것이라는 의구심이다. 종업원들을 자기들의 전략에 따라 시키는 일만 해왔으므로 어린이처럼 항상 감시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주인의 주문은 피그말리온 효과가 되어 순진한 종업원들은 은연중 세뇌가 된다. 종업원들은 시키는대로 어린이 노릇해가면서 주인의식도 가져보려 노력한다. 하지만 어린이와 주인의식 간의 이중성 때문에 종업원 어린이는 고뇌한다.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주인이 볼 때만 주인의식을 연기하는 연기자가 된다.

먹고사는 생존의 수준에서 회사가 운영된다면 대리인 이론도 나름 설득력이 있는 이론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이 먹고 사는 생존의 문제에 자신의 목슴을 걸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대단한 과장이다. 우리나라 정도는 매슬로우 욕구단계의 생존의 단계를 넘어서서 최소한 관계나 의미있는 삶을 추구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회사의 지배구조를 운영하는 가정은 대리인 이론에 기반해서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리인 이론에 기반해 종업원들을 항상 감시해야 하는 아이취급하는 것이다.

우리의 경영이 생존을 넘어서 번성을 구가하기 위해서 환골탈퇴해야 할 것은 대리인 이론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지금이라도 종업원을 어른 취급하는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에 급급한 산업의 경우는 아직도 대리인 이론이 적용될 수 있는지 모르지만 먹고사는 문제를 넘어서 혁신적 문제를 풀고 있는 기업들 조차도 대리인 이론에 기반해서 경영을 하고 있다면 혁신을 하지 말자고 공표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회사에서 하는 종업원 몰입이나 열의 등의 모든 프로그램이 종업원을 어른이라고 가정하는 쪽으로 전환이 없는 상태에서 시행되고 있다면 다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격이다.

모든 사고가 아이로 전환된 종업원에게 문제만 풀면 수억의 인센티브를 줄테니 문제를 풀라고 하면 아이가 갑자기 어른처럼 문제를 풀 수 있을까? 안타갑지만 이것이 대부분 한국의 대기업이 종업원을 다루는 방식이다. 우리 HR의 가장 근원적 변화는 대리인 이론에서 벗어나 종업원들을 진심으로 어른취급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주인의식이란 절대로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 칼럼 목록으로
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