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자가 해고되다
관리자가 해고되다:
경영학의 위기
대부분의 학문들은 구글에 나와있는 것 이상을 가르치지 못해 해체의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이지만 학문 중 가장 먼저 해체의 수순을 밟을 수 있는 것이 경영학인 것같다.
경영학이 현실적 경영이슈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유용성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실질적 대안은 없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Top School을 제외하고 MBA도 거의 죽었다. 한국에서의 경영전문대학원은 이제 인공호흡기를 달고 간신히 생명을 부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전통적으로 경영학은 목표를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주어진 자원들을 <최적화하는 법>을 가르쳐왔다. 하지만 지금은 경영학 영역인 인사조직, 마케팅, 생산, 재무, 회계, MIS, 전략의 각 분야에 Data Analytics가 발전해서 이런 최적화를 위한 의사결정에 관리자들이 개입할 여지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빅데이터의 축적으로 의사결정의 알고리즘이 파악된 것이다. 목표를 설정하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변수를 찾아내고 이것을 자신의 비즈니스 모형에 맞춰 최적화시키는 의사결정의 알고리즘이 파악되어 관리자의 일은 누구나 스마트 폰에서 앱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여기에서 Data는 굳히 전통적 통계학의 대상이었던 수치화된 데이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Zappos에서 Holacracy를 시행하면서 관리자들에게 회사를 떠나던지 실무자의 역할을 맡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최후통첩을 내렸을 때만해도 중간관리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았다. 이들은 자원을 최적화 시키는 의사결정에 자신들만의 경험적 암묵지가 있다고 믿었고 실제로 이런 암묵지에 근거해서 회사에 저항했다. 하지만 관리자를 해고하는 현상은 제포스만의 문제는 아니라 시대의 대세가 되었다. 우리나라도 이미 SK와 현대가 직급을 없애거나 단순화하여 관리자를 해고하는 시도에 발을 담궜다. 관리자 해고는 디지털 파고를 넘어야 하는 기업들의 기본 전제이다.
지금 추세로보면 이런 암묵지에 기반한 관리자의 역할이 Analytics와 알고리즘으로 빠르게 대체되고 있어서 결국 중간관리자들의 역할은 모든 기업에서 빠르게 사라질 것이다. 중간 관리자들에게 자원의 최적화에 대해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것으로 학문의 명맥을 유지했던 경영학이 치명상을 입고 있다. 결국 지금 추세로 보면 경영학은 Analytics나 AI 알고리즘 자리를 물려주고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져야 할 운명이다.
이런 추세가 대세라면 경영학이 사라지기 전에 어떤 변신을 시도해볼 수 있을까?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까지 설정한 목표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한 최적화의 질문은 그냥 인공지능에게 넘겨줄 것을 가정해야 할 것이다. 대신 효율적 목표 달성을 통해 축적한 재원을 동원해서 <미래의 가치>를 창출하는 다양한 혁신적 방법을 찾아서 과감하게 실험할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마디로 미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보이지 못한다면 경영학에 미래는 없다. 목표를 달성하는 것과 미래를 만드는 것은 상관이 없다. 목표를 달성한 시점에서 시간은 과거가 된다. 단 목표를 달성해서 지금 당장 미래를 실험할 수 있는 재원을 더 많이 챙길 수 있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미래에 대한 비전이 없는 사람들이 유보금을 많이 가지고 있다고 미래가 저절도 다가와 주지는 않는다. 한국대기업들이 처한 현실이다. 목표달성은 그냥 기본이고 목표를 넘어 미래를 만들 수 있는 정도가 가장 실용적인 것의 잣대가 되었다. 목표달성으로 실용성을 증거했던 시대가 과거의 유산으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경영학의 꽃으로 칭송되던 경영전략도 같은 운명이다. 사회는 초연결 플랫폼 디지털 혁명이 가속화되고 산업간의 경계가 플랫폼으로 붕괴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산업의 경계를 전제로 경쟁자를 정해놓고 이들을 이기는 방법을 가르쳐 생존했던 경영전략은 존재이유가 사라졌다. 경영전략의 한계를 넘어서서 미래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식에 대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문제풀이 방식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경영학은 조만간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지게 될 운명이다. 아니면 실업계 고등학교에서만 가르치는 아주 테크니컬한 과목으로 전락할 것이다.
과거 데이터라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는 빅데이터의 특성상 인공지능이 미래를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인공지능은 현재의 최적화의 문제를 도와줄 뿐이다.인공지능에 의해 장악되지 못하는 시간이 미래이고 이 미래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학문이 누릴 수 있는 권력순위가 결정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