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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가 휩쓸고간 대한민국

Jan 2, 2020 ·4분 ·jkyoon · 2,800

신자유주의 쓰나미가 쓸고 간 대한민국
어떻게 재건해야 할까?

대한민국이 신자유주의의 쓰나미를 막을 수 없었던 것은 IMF 사태 때문이다. 1997년 IMF는 구제금융을 해주는 대신 대한민국 경제를 비롯한 모든 사회 시스템의 비효율성을 덜어내는 노력을 할 것을 요구한다. 이 당시 글로벌에서 경제 시스템의 효율성의 규범으로 제시된 것이 Friedman류의 신자유주의다.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모든 경제주체들은 시장경쟁에서의 무한경쟁을 통해 모든 거래활동의 비효율성을 제거할 수 있다고 믿었다.

신자유주의가 처음 소개되던 1980년대를 넘어 1997년에는 미국의 전경련에 해당하는 Business Roundtable도 자신들의 기업의 강령을 신자유주의 원리에 맞추어 바꿨다. 1997년 Business Roundtable에서 설정한 강령은 <기업은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존재한다>였다. IMF는 대한민국에 돈을 빌려주는 대신 기업을 이 신자유주의 시장경쟁 원리에 따라서 개혁하라는 전제를 달았다. 대한민국의 모든 기업들은 도산을 막기 위해서 자의던 타의던 신자유주의 시장경쟁 원리라는 가버넌스를 기업경영의 원리로 받아들였다.

신자유주의 원리에 따라서 기업의 경영진이나 종업원은 주주의 대리인으로 규정되었고 이들 대리인들의 모랄 해저드를 막기 위해 전략적 인사관리라는 기법이 도입되었다. 전략적 인사관리는 주인의 명령을 받은 경영진이 주주의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만든 전략대로 잘 따라하는 경우 이 성과를 평가해서 연봉이나 인센티브 승진 등에 반영하는 인사정책이다.

효율성의 지표인 단기성과를 달성하기 위해 종업원들은 조직 안의 내부시장에서나 조직 밖의 외부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서 경쟁자를 이겨야 했다. 이 경쟁의 결과는 성과라는 단일 잣대로 평가되어 서열화 되었다. 신자유주의 전도사 GE의 잭 웰치 전 회장의 언명이 신자유주의 신념을 대변했다. <경쟁에서 이겨 1등이 되거나 2등이 되라. 그렇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이 노예로 살 것이다.> 신자유주의에서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은 시장경쟁을 통해서 이기는 방법 밖에는 다른 대안이 없었다. 이기고 지는지의 문제는 다 성과의 서열화라는 단일잣대를 통해서 결정된다. 대한민국 기업생태계는 철저하게 신자유주의의 쓰나미에 의해서 초토화 되었다. 지금 대한민국 기업들이 처한 엄중한 현실이다.

IMF로 촉발된 경제시스템의 신자유주의 쓰나미는 톱니바퀴가 되어 사회의 다른 영역도 변화시켰다. 가장 영향을 받은 영역은 교육영역이다. 교실은 시장에 비유되고 여기서 경쟁을 통해서 얻은 성과에 해당되는 성적은 서열화 되고 이 서열에 따라서 고등교육의 기회가 결정되었다. 교육부는 대학들이 점하고 있는 고등교육 장도 시장이라고 규정하고 점수로 서열화 하여 경쟁하게 하고 이긴 곳에만 재정지원을 했다. 대학이 철저하게 단기성과라는 단일 점수에 의해서 서열화되어 자율성이 철저히 파괴되었다.

시장의 가장 큰 맹점은 초기에야 그럴리가 없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부를 축적한 사람들에 의한 독과점이 시작된다. 시장은 독과점에 의해서 부를 획득한 사람들도 이런 혜택을 받지 못한 주체들과 경쟁해서 이기면 이들의 부를 정당화시켜주었다. 부의 양극화가 격심해졌다. 부의 양극화는 시장이 붕괴했다는 증거임에도 시장은 양극화된 경쟁도 정당화시켰다. 교육현장도 마찬가지다. 부유한 부모들은 비싼 비용의 선행학습을 통해 자식들이 학급 상위성적을 독점하게 했다. 이들 재력으로 고용한 쪽집게 학원강사들에 의해 부풀려진 자녀들의 수능성적은 다시 서열화된 대학교육으로 그대로 이어지고 대기업의 고용으로 승계되어 계층을 대물림하는 기제로 작용했다.

신자유주의 본산인 미국에서도 이런 시장경쟁에 대한 맹신을 통한 거버넌스가 효익보다는 부작용이 더 많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한 가시적 결과는 2019년 8월 19일 Business Roundtable의 기업의 사명선언서의 개정에서도 나타났다. 미국의 가장 큰 기업들 총수들 모임인 Business Roundtable은 제대로 된 기업의 형태를 <목적을 실현시킴을 통해서 이익을 따라오게 할 수 있는 기업>이라고 규정했다. 신자유주의의 죽음을 선고한 것이다. 경쟁도 경쟁을 위한 경쟁이 아니라 목적을 실현하기 위한 차별화 경쟁만을 지지하겠다고 선언한다.

대한민국에서도 L자 불경기가 장기화되는 것이 오히려 정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성장이 가능한 사회에서는 높은 목표를 설정하고 경쟁과 서열화를 통해 이긴 승자가 모든 리더십을 독점해 이끌어 나가게 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불경기에서는 성장의 패러다임이 아니라 내적 성숙의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대한민국 기업들도 목적을 복원하고 이를 실현시킴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시급한 문제다. 교육에서 신자유주의 패러다임을 탈학습하는 것은 더 엄중하고 더 시급한 문제이다. 신자유주의에서 주창하는 단일 성적을 통한 서열화가 교육현장에서 개선되지 않는다면 수능비율을 늘리는지 수시비율을 늘리는지에 대한 논쟁은 의미없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디지털 미래는 해답이 없는 세상이다. 해답이 없는 세상에서는 해답을 정해놓고 틀리지 않게 답하는 능력을 서열화시키는 전략이 제대로된 전략이 될 수 없다. 없는 해답을 구성해 사람들을 설파시킬 수 있는 창의적 개념화 능력을 길러주는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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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 Jeongkoo Yoon
About the author

Jeongkoo Yoon · 윤정구

Professor of Management at Ewha Womans University's School of Business. Writing on natural learning, double-loop reflection, and the sociology of mind.