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earning

비전에서 탈로하다

Aug 16, 2019 ·2분 ·jkyoon · 2,465

비전에서 탈로하다
신기루 비전

미래의 어떤 상태에 대해 간절하게 갈구하면 상상적 체험을 하게 되는데 이 상상적 체험이 가져오는 것이 비전이다. 아기에 대해서 간절하게 갈구하면 실제로 임신을 하지 않았어도 배가 불러오는 등 임신한 증상과 똑같은 증상을 보인다. 우리의 뇌는 상상적 체험과 실제로 하는 체험을 구별하지 못해서 상상적 체험을 해도 필요한 호르몬 등을 분비하도록 명령해서 몸에 변화를 일으킨다. 비전은 상상적 체험의 산물이다. 비전이 비전으로 작동하지 못하는 것은 이 상상적 체험이 가능할 정도로 생생하지 못할 때이다.

이 상상적 체험은 어떤 목적에 대해서 심하게 갈구하면 저절로 생긴다. 비전의 본질은 목적과 구분되지 않는다. 어떤 목적에 대한 믿음을 발견했을 때 이 믿음의 눈으로 못보던 세상을 보게된 것이 비전이다. 목적에 대한 믿음이 영사기처럼 우리 삶 스크린에 쏘아서 목적을 비쥬얼라이즈 시켜준다.이떄 비전은 목적이 발현된 것이다. 목적에 대한 믿음의 눈을 획득하지 못한다면 비전은 생기지 않는다.

경영학자들은 종교적 비전의 힘을 돈을 버는데 이용하기 시작했다. 즉, 종교적 믿음이 없는 사람들에게도 귀납적으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높은 수치 상의 목표를 세워놓고 이 목표를 달성한 것처럼 상상적으로 형상화한 것을 비전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이 비전은 목표(goal)가 극대화 된 상태를말하는 것으로 목적(purpose)과는 전혀 상관이 없이 비전이 도출된다. 비전의 원천이 목적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큰 성과목표에 대한 믿음이다.

지속가능한 성과를 내는 회사를 보면 목적에 대한 믿음의 현신으로 비전을 설정한 회사이다. 반면 목적에 대한 고려없이 귀납적으로 비전을 도출한 회사들은 한 번 비전을 달성한 후 반드시 탈로한다. 노키아, 소니, 엔론 등,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후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회사들은 하나같이 귀납적 방식의 비전을 쫓았던 회사들이다. 이런 회사들은 실제로 비전을 달성하면 자신이 설정한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환상에 빠진다. 목적지에 도달했다는 믿음에 빠져 기존에 해왔던 방식을 과장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이 방식을 벤치마킹하도록 강요하고, 자신의 성공을 극대화 시켜서 더 높은 목표를 세운다. 이런 회사들의 특징은 무조건 큰 것이 위대한 것이라고 믿는다. 목적을 믿은 것이 아니라 목표에 대한 믿음이 신기루를 만든 것이다. 크고 화려한 것을 목적이라고 믿고 세상에 전파하는 동안 세상으로부터의 울림이 끊어지고 세상으로부터 점점 외면을 당한다. 이런 외면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다시 크게 한 방을 노리는 크고 무모한 전략을 쓰게 되는데 결국 이 큰 한방에 이 회사는 파멸의 구렁텅이로 떨어진다. 큰 성공이 이런 겸손함을 죽여버린다. 결국 다음 목적지를 설정하지 못하고 탈로하여 무너진다.

설사 큰 목표를 비전으로 규정하고 경영전략을 세웠다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비전이 목적에 도달하는 중간 기착지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어야 문제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목적에 대한 가이드 없이 목표를 중심으로 귀납적으로 설정한 비전이 자신의 존재이유와 얼라인이 되지 못한다. 이렇게 설정된 비전은 반드시 탈로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뛰어난 비전으로 통찰력을 행사하는 회사나 리더들은 자신의 목적과 철학에 대한 믿음으로 자신의 현재, 과거, 미래를 정확하게 볼 수 있는 자기인식이 뛰어난 사람이다. 목표만 있어도 자신이 누구인지를 보지 못한다면 비전을 상실한 맹인일 뿐이다.

← 칼럼 목록으로
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